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날의 여행들은 유독 짙게 여운이 남아 우린 매일 그리워하고 또 다음 여행을 기대한다. 코로나19의 기세는 약해져 이미 이탈리아에선 그 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하다. 여행업의 재개가 피부로 느껴지고 남편도 천천히 가이드 업으로 복귀 중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상으로의 복귀는 다음의 모험을 기대하기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안정된 일상으로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불안정한 여행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여름의 장기간 가족 여행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때에만 확실하게 꿈꿀 수 있었다.
그 무엇도 포기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 무엇도 두렵지 않던 여행이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진정으로.
그 시간을 그리워하던 어느 날, 아들이 적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시를 쓰는 법
1. 아름다운 것을 보면 네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 많이 기억해야 해.
2. 많이 기억할수록 넌 많은 시를 쓰게 될 거야.
3. 아름다운 건 여행할 우연히 만나.
4. 여행을 안 해도 네가 무엇이든 아름답다고 생각해도 돼.
5. 다른 사람의 시를 베껴 써도 돼.
6. 글씨는 틀려도 돼.
7. 시는 뭐든 돼.
아름다운 것을 기억하는 한, 우린 일상에서도 시를 쓰는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우리의 여행 중 우연히 만났던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하는 한, 우리는 매일 여행하듯 살아갈 수 있다. 비록 여행을 할 수 없다 해도 일상에서의 아름다움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여행은 그 마음을 가지기 위한 순례길이었다. 여행을 하기 전보다, 여행을 할 때보다, 여행을 하고 난 후가 더 좋은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였었나?
여행 전, 팬데믹의 소용돌이 속에서 직업도 직장도 일상도 안전도 잃은 우리는 덩그러니 가족만 이 이탈리아에 남아있음이 두려웠다. 우리를 보호해줄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직업도 만들고 직장도 만들고 안전도 만들고 일상도 되살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여행을 떠나 다시 돌아온 것은 제자리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빛나는 보물을 이제는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1년의 순례길이 15박 16일의 캠핑카 여행으로 끝이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와중에도 빛나는 모험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을 순례길에서 찾아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출발점에 섰다.
삶이 새로운 빛깔로 반짝인다.
우린 앞으로 더 많은 시를 쓰게 될 것이다.
그 길이 여행길이든 일상 속에서든,
우린 그 속의 아름다움을
기어코,
발견할 것이다.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