첫 책과 떨떠름함(하지만 읽히고 싶은 마음)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지음, 산지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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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6. 2021
yes24나 알라딘 도서 검색창에 <선생님의 보글보글>을 치면 내 책이 나온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콜라가 나오는 것처럼 당연하게. 신기하다. 첫 아이를 낳고 간호사에게 "아버님"이라고 불렸을 때만큼이나 놀랍고 감사하며 생경하다. 사실 내게 책 출간은 기적과 행운의 연속에 가깝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3개월 전 출간 제의를 받았다. 평소 관심 있던 산지니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하고 요청이 들어왔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출간에 그다지 확신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글이 아주 형편없어서 라기보다(뻔뻔해서 민망하군요), 재테크나 자녀교육처럼 트렌디한 주제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일관된 소재를 파고드는 타입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에세이류!
흐음, 몇 년 전부터 공저 형태로 '교육 매뉴얼 북(내가 만든 조어)' 같은 걸 만들자는 제안은 종종 있었다. 여기서 교육 매뉴얼 북이라고 함은 교사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삼는 도서로서 실용적인 지침이나, 수업 사례, 약간의 이론이 결부된 도서를 말한다. 나도 매년 한 두 권씩 교육 매뉴얼 북을 사서 크고 작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이상하게도 매뉴얼 류의 도서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일단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온몸에 전류가 짜릿짜릿 흐르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상태에 내몰렸을 뿐 아니라, 문장이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어 도저히 진도를 뺄 수 없었다. 내용의 유용성과 목적의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했다. 나에게는 '작고 엉성해도 내가 구성하고 해석한 세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 그 이외 목적으로 글쓰기를 이어간다는 건 고통에 가까웠다. 그래서 매뉴얼 북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 좋은' 글을 썼다. 적어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본연의 나와 가까운 상태로 머물고 싶다, 일 하는 동안 깎여나간 자아의 일부 같은 것을 충전해야 한다, 같은 메시지가 의식 안쪽에 강렬하게 자리잡고 있었던듯 하다.
'내 고집대로 살려면 단행본을 내는 건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저기 칼럼 꾸준히 쓰고, 간간이 공모전 나가서 용돈 벌이나 하며 즐거운 아마추어 작가 생활을 하자. 그것도 나름대로 만족스럽잖아. 나의 본업은 교사이니 학교 생활 열심히 하면서, 자아실현을 글쓰기로.'
뭐, 이렇게 속 편한 결론 비슷한 상태로 몇 년을 보냈다. 나쁘지 않았다. 커피 마시고, 가끔 여행 갈 정도의 원고료를 챙기며 살았으나 어느 날 덜컥 출간 제의가 들어왔다. 그것도 '나 좋자고 쓴' 에세이를 몸통으로 하는 책을 쓰자고. 단행본 작업에 착수한 이상 각오를 단단히 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쓰는 내내 내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 생각 하나가 있다.
'나를 믿고 출간 제의를 해준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말자. 이건 부담 없이 나 혼자 즐기는 취미 글쓰기와는 다르다.'
그 결과가 <선생님의 보글보글>이다. 5년 간 쓴 글을 고르고, 털어내며 소중히 한 권에 담았다(라고 하기에는 새로 쓴 글이 절반이지만). 역량이 부족해서 덜어내야 하는 글도 있었고, 원글의 분위기나 표현의 한계로 아예 빼버린 글도 많다. 그렇지만 이 책이 '작고 엉성해도 내가 구성하고 해석한 세계'의 귀중한 단편이라는 점은 확언할 수 있다. 내가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 무엇이 독자분들에게도 잘 전달되면 좋겠다. 읽는 분들이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혹시 구매처를 못 찾으실까 봐 서점 별 도서 구매 링크를 남깁니다. 너무 거침없이 소개해드려 죄송합니다.
1)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828065
2) 알라딘 - http://aladin.kr/p/YynTK
3) 인터넷 교보문고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65457114&orderClick=LAG&K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