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트밀니트 Sep 26. 2023

질투와 기대는 종이 한 장 차이

결핍의 힘

 보잘것없는 이 이야기가 지금도 수많을 어린 니트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끄적여 봅니다. 결핍 많은 환경에서 살짝 비뚤어질지언정 환경에 불평 않고 내 나름의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던 핵심 이유에 관해.



어릴 적 나의 마음속 베스트 키워드, ‘부러움’


친구와 엄마 부업 도와주던 중 나보다 손이 빠르다고 내 앞에서 입이 닳도록 칭찬받던 동네 친구, 예쁘고 귀티 나서 남자애들에게 늘 인기 있던 부반장, 늘 나를 2등으로 만들었던 반 1등, 나보다 똑똑하고 말을 잘해서 말싸움하면 늘 내가 지는 학교 방송국 아나운서 친구, 시디플레이어와 컴퓨터가 있는 신축 아파트에 늘 웃으며 반겨주는 어머니를 둔 단짝, 평범한 가정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 늘 유머러스하고 당찼던 친구, 부모님이 여기저기 학원 보내서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던 친구, 아파트는 아니어도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집에서 살던 친구들, 사랑 많이 받고 자라 사랑이 많던 중학교 때 펜팔 선배, 언니 오빠들이 있어 어리광 부릴 수 있었던 친구, 나처럼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 않아도 되었던 내 남동생, 남들에겐 모질고 이기적이어도 가족 밖에 모르는 아버지를 둔 고종사촌 언니, 공부도 잘하고 이쁘고 집도 잘 살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적 라이벌.


나라고 뭐 특별했겠는가, 결핍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저 평범한 아이였기 때문에 늘 그들이 부러웠다. 솔직히 질투도 했다. 잘 안되길 슬쩍 빈 적도 있다. 출발선이 한참 앞인 아이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었지만, 당시엔 불평하지 못했다. 우리 불쌍한 부모님. 얼마나 가엽게 살아오셨는지, 당시 얼마나 힘드신지 나는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까지 걱정을 얹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우리 남매를 포기 않고 건강하게 키워준 것만으로도, 두 분이 다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수많은 부러움 끝에 드는 생각.


내가 평범한 집안의 딸이었어도 그들의 매력과 능력을 능가했을까?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건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부러워만 하다 보면 변명거리만 찾고 결국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진 않을까.


외려 오기와 함께 늘 한 가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잘 될 거라는 기대감. 나는 지금 그놈의 노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가진 것이 아닌 내 안의 결핍에 집중하니 오히려 기대감이 생겼다. 도대체가 무슨 말이냐고? 오기가 도진 끝에 망상과 공상을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친구들이 나보다 잘 산다고 미래에도 무조건 나보다 잘 살란 법이 있을까? (확률을 따지면 할 말 없지만)


이런 결핍을 뚫고 내가 더 잘 되려면 도대체 나는 뭘 해야 할까?


다들 뭘 몰라서 그렇지, 진짜 내 매력을 알게 되면 다들 반전이라고 깜짝 놀랄걸?


우아 저 친구 멋지다, 정말 대단해. 저 친구도 했는데 나라고 못하란법 있을까? 희망이 생긴다. 걔라고 고민 하나 없을까? 힘든 구석 하나 없을까?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않을까? 남들에게 당장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만의 강점이 있으니 두고 봐, 조용히 갈고 닦을 거야.


가난하기 때문에 더 잘 되는 사람이 될 거야.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만 해도 좋았다. 왜인지 그냥 막연하게,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비슷한 게 있었다. 밟힐수록 이상하게 마음속 오기는 더 뻗어 나갔고 ‘일단 해보자’를 외치며 늘 앞뒤 재지 않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몰아쳤다. 누가 뭐라고 떠들건 꿋꿋이 공상했다.


아 몰라 나는 다 모르겠고, 너네는 그냥 떠들기나 해. 나 혼자 조용히 움직이고 있을 테니. 진리는 변하지 않아. 내가 순수하다고? 네가 멍청한 게 아니고? 지금 날 무시하는 그 눈빛들, 나중에 어떻게 변하나 보자. 난 나만의 길이 있어.




결핍 많고 아픔 많은 이들에게.

이게 제 어쭙잖은 커리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힘겹게 걸어오는 내내 누군가에 대한 시기 질투와 환경에 대한 불평, 불만이 없었다는 것은 쓸데없는 에너지를 누출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더 치열하게 앞만 보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 감정들을 가졌다면 이마저도 못했을 거란 것, 감히 확신합니다. 자포자기 현실적인 자학보단 공상과 망상에 가까운 정신승리가 차라리 낫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내가 못 가진 것을 탓하기엔 너무도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의 귀한 결핍에 기대감을 가져보십시오.




이전 09화 6개월 전 퇴사한 14년 경력자의 솔직한 속마음 3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