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 댄스로 운동하기
7개월 동안 했던 PT를 마치고 나서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두 달을 망설였다. 결론적으로 근력 운동은 내 의지를 돈으로 사야 하는 운동이었다. 혼자서는 근육에 부하를 줄 정도의 강도로 기구를 들거나 밀거나 당길 자신이 도무지 들지 않는 게 문제였다. 생각만큼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것도 꾸준히 할 의지를 꺾었다.
즐겁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 했다. 애정하는 암카페인 <아름다운 동행>에 '내일은 뭐 할까?'라는 글을 썼다. 위암 후 십 년이 지나니 날마다 채워야 하는 하루의 공백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취미로 하는 오카리나와 라인 댄스에 대해 쓰게 되었다. 저녁 시간에 하는 라인 댄스의 삼매경에 대해 쓰다 보니까 내가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추는 것과는 별개로 신명이 많아 춤과 음악이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오전 시간에 하는 댄스 수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몸과 마음이 자꾸만 처지는 요즘이다 보니 활력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서 크로스핏을 알아보기도 했다. 집 근처에 가까운 곳이 없기도 했지만 크로스핏 체험 수업을 해본 첫째에게 물어보니 이 나이에는 부상의 위험이 커서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바로 뜻을 접었다. 그러고는 어젯밤에 딸과 함께 집 근처 체육관의 댄스 수업을 검색하다가 첫째는 에어로빅, 나는 줌바 댄스를 등록하게 되었다.
오늘 첫 수업을 하고 난 뒤, 딸은 공개된 장소에서 막춤을 출 수 있어서 흥과 끼가 많은 자신에게 딱 맞는 인생 운동을 찾았다고 했다. 살을 뺄 목적이 있은 딸은 공복 유산소 운동으로 에어로빅이 강도가 그렇게 세지 않으면서 땀이 잘 나서 만족했다. 나는 에어로빅보다 더한 텐션으로 추는 줌바 댄스의 신세계를 접하고 보니 딸만큼이나 할 말이 많았다. 나이트클럽 같은 조명과 라틴 음악 그리고 강사의 기합 소리까지 저 밑바닥까지 내려간 나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시간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는 운동이 필요했던 터라 아침부터 에너지를 발산하고 나서 하루의 활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에어로빅에서 요가와 점핑까지 어느 정도 그룹 운동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처음 참여한 수업이라도 웃으며 했지만 숨이 차고 힘들 땐 발 동작만 따라 하며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강사의 브라탑과 현란한 동작에서 풍기는 센 언니의 기운에는 그저 신기한 웃음만 나왔다. 나도 석 달 뒤엔 비슷하게나마 활기차게 흔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침부터 어두 컴컴한 곳에서 귀청이 터질듯한 음악과 펄펄 살아 뛰는 운동으로 센 언니들과 함께 활력을 찾고 싶다면? 답은 줌바 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