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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기

걱정보다 많은 것을 얻은 10개월

앞으로 20일 후면, 뱃속에 있던 호랑이가 세상에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임신 후기가 되면서 초기 때 겪었던 두려운 마음이 다시 불쑥불쑥 올라왔다. 손과 발이 퉁퉁 부어, 모든 관절이 아파왔다. 배가 아푸고, 밑이 아푸고, 허리가 아팠다. 신체적인 고통으로 아프다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오는 시기였다. 그리고 심리적 불안감도 최고조로 달리는 시기이기도 했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 사회에 나아갈 일들. 

임신기간을 되돌아보며, 최종기간을 지나는 나를 기록하기로 한다. 제법 순탄했던 시간들이었다. 초반에 노산으로 걱정하던 하혈로 인한 병원 입원은 없었고, 중간에 개복수술을 할 일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를 임신하고, 구글 엄마 캠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함께 의지할 동료들을 만났다. 하고 싶었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던 영양제들을 정리해보았다. 영양제도 웬만하면 잘 챙겨 먹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 임신 건망증도 최소화로 왔고, 변비도 전체 합쳐 2주만 고생하고 잘 넘긴 거 같다. 건망증에 도움을 줬던 오메가 3은 해초류를 기반으로 한 “트리어드 오메가 3 그린”과 변비에 도움을 줬던 유산균은 “이지바울 골드”, “비오플 250”, “프리 락토”, “셀 티아이”  여러 종류를 돌려먹었다. 종합영양제였던 엘레비트와 추가로 먹은 철분제 "훼로바-유”, “다 나음 비타민D 1000IU”도 꾸준히 먹어주었다.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은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을 꾸준히 한 것이었다. 체력적으로 컨디션이 따라줄 때는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모임을 꼭 참여했다. 특히나 여성 창업가나 일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모임은 꼭꼭 참여하려고 했다. 외부활동이 좀 버거워지기 시작하면서는 화상회의를 주로 활용하였다. 구글 행아웃이 지원하는 화상회의는 생각보다 유용하고, 직접 만나는 것만큼 많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 이동시간을 없앰으로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느리게 걸어 다녀 이동시간이 증가되는 것을 막고, 컨디션 난조로 급격히 표정이 안 좋아져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 되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집에서 하루 종일 쉬어주었다. 컨디션에 따라 업무량과 시간 장소를 고를 수 있다면 임산부를 포함한 약자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사무실에 묶여 일할 때보다 더 자유롭게 사고하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  


더불어, 기존의 소비패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창업으로 인한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지면서, 정말 필요한 것 말고는 쇼핑을 하지 않게 되었다. 모던한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 또한 유용한 경험이었다. 아이를 갖게 되면 보통 짐이 3배가 늘고, 차가 있어야 하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에겐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임신기간 중에 모두들 산다는 전신베개는 남는 베개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이를 위한 산모를 위한 특별 아이템들이 요즘 꽤 많이 등장하는데, 오히려 특정 도움을 주는 아이템보다는 우리 가족 전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로 추가 장만하게 되었다. 빨래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건조기와 거의 냉장고 없이 지내던 우리 삶에 냉동고가 있는 멀쩡한 냉장고가 식구가 되었다.  오히려 DIY로 만들게 되는 것들이 늘면서, 삶의 소소한 행복들이 내 삶을 따듯하게 해 주었다. 벌써 애착 인형과 겉싸개를 남편이 만들어주었고, 우리는 그것으로도 충분한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삶의 밸런스란 무엇일까? 비록 15kg이 찐 내가 무겁고 힘들지만, 나는 지금이 좋다. 이 좋은 시절을 더 좋게 만들어가기 위해 훌륭한 기업과 가정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의 나 파이팅! 

(임신은 여성의 삶을 많이 변화시킴으로, 여성 스스로 임신을 결정할 수 있는 여성 주체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뒷받침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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