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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의 겨울나기

심심해서 예체능 취미 가지기

by 화이트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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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공부만 하고 예체능에 딱히 적성이 없는 사람은 은퇴하고 취미 생활을 뭘로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 몸치에 음치인 사람이 운동이나 악기에 미를 느끼기 어렵고, 그림은 나 같은 경우엔 미술 수업 시간에 이미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연필이든 붓이든 손에 들기가 망설여진다.


공부가 재능이듯이 예체능 분야도 약간이나마 소질이 있어야 취미로 키울 수 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운동을 능숙하게 하기까지는 꾸준한 연습의 시간이 필요하나 그걸 못 견디고 포기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카리나 수업 시간에 어떤 수강생이 소리가 잘 안 나니 오카리나를 좋은 걸 고 싶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악기 욕심 내지 말고 연습이나 많이 하세요."라고 말했다. 일정 시간 연습해야 자신이 내고 싶은 소리가 나는 악기이다 보니 나와 같이 시작한 대부분의 회원이 한 달이 지나자 그만두고 몇 명 남지 않았다.


시골집에 가면 꼭 해질 무렵에 오카리나를 불게 된다. 쓸쓸한 풍경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처량하게 들리는 오카리나를 불고 싶어 져서 나도 모르게 오카리나로 손을 뻗는다. 허전한 시간을 달래기에는 악기만 한 것이 없어서 배우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다.


시골살이를 하고부터 겨울에는 일이 없어 봄이 오기만 기다렸는데 더 이상 그렇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기 외에도 라인 댄스와 줌바 댄스를 배우며 얼마 전부터 에세이 쓰기 수업을 받으러 다닌다.


암카페와 브런치에 십 년 동안 글을 써왔지만 글쓰기 공부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 스스로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닫는 중이었다.

귀촌카페에서 알게 된 회원이 함께 수강하자고 고맙게도 먼저 권해줘서 강남평생교육센터 중의 한 곳에 다니고 있다.


지난 화요일 오후, 맹렬한 추위를 뚫고 센터에 가니 14명의 수강생 중에 6명이 왔다. 나처럼 글쓰기에 목마른 열성 회원들이 틀림없었다. 철학교수였던 강사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는 단비처럼 두 시간 동안 내 귀를 적시며 글쓰기에 묘사의 중요성과 종류에 대해 설명했다.


성격이 급한 까닭에 '좋은 글은 자세하고 솔직하게 쓴 글'이라는 걸 알면서도 길고 자세하게 쓰기가 어려웠다. 솔기를 뒤집어 까발리듯이 내 속을 솔직하게 쓰는 건 쉽다.


묘사란 인물이나 풍경 또는 상황을 그린 듯이 자세하게 쓰는 것을 말하는데 차분하고 세밀하게 글 쓰는 연습이 안되어 쫓기듯 후다닥 써 내려가는 나쁜 습관을 수업을 통해 고치고 싶다.


악기와 운동화와 공책이 각각 들어 있는 가방 네 개를 요일마다 오전 오후로 바꿔 들고 다니며 바쁘게 보내고 있으니 지루하기만 하던 겨울이 벌써 지나가고 곧 봄이 올 것만 같다.


오늘 아침에 체육관 지하에서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의 줌바 수업이 끝나고 처음으로 강사가 아는 체를 하며 할 만하냐고 물었다. 신입이 들어와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광란의 줌바 수업이라 곧 그만둘까 봐 그랬는지 몰라도 한 달이 지나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나에게 인사를 한 것 같았다.


나는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비록 허우적거리는 동작에 그치지만 군살 없이 탄탄한 강사의 탄력 있는 춤을 볼 수 있어서 즐겁다. 줌바 댄스가 있는 다음날 저녁에는 무도회에 가는 기분으로 라인댄스를 추러 간다.


평상시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만한 끼와 신명이 내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 요즘처럼 고마울 때가 없다.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으려면 저 둘 중 하나는 필수로 있어야 한다.




한겨울의 취미생활은 춥다.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하고서 딸이 찍어준 뒷모습한겨울의 취미생활은 춥다.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하고서 딸이 찍어준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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