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초등학교 성적 평가 기준
초2 딸이 이탈리아어 최하점을 받았는데…
이탈리아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도의 1학기 성적표가 나왔다.
이도는 이탈리아어 작문에서 최하의 점수를 받았다.
이탈리아 성적 평가 기준은 아래와 같다.
이탈리아 성적 평가 기준이탈리아 초등학교 성적 평가 기준
고급 : Avanzato
: 학생은 교사가 제공한 것은 물론 스스로 찾은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여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율적이고 지속적으로 과제를 완료합니다.
중급 : Intermedia
: 학생은 익숙한 상황에서 자율적이고 지속적으로 과제를 완료합니다. 비록 불연속적이고 완전히 자율적이진 않더라도 교사가 제공한 자원이나 다른 자원을 활용하여 익숙하지 않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본 : BASE
: 학생은 익숙한 환경에서 교사가 제공한 자원을 사용하여 과제를 해결합니다. 자율적이지만 불연속적입니다.
첫 번째 단계로 진입 중 : in via di prima acquisizione
: 학생은 익숙한 환경에서 교사의 도움과 제공된 자원을 통해서만 과제를 완료합니다.
수업 후 배운 내용과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 다른 공부들과 연결하여 다양한 과제를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Avanzato (고급), 익숙한 문제안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창의적인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면 Intermedia (중급), 배운 내용 안에서 익숙한 과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기본 (BASE), 익숙한 과제 수행에도 매번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in via di prima acquisizione (첫 번째 단계로 집인 중인 단계)이다.
이탈리아는 2학년과 3학년 사이의 갭차이가 아주 크다. 3학년부터 교과서에서 구사하는 어휘부터 문장 구성의 수준이 상당 수준으로 높아진다. 3학년부터 대부분 시험이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고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 이탈리아어에 관한 전혀 걱정이 없었던 첫째도 3학년을 처음 시작하고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발표가 불가능하니 시험 전 날엔 밤새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해야만 했다. 아이를 몰아세울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아이 교과서의 단어들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아들과 구글 번역기와 사전을 총 동원하여 함께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3학년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담임 선생님의 호출을 받았고 이안의 이탈리아어 어휘가 부족하니 좀 더 이탈리아어에 신경을 써 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둘째 이도는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때까지 완벽한 이탈리아어 문장을 구사하지 못했다. 3학년에 올라가서 감당할 발표, 에세이는 다음 문제였다. 우선은 말만이라도 잘해라, 바라는 마음이었다. 4개월 전, 2학년이 시작된 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담임 선생님의 개인 면담 요청이 있었다. 올 것이 왔다. 담임 선생님과 종교 과목과 아동 심리를 담당하는 종교 선생님이 함께 자리하셨다.
우려했던 대로 이도의 이탈리아어 수준이 화두에 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괜찮지만 3학년부터는 현재 이도의 이탈리아어 수준으로는 정규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예상했지만 직접 선생님의 입으로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착잡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이후 4개월의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의 문장 구조화를 도와줄 언어치료와 일주일에 한 번 이탈리아 대학생 언니와 숙제와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일주일에 한 번 동네 어린이 서점에서 진행하는 미술 수업도 병행했다. 그러나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의외의 지점이었다. 이도가 5살부터 리듬체조를 배우고 싶어 해서 6살부터 리듬체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체조 수업이 3개월이 지날 무렵 학교에서 선수분을 권유해서 주 2회 1시간 반씩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체조학교에서 동료 언니 친구 동료들과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말이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났고 이도의 이탈리아어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성적표에서의 결과는 BASE.
작문(scrittura) 점수이탈리아는 성적표가 나오면 바로 교과 선생님들과의 개인 면담이 이어지는데 성적을 확인하고 가장 빠른 시간에 면담을 잡았다.
면담날,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한 담임이 기쁘게 입을 열었다.
축하해요.
우리가 지난번 만났던 시간 기억하시지요?
4개월 전 그날에 비해 이도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시죠?
이도가 너무 대견해요. 작문을 할 때 실수도 있고 서툴지만 이건, 지금 이도 또래의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 실수예요. 절대적인 기준에 있어서 이도는 BASE를 받았지만 4개월 전에 비해 이도는 눈부시게 발전했어요. 저는 이제 이도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이도는 미소가 정말 예쁘고 밝아요. 학교의 태양입니다. 무엇보다 학습태도가 정말 좋아요. 제가 지시한 것은 반드시 지킵니다. 배운 것은 꼭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친구들을 잘 도와줘요."
"이도가 또래에 비해 이탈리아어가 부족한 것을 알아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도만 두고 보았을 때 정말 많이 성장한 것을 느껴요. 선생님께서 알아주셔서 너무 기뻐요. 이도는 선생님을 정말 신뢰해요. 이안은 어떻게든 숙제를 안 하려고 때론 깜박했다고 거짓말도 하지요. 하지만 이도는 주말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숙제부터 해요.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은 반드시 지키죠. 제가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도에게 살짝 따로 주말에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월요일에 등교하면 주말에 책을 읽었냐고 물어주시고요. 그것만으로 이도는 행복하게 책을 읽을 거예요."
선생님이 미소와 함께 윙크하며 답했다.
"네 꼭 이도에게 그렇게 말해줄게요."
이도의 중간평가 내용이다.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중간 평가 내용[처음 4개월 동안 학생은 상당한 헌신과 지속성을 가지고 집중하여 모든 교육 활동에 관심을 갖고 학습하고 참여하려는 강한 성향을 보였습니다. 학생은 언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목에서 눈에 띄는 학습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학생은 자신의 작업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며 반 친구들과 좋은 협업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폴란드에서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정현님께서 중학생 첫째의 체육 점수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준 적이 있다.운동신경이 제로라서 한국에서 항상 낮은 체육 점수를 받는 딸이 체육 성적표의 모든 평가기준에서 만점을 받은 것이다. 부모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에 면담시간 체육 평가 기준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공유한 평가기준은 4가지였다.
1. 과거에 비해서 기록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
: 과거의 나 vs 현재의 나
2. 코치의 피드백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가?
: 예) 달리기의 본질은 유산소 운동, 체력연마 이에 맞는 호흡법을 코치했을 때 얼마나 반영했는가?
3. 팀 경기의 경우 얼마나 협업해서 플레이했는가? 팀플레이의 규칙을 잘 준수했는가?
4. 동료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었는가?
정현님이 덧붙였다.
체육 수업이라지만
여기서 개인의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1번뿐이에요.
나머지는 모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체육이라는 과목이지만 결국은 '사회성'을 위한 수업이라고요.
이도의 이탈리아어와 폴란드의 정현님이 공유해 준 체육 수업이 오버랩되었다.
몸과 말로 배우는 모든 것이 결국은 삶을 살아가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다. 배움의 본질은 온몸으로 흡수한 배움들이 연결되어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이미 주어졌거나 주어지지 않은 자원들을 발견해 연결하여 활용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삶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출처 | Youtube@로마가족이탈리아 대학생 에미와 함께 숙제를 하던 중 자꾸만 맞춤법을 틀리던 이도,
속상해하는 이도에게 에미가 말했다.
'M'을 적고 싶었어?
틀리는 걸 무서워할 필요 없어.
틀리는 건 평범한 일이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
다정함 속에서 이도는 틀리는 것을 무서워않는 수다쟁이 로마 소녀로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