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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담 Apr 02. 2024

신안 천일염 같은 존재. 공공기관 '연봉 인상률'

초임 연봉보다 중요한 것

 연봉만큼 중요한 것이 연봉 인상률이다. 초임 연봉만 후하면 무엇 하겠는가.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다면 매년 연봉 확인서를 볼 때마다 씁쓸해진다. 세금을 떼고 실제 통장에 꽂히는 돈을 보면 한숨만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연봉이 낮은 주니어 직급은 실수령액이 월 10만 원도 안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기업은 전년도 실적이 높으면 후한 성과급뿐만 아니라 연봉 인상률도 높다. 하지만 수많은 공공기관은 공무원 인상률을 따라간다. 2023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1.7%였다. 연봉이 4천만 원인 직원의 연봉이 1.7% 인상되었을 때 월 333만 원에서 339만 원으로 약 5만 6천 원 오른다(세전이다). 건강보험 요율이라도 오르면 실제 월급이 3~4만 원밖에 안 오르는 셈이다.

 최근 10년 평균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2.42%다. 그것도 2017년 3.5%를 마지막으로 201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3.0%를 넘은 적이 없다(심지어 코로나 기간인 2021년은 0.9%였다).

 그나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공무원 인상률 +@를 가산하는 기관도 있기는 하다. 이는 공무원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배어있느냐에 달렸다.

 기본적으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기재부에서 매년 하달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따라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문제는 이 지침 내에 그해 인건비 상승률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이 그 지침 내용이며, 본문 중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에 2024년도 인건비 인상률이 기재되어 있다.

2024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기재부)


‘전년도 총인건비의 2.5% 이내’라는 뜻은 성과급을 제외한 모든 급여 항목을 포함해 2.5% 이내에서 편성하라는 뜻이다. 연봉 말고도 각종 수당을 포함한 비율이니 기본 연봉만 따지면 실제 인상률은 더 낮아진다.


기재부 보도자료 (23.12.14)


 23년 12월에 이 지침을 확정 발표하며 낸 보도자료에는 아예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동일하게’라고 되어 있다. 아래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추가 가산이 가능한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가 되고 있어서 추가 가산될 확률은 낮다. 어쨌든 팩트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공무원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향후 나라 경제가 2018년 이전처럼 호황이 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3.0%가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침 상 예외사항


 위의 예외에 해당할 경우에도 추가적인 인상은 공무원 눈치를 보느라 힘들 수도 있다. 전 직장에서 내 업무가 기관 예산편성 담당이었다. 예산을 편성하고 인건비를 인상할 때마다 담당 공무원들과 협의를 거친다. 경영평가를 잘 받거나 우수한 성과가 나면 공무원 인상률에 약간의 추가 가산을 요청하곤 하는데 반응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그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자기들보다 높게 인상하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제도 안 좋은데…’, ‘요즘 언론이 좋지 않아서…’ 같은 말로 둘러대긴 해도 ‘을’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공무원 임금은 ‘공무원 보수 규정’으로 원 단위까지 명시되어 있다. 인사혁신처에서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발표하긴 하지만 여러 대내외적인 이유로 인상 폭이 크지 않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보수 규정은 결정하는 데는 시간도 오래 소요되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도 많으며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필요하다. 반면 공공기관은 보통 각자 기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규정을 개정한다. 연봉 인상에 대해 이사회만 설득하면 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사회까지 올라가기 전에 담당 부처 공무원을 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공무원도 자기 상관들을 설득해야 하고 다른 기관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큰 인상 폭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항공 우주청 설립에 초빙하는 인재들의 연봉과 처우에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임금 구조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호봉제다. 공무원 호봉표를 취준생이라면 한두 번은 본 경험이 있을 텐데 호봉제는 매년 일정액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는 임금 인상률과 별개다. 2024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 2.4%에 호봉 인상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실제 인상률은 더 높다.

 공공기관에서는 현재 호봉제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많다. 문제는 많은 공무원이 공공기관도 호봉제를 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거다. 공무원이 기관과 아무리 밀접해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상대방 연봉과 임금 구조를 직접 물어보기는 어렵다.

 ‘어차피 호봉 오르시니까 추가 가산은 다음에 하시죠’라는 답을 들을 때마다 우리 쪽 테이블에서는 한숨이 나오곤 했다.

 이 지면을 빌어 그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호봉제를 안 쓰는 기관에서는 공무원 인상률 따라가다가 물가 상승률만도 못한 입금 내역을 볼 수밖에 없으며, 공무원은 연봉이 낮은 대신 국민연금 대비 높은 공무원 연금으로 나중에 보상이 돌아오지만, 우린 그런 거 없으니 제발 같은 기준으로 연봉과 인상률을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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