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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Dec 22. 2020

발상을 전환하라 1

1. 이성보다 감성이다.     


'이성을 찾아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라' 늘상 듣는 이야기다. 그러나 의정활동에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국회 대정부 질문이나 5분 발언을 할 때, 각 정당이 나오는 TV토론을 할 때, 정곡을 찌르고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는 경우는 의외로 감성화되어 있을 때다.

전날 밤늦게까지 에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고, 주장의 근거와 논리를 구상하고, 수치와 통계를 외우면 잘 될 듯하나 실제로는 반대였다. 낯선 수치를 겨우 외웠는데 정작 공방이 오갈 때 생각이 안 나면 아무짝에 쓸모도 없고, 당황하기도 한다. 논리적 준비에 치우치면 큰 그림을 놓치거나 쟁점을 부각시키지 못해서 평이하게 끝나면 다행이고 때로는 상대방의 역습에 당하기도 한다.  

    

19대 전반기 상임위였던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할매들, 구사대 폭력을 당한 노동자 심정이 되어야 경찰의 과잉진압을 절절하게 다룰 수 있었다. 

평상시 해당 현장에 가보고 투쟁하는 주민들, 노동자와 밥도 먹고, 회의나 집회에 참여해서 애환을 나눠야 조금이라도 아픔을 알게 되고 분노의 감정도 올라온다.



이 애환과 분노로 심장은 뜨겁게, 질의하는 목소리는 차분하게 하나 하나 짚어나가면 진정성도 있고 문제의 정곡을 찌를 수 있다. 그 결과물로 장관, 경찰청장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방지책도 강구하게 된다.

정홍원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관예우라는 법조계 먹이사슬을 제대로 쳐보자는 심정으로 질의를 했는데 의외로 총리 내정자가 잘못된 관행이라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국정원 청문회에서 국정원 일선 간부들과 달리 유독 김하영은 댓글, 게시글 공작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게시글 제목은 대북심리전 활동으로 포장해놓고 내용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여론조작, 선거법 위반 행위도 파렴치하게 끝까지 발뺌을 했다. 국정원이란 조직이 정말 가련해서 일갈을 했는데 9시 뉴스에 선명하게 실렸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안행위에서, 본회의에서,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을 할 때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전날 밤에 의원회관에서 질의서를 작성하다가 감정이 복받쳐 회관 복도를 하염없이 걷기도 하고 뜬 눈으로 지새기도 했다.

감정동화, 분노와 격정이 의정활동을 썩지 않게 하는 각성제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떻게든 정권을 비호하려고 국정감사를 비롯한 의정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파탄내려고 하였다. 그들은 국민의 대표, 행정부 감시자가 아니었다. 적폐판사가 판사가 아니라 도려내야 할 폐단이듯이 입법부에서 도려내야 할 집단이 새누리당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양각색, 자기 색이 강하고 다 잘났다. 새누리당 의원처럼 보좌관이 써 준 질의서를 읽지도 못할 만큼 무능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바라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핏대를 올리거나 호통을 연발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을 흔들 만큼 중요한 쟁점에는 시늉만 했지 행동을 하지 않았다. 

댓글공작이 밝혀졌으면 관련자 처벌과 국정원 전면개혁, 예산 대푝 삭감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찔끔개혁조차도 못했다. 박근혜가 후보시절 공약했던 쌍용차 국정조사도,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도 모두 물거품으로 끝났다.     

예결위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점이나 전력산업기반기금 과잉지출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민주당 의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국회 전문위원들이 한탄을 할 정도였다. 안타깝고 아쉽게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야수의 감성을 느낄 수 없었다.      


2. 논리보다 직관이다.     


선택이 고민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

논리적 사고나 여러 상황 변수를 검토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무난하다, 그래서 별게 없다. 당연히 재미도 반전도 없다!

그냥 직관으로,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방안을 강추한다. 복잡하지 않고 사안을 통째로 볼 수 있다. 물론 결과도 괜찮다.     


어느 한 쪽이 명확히 더 좋으면 선택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고민될 때,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쉽게 분간이 가지 않을 때는 양쪽의 장단점이 비슷하고 비교우위도 별로 없다는 거다.

현실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직관으로, 일감으로 판단해도 된다. 마음 편하고 스트레스 적어서 일하기에 좋다. 주변도 불편함이 덜 하다. 당연히 성과도 좋다.

설명을 그것도 긴 설명을 해야 할 선택은 대개  식상하고 구차해진다. 당이름도, 정책 브랜드도, 선거구호 모두 그렇다.     


사법적폐 청산투쟁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대북제재 해제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당이 더 잘 할 수 있는 사업, 당만이 할 수 있는 사법적폐 청산투쟁을 중심으로 하되 대북제재 관련 운동도 할 수 있도록 열어주면 된다. 투쟁의 전략적 의의나 결과물도 살펴야 하지만 당의 전국적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요체다.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면 된다.     

창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 하나, 접어야 하나? 정당이 선거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건 권투선수가 링위에 올라가지 않고, 교사가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다. 창원 선거 결과가 걱정되어 불출마하면 어떤 선거든 치를 수 없게 되고, 정치세력으로서 당의 존재감과 생명력은 퇴색된다. 관건은 창원시당이나 경남도당만의 선거가 아니라 당 전체의 선거가 되도록 만드는 조직사업이다.    


내가 본 직관이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이 오병윤 의원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을 내세워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청구를 했을 때 전격적으로 의원단 단식삭발농성을 제안해서 당해산 가처분을 막아낸 주인공이 오의원이었다.

단식을 마치고 회복이 덜 되었는데, 철도노조가 파업을 단행하자 파업지도부를 지켜야 한다며 서대문 민주노총 건물로 달려가 경찰진입을 막아선 인물도 투사 오병윤이었다.

사법농단이 불거지자 이런거 저런거 생가하지 말고 사법적폐의 심장인 서초동 대법원에서 싸워야 한다고 사람을 모으고 농성을 완강하게 밀고나간 열혈강호도 오병윤이었다.

조국사태가 나자, 저런 뽀얗고 잘 먹고 잘 사는 놈은 아닌 것 같다고 계급적 직관으로 일갈하면서 당에 쓴소리를 한 반골도 오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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