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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밀니트 Oct 21. 2023

80년 대생의 방황이 온다.

지오디가 부릅니다, 길.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동년배라면 알고 있을 노래, 지오디(G.O.D.)의 <길>. 이 노래가 처음 나올 때 즈음엔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생이었던지라 가사의 참뜻을 모르고 멜로디만 흥얼댔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들어보니 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사실, 정답을 다 알고 삶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걸 알기 위해 그만두는 사람도 굉장히 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 당신도 한 번쯤은 하지 않았나?


퇴사 후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사직서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겨울 어느 날, 폭설을 뚫고 집 앞 문화센터에서 자녀 교육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사는 전문 심리상담센터의 대표로 10년 임상경력을 보유한 심리학 박사였고, 다양한 사례 컨설팅을 경험한 전문가였다. 사실 처음엔 아이 교육에 참고하기 위해 찾아갔다. 강의를 듣다 보니 아동,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케이스도 많이 보유한 분이셔서, 뭐라도 약간의 힌트를 얻기 위해 강의가 끝난 뒤 실례를 무릅쓰고 여쭸다. 수줍지만 간단히 내 상황을 설명드린 후 성인 적성 검사나 상담도 하는지 문의하니 살짝 웃으며 말씀하신다.


어머님과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
생각보다 굉장히 많으세요.
입시, 취업, 결혼, 육아로 달려만 오다가
뒤늦게 정체성을 고민 들 하시죠.
한번 방문하셔서 검사받아보세요.


영업에 마음이 들뜬 것은 아니다. 내가 주목한 건 앞부분이다. 사실 나만 별종이고 유난 떠는 줄로만 알았는데, 다수의 또래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위안을 얻었다. 할 수 있다면 관련 통계자료라도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안타깝게도 없었다.) 집에 가서 인터넷 포털에 ‘80년 대생’을 검색하니 관련 키워드로 ‘정체성, 나다움‘이란 단어가 자꾸 스친다.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는 누구나 평생 하는 고민이긴 하지만 우리 80년 대생에겐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IMF와 Y2K, 전쟁 같던 입시와 취업, 결혼, 육아. 격정의 시간을 뚫고 20여 년 간 정신없이 대학-취업-결혼이라는 비슷비슷한 ‘길’을 걸어온,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대한민국 소비의 큰 축이 된 이들. 우리는 제2의 사춘기를 맞은 이들의 방황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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