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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My Today Jun 25. 2020

닮고 싶은 마음

SNS와 공구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

오늘도 짬이 나면 일단 인스타그램을 켠다. 습관처럼 후루룩 피드를 남기고 스토리를 누르고 30초 혹은 1분 정도 그렇게 잠깐 딴짓을 하고 난 다음 다시 일로 육아로 집안일로 돌아간다.


내 피드에는 육아, 요리, 여행, 가구 관련 콘텐츠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기 옷, 세제, 음식이나 재료 같은 공구 글이 자주 올라온다. 그런가 보다 하고 별로 생각 안 하고 넘기곤 했는데 안 젠가부터 댓글이 천 개가 넘게 달리고 매달 동일한 날에 공구가 진행되고 몇 시간 만에 마감되는 여러 계정을 보면서 확실히 사업이 구나 비즈니스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공구는 계정 주인이 직접 만든 것보다는 본인 써보고(혹은 써본 걸로 치고) 너무 좋아서(여러분들이 많이 궁금해하시고 원하셔서) 기회를 나누기로 했어요로 시작한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다들 의심 없이 믿고 산다는 것이다. 그 믿음은 어디에서 올까?


인스타로 몇 초간 확인하는 타인의 삶은 깨끗하고 예쁘고 다정하고 화사하다. 그리고 그 몇 초가 끝나고 고개를 돌리면 분주하고 짜증 나고 지친 내 삶이 있다. 그 간극을 매우기 위해 우리는 인스타의 피드를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똑같이 써보려고 한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누구도 이 물건 하나로 뭔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몇 초간 타인의 피드에 빠져드는 것처럼 그 물건은 우리 일상에서 몇 초간의 딴생각, 그러니까 나도 그 사람들처럼 먹고 느끼고 산다 최소한 저걸 쓰는 몇 초는, 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머릿속에는 방금 살림 잘하는 어느 인친 계정의 천연 세제 공구가 가득하다. 그걸 쓰면 우리 집 주방도 그렇게 반질 반질해 질까? 아니다. 우리 집 세탁물도 그렇게 보송보송할까? 아니다. 근데도 가지고 싶다. 그 사진의 깨끗하고 다정한 느낌을 잠깐이라도 가지고 싶다는 꼬리를 무는 생각.


만약 내가 공구를 한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물론 임 도 사지 않겠지만 만약 한다면 제일 어울리는 건 뭘까?


역시... 라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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