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파냐, 카스텔라바테
캠핑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캄파냐 주의 castellabate 였다. 이탈리아 코미디 영화 [웰컴 투 사우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다. 해변가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까지 거쳐온 캠핑장과 달리 이곳의 캠핑장에 머무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 사람들이었다. 주말 동안 이곳에 캠핑카를 세워두고 친한 이웃들과 해변을 즐긴다고 했다.
지난 여정 동안 너무나 특별하고 특이한 해변들을 만나서인지 이곳의 해변은 다소 평범해 보였다.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여행 마지막 날의 여유를 만끽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데 바다로 들어서니 계속 무언가가 발에 걸렸다. 한 발짝 때기가 불편할 정도로 거대한 바위들이 바다 안 곳곳에 박혀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바위들이 완벽하도록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평평한 바위의 중앙에 완벽한 좌우대칭의 원형 구멍이 뚫려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마을 사람들이 알려주길 이 해변을 따라 고대 로마의 신전이 서 있었단다. 바닷속에 박혀있던 돌들은 신전의 기둥을 받치던 주춧돌이었고 원들은 거대한 기둥이 박혀있던 구멍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어딜 가도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이 이탈리아 땅에 특별하지 않은 해변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해 이탈리아 곳곳을 싸돌아 다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더 엄청난 해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인가!
이안이에게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해주려는데 방금까지 곁에 있던 아이가 사라졌다. 이안이는 낯선 파라솔 아래에서 한 소녀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녀는 할아버지의 휴대폰을 들고 있었고 두 아이는 게임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소녀는 주말 동안 이 캠핑장에서 머문다고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해변의 사람들이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했다. 캠핑장에 조명이 들어오고 캠핑장 곳곳에서 갖가지 파스타 냄새가 피어올랐다. 자연스럽게 캠핑장의 아이들끼리 모였다.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이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그 풍경 말이다. 해 질 녘 각각의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끼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부모들이 부르면 집으로 뛰어 들어가던 그 기억.
아직 마을 구경을 못한 우린, 마을에 들어가 외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을로 걸어가는 이안이의 발걸음이 무겁다. 아이의 시선이 자꾸만 캠핑장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뭔가 말을 하려다 몇 번을 삼켰다. 아이는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 안다. 가족들이 마을 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안다. 동시에 소녀와의 마지막 밤이라는 것도 안다.
"이안, 캠핑카로 돌아가서 거기서 저녁 먹을까?"
"응? 그런데 아직 마을 구경을 못해서..."
"또 여행 오면 돼. 돌아가서 저녁 먹고 친구랑 더 놀까? 우리 밤이 되면 출발해야 해. 내일 아침에 로마에서 캠핑카를 반납해야 하거든. 마을을 보고 돌아와서 바로 출발할 생각인데.... 마을에 안 들어가면 친구랑 있을 시간이 될 것 같아."
"엄마.... 나 캠핑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친구에게 내 게임도 보여주고 싶고..."
"그래, 알겠어. 여보!!! 우리 캠핑카에서 저녁 먹어요!!"
앞서 가고 있는 남편을 불렀다.
"엄마.. 미안해.. 마을 보고 싶을 텐데."
"괜찮아. 엄마는 이곳에 또 오고 싶거든. 생각해보니, 마을 구경은 남겨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우린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이안이는 소녀와 놀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어느덧 우리가 캠핑장을 떠나기로 예정했던 시간이 되었다. 이안이를 부르기 위해 소녀의 캠핑카로 갔다. 그곳엔 캠핑장의 모든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작은 노트북 속에선 애니메이션 루카가 재생되고 있었다. 각자 캠핑카에서 가져온 의자에 앉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면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바라보았고 우리도 의자를 가져와 그 곁에 앉았다.
영화가 끝나고도 감흥이 쉽게 가시지 않는지 이안이는 자신의 가슴을 몇 번을 쓰다듬었다. 아이들이 각자의 캠핑카로 돌아가고 잠자리에 오를 준비를 했다. 결국 우린 자정이 다 되어서야 캠핑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캠핑장을 뒤로하며 달리는 캠핑카 창 밖으로 비치는 마을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였다. 이도는 이내 잠에 들었고 이안이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루카가 말이야 그리고 그 친구가... 아… 모험을 떠날 때 눈물이 날 것 같았어. 정말 멋졌어. 나 로마에 돌아가면 그 영화 또 볼 거."
이안이는 그 밤,
영화 이야기를 했던 걸까?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했던 걸까?
자동차에서 자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 잔뜩 흥분하던 아이가 단 몇 시간이라도 소녀와 함께 있고 싶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떨림을 가진 소년이 되면서 우리 모험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갔다. 앞으로 이 소년이 만나게 될 수많은 감정들에 응원을 보내며.
모험은 끝이 났지만 흥분과 떨림은 가시지 않았다. 무사히 모험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의 기도를 하며.
시간이 지난 훗 날 자신만이 각성할 수 있을 각자만의 성장을 안고 우리의 캠핑카는 밤새 로마를 향해 달렸다. 집으로 돌아간다.
written by iandos
*캄파냐 주, castellabate (카스텔라바테)
: 캠핑장 campo dei Rocchi Area sosta caper
Piazzale dei Rocchi - Loc.Lago, 84048, Castellabate Italy
https://www.campodeirocchi.it/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