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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Sep 20. 2019

제발, 돌 좀 치우지 마세요!!!

중요한 건, 아름답게 나는 거야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아침 등교시간은 아이의 큰 기쁨이다. 7:30반부터 9시까지 등원이 자유로웠던 유치원에 비해 8시까지 등교를 해야만 한다. 자연스럽게 학교 정문에서 모든 애들이 만나게 된다. 첫날 아이는 친구들과 소리치며 인사하며 상기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너무 좋은 날이다!!! 다 같이 만나서 들어가는 거야?!?!”

정문에서 쭈볏쭈볏 보모가 아닌 엄마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스카이를 보았다.

*지난 화 참조 :
https://brunch.co.kr/@mamaian/112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이 스카이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그러나 웃음을 뛴 채 스카이는 힘 있는 발걸음으로 학교로 들어갔다. 아이는 아이들이 보듬는다.




난 이탈리아에서 유년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학교 안 세상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세상을 알게 해 주는 멋진 방법이 있으니, 책이다. 이안이 또래의 아이가 주인공이거나, 청소년을 위한 이탈리아 책을 찾아 읽고 있다.

그 중 얇고 읽기도 편해 몇 번을 반복해 읽은 책이 안토니오 페라라의 [마음의 권리]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총 54조 항 ) 중에서 20조 항을 각각의 에피소드로 풀어나간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의 레오다.

그중 한 에피소드다. (한국 번역본이 없어서 직접 번역한 글이라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점 이해해 주세요.)


30조 : 소수민족 혹은 원주민 아동의 문화(언어, 종교 등)에 대한 권리

학교에서 선생님은 동사의 시제 대해 설명해주셨다. 그때 반 친구인 루치아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생각해봐.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셨다.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가정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나에겐 그 어떤 것보다도 어려웠다. 최선을 다한 아침이었다.
드디어 종이 울리고 우린 급식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샤프란 리소토가 준비되어있다. 죄다 노란색이었다. 나는 물론 반 친구들 모두가 정말 좋아하는 리소토다. 그리고 시금치와 프로슈토 꼬또 (돼지고기 훈제 햄)가 나왔다. 아민은 시금치는 괜찮지만 프로슈토는 원하지 않았다. 나와 가까이 앉아있었는데 프로슈토를 보더니 난감한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아민, 왜 그래? 어리광 부리지 마.”
새로 온 영양사 선생님인 마르찌아가 말했다. “파르마에서 온 프로슈토야 얼마나 맛있는데!” (파르마의 프로슈토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아민은 계속 고개를 저으며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은 채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아민, 알겠지만 접시에 담긴 음식은 다 먹어야 하는 게 규칙이야” 영양사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보세요!! 아민은 무슬림이라고요! 프로슈는 안 먹는다구요!” 지노가 말했다.
“맞아요!! 무슬림이에요!” 그라지엘라가 말했다.
“맞아요!!” 내가 말했다.
“어머! 몰랐어! 얘들아 알려줘서 고마워. 정말 미안하다. 아민!”
“괜찮아요. 마르찌아. 이제 막 왔는데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그리고 마르찌아는 아민을 바라보며 큰 미소와 함께 물었다.
“닭고기는 괜찮니? 아민? 줄까?”
아민 역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테이블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Antonio Ferrara [Diritti al coure] LA RANE, 2016

선생님은 중간에 개입하지 않는다. 아민이 스스로 말하지 못할 때 친구들이 힘을 모은다. 어쩌면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하면 아민은 스스로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몰라서 돼지고기를 준 것이고 이야기하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만약, 용기가 부족하다 해도 함께 이야기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

며칠 전,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 모임이 있었다. 초등학교 교육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탈리아 답게 예술가와 고전 미술에 빗댄 설명이 이어졌다.

(출처 : WIKIPEDIA) 토비야와 천사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공방(1470~1475) 런던, 내셔널 갤러리

(구약성경 토빗기의 이야기다. 라파엘 대천사가 눈먼 아버지를 대신해 길을 떠난 토비야에게 길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여러분, 그림을 보세요. 천사는 소년을 밀지도 끌어당기지도 않습니다. 같이 걸어갑니다. 아래를 보세요.  자갈밭입니다. 천사는 돌을 치워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돌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대면해야 합니다.  그들이 배우고 성숙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오늘의 돌들이 내일은 산이 될 수도 있으니 아이들은 등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교장이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들 소개가 있었고 종교와 공연을 담당하는 줄리아 선생님이 이어 말했다.

여러분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치워주지 마세요. 아이들이 17세 정도가 되면 사춘기가 옵니다. 아이들은 문제가 닥치면 포기하고 외면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실망을 하죠. 하지만 그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탓입니다. 아이들의 돌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어려움을 대면하고 올바른 질문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삶의 방식을 보여 준 적이 없습니다. 나 자신을 깊게 들여보고 생각해야지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를 알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린 삶의 여행을 통해 우리 자신을 알아가야 합니다. 질문은 중요합니다. 질문은 언제나 우리를 더욱 깊이 들어서도록 합니다. 위기는 아이들을 성장시킵니다. 아이들은 어려움과 함께 머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자갈을 빼았으면 안 됩니다.”


제발, 돌을 치워주지 마세요!!!!


지난 주말, 이안이의 반 가족들과 외출을 했다. 어쩌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게 되었는데 종이접기 똥 손 이탈리아 아빠들 사이에게 획기적인 한국식 종이비행기를 선보인 남편은 인기 만점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만들어 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아이는 욕심이 앞서 힘이 들어가고 비행기는 자꾸만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끝내 울음이 터졌다. 아이는 언제나 자신이 제일 잘하고 싶다.

아이가 울자 친구들이 다가왔다. 왜 울어요? 비행기가 잘 안 날아서... 이기고 싶어서 그런가 봐. 그러자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잘 만 날리던 비행기를 보란 듯이 바닥에 내리꽂았다. “이안, 이안, 봐, 보라고! 네가 이겼어!!!”

우는 아이를 달래며 남편이 말했다.


이안,
멀리, 빨리,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아름답게 나는 거야.


written by iandos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주 1회 원고 발행됩니다.

*시즌 1을 책으로 만나보세요.


출간 [로마에 살면 어떨 것 같아?]

 책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7226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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