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란 단어를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쓰읍’ 고인다. ‘겉바속촉’이란 말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말 그대로 바싹하게 튀겨진 치킨을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에 즐거워지고 곧이어 입안 가득히 닭고기의 육즙이 밀려든다. 그러면 우리는 치느님을 영접하며 맥주를 찾는다.
치킨은 한 끼를 때우는 식사가 되기도 하고 한밤 출출할 때 생각나는 야식이 되기도 한다. 시원한 맥주가 생각날 때 저절로 떠오르는 안주가 되기도 한다.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치맥’이란 우리나라 말이 등재되었다는데 정작 한국어 사전에는 치맥이란 단어가 올라가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치맥을 이젠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뜻을 알고 사용하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엔 여러 종류의 치킨이 있다. 통으로 튀기는 통닭부터 오븐에 굽는 오븐구이 치킨, 기름에 튀기는 기본 중에 기본 후라이드 치킨. 이 외에도 간장소스, 양념 소스 등에 버무리는 양념치킨, 파가 올라간 파닭, 양파가 올라간 어니언 치킨, 붓으로 하나하나 소스를 바르는 치킨, 튀긴 마늘이 올라간 마늘 치킨 등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없이 많다.
치킨에도 유행이 있어 풍미 가득한 치즈 가루로 버무린 젊은 세대들에게 선풍을 일으킨 치킨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 동안 소주 한잔을 걸친 아빠의 손에 들려 집으로 오는 전기구이 통닭이나 시장 통닭도 있다. 아빠 손에 들린 바스락거리는 봉지 소리는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지게 하기 충분했다.
우린 수많은 종류의 치킨을 접하고 먹고 즐긴다. 어제 먹었어도 다시 먹고 싶은 게 치킨일 만큼 치킨은 정말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나도 치킨을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밥하기 싫은 날 배달시키기 만만한 치킨은 아이들도 환영하는 음식이다. 치킨을 주문하고 배달 오기까지의 시간은 아무리 짧다고 해도 길게만 느껴졌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치킨이 주는 즐거움은 참으로 컸다.
그러던 어느 날. 대기업을 다니던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치킨집을 차리겠다고 했다. 업무 강도가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사실 나도 남편 회사에 불만이 많았다. 주말도 없이 쉴 새 없이 일했고 자주 술을 마시는 분위기도 그랬다. 그로 인해 퇴근이 늦다는 점도 그랬다. 심한 날은 일주일에 5일을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스트레스가 많으니 동료들과 술로 푼다는 남편의 말에 그냥 넘어가곤 했지만 남편의 건강도 심히 걱정되었다. 그러던 차에 퇴사를 한다니 시원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남편은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말리지 못했다. 대신 치킨집에 대해 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 셋을 양육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1호점을 오픈하고 장사는 생각보다 잘 되었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과 남편이 꽤 만족할만한 매출을 올렸다. 처음 시작한 자영업이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소위 오픈 빨도 잘 받아서 3개월이 무난하게 지나갔고 매출은 점점 더 올랐다. 그래서였을까. 남편은 돈이 들어오니 욕심을 부렸다.
가게를 하나 더 차려서 오토로 돌릴 계획이었다. 오토라 함은 주인이 가게에 상주하고 있지 않아도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만으로 가게가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을 말한다. 남편은 2호점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나는 반대했다. 오픈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가게에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내 지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번 꽂히면 무조건 직진만 하는 남편을 말릴 수 없었다.
2호점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여 계약하기로 했다. 사실 걱정이 컸지만, 남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그만큼 남편은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돌아갔다. 1호점은 조리 실장을 새로 구했고 파트타임으로는 남편과 일하던 후배가 계속하기로 했다. 남편의 후배가 상주하니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나를 설득했다.
사연 많은 인테리어가 끝나고 개업식을 했다. 하지만 2호점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매출이 형편없었다. 손님은 없는데 일하는 사람이 세명이나 있었다. 남편이 2호점을 준비하며 1호점처럼 장사가 잘 될 거라는 꿈에 부풀어 아르바이트를 2명이나 뽑았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놀고 아르바이트도 놀고 그런 날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집에서 cctv로 가게를 지켜보던 나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시간은 야속하게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2주가 눈 깜빡할 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