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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Oct 12. 2023

4-3. 마음의 파수꾼과 안테나를 관리하자

사회 / 수치심, 죄책감 / 인정, 사랑 / 중용

기계는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두려움이나 수치심을 경험하지 않는다.
_레온 빈샤이트(감정이라는 세계)


 

당신의 감정을 기록해 보았는가? 어떤가? 당신이 자주 느끼는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게 하고 피하고 싶은 감정은 주로 어떤 것이었나? 꾸준히 적어보았다면 - 특히 나쁜 기분일 때 -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까?


왜 난 별것도 아닌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위축되어서 수치심을 느끼거나 자책하면서 나를 괴롭히는 걸까? 이런 불편한 감정은 아예 떠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내 기억과 생각 속에서 지워버리는 건 안 되는 걸까?


인간이든 동물이든 감정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당신이 기록한 부정적인 핵심감정도 당신을 보호하고 당신이 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진화한 결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잘 살아온 것이 지나치게 되면, 감정이 오염되고 독성이 쌓이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과 표현, 정당하게 주장해야 할 것마저 못하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성향의 사람이 될 수 있다. 


발산하지 않고 쌓아 놓기만 하면 언젠가는 스프링처럼 눌렸던 갓이 반발하거나 심한 경우 폭탄처럼 순식간에 폭발할 수도 있다.

 

사회적 동물의 감정


인간의 감정은 몇 가지나 될까? 나누기 나름이고, 나누는 방법은 학자마다 다르다. 어떤 학자는 90여 가지 감정으로 세분화한다. 이렇게 많은 감정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어떤 감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까? 


여기서는 공통 감정을 살펴보자. 공통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공통 감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삶이나 인간관계에서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감정으로 정의하자.


공통 감정을 쉽게 비유해 보자. 공통 감정은 마음의 파수꾼과 안테나 역할을 하는 감정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의존해야 하고 교류하면서 살아야 한다. 인간이 의존하고 교류하면서 내재화된 감정들이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 마음의 파수꾼 역할은 하는 대표적인 공통 감정은 '수치심'과 '죄책감'이다. 마음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공통 감정은 '인정'과 '사랑'이다. '인정'과 '사랑'은 공동체 내에 남을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마음의 파수꾼, 수치심과 죄책감


인간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무리와 조직에서 자기 멋대로 하거나, 누군가가 일일이 통제하고 조절해 줘야만 할 것이다. 


인간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낀다. 수치심이나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덜 느끼기 위해 조심하고 경계한다. 가급적 마찰을 피하고 원만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어떻게 시작될까? 주로 유아기나 유년기에 부모나 주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비롯된다. '그런 건 부끄러운 것이야!' '그렇게 하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갈 거야!' 부모는 이런 말들로 아이를 훈계한다. 아이가 부끄러운 언행을 경계하고 교정하도록 알려준다. 


부모나 주위의 지적이 과도하거나,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수치심이나 죄책감이라는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무감해질 수도 있다. 


마음의 파수꾼이 너무 큰 힘을 갖거나 너무 약해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게 된다. 마음의 파수꾼이 너무 강하면 사소한 일에도 잔소리하거나 불쑥불쑥 위협할 수도 있다. 자신을 공격하게 된다. 


파수꾼이 너무 나태해진다면 못 본척하거나 '저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묵인할 수도 있다. 극단은 좋지 않다. 


어떤 행동이나 감정이든 무리나 조직에서 용납하는 수준을 벗어나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외부로부터의 제재가 따를 수 있다. 심한 경우 사회부적응이나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비극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의 안테나, 인정과 사랑


마음의 안테나인 '인정'과 '사랑'은 어떤가? 인간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이다. 특히, 의존성을 지닌 유아기와 유년기에는 무리나 조직에서 남아 있기 위한 조건, 즉 사회적 생존의 조건이다. 


'인정'과 '사랑'은 인간이 유아기 부모 애착으로 시작해서, 유년기를 거쳐 성인에 겪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 즉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지닌다. '인정과 사랑'의 요구의 긍정적인 면은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그가 속한 무리와 조직에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무리와 조직은 유지되고 발전한다. 


부정적인 면은 '인정'과 '사랑'의 욕구가 지나친 경우 과도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좌절감과 우울감, 불안과 두려운 감정이 커질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감정으로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마음의 파수꾼이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조심함으로써 무리와 조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인정'과 '사랑'은 마음의 안테나다. 무리와 조직에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가늠케 한다. 그러나 과하거나 부족하다면 불안, 두려움, 분노처럼 자신을 우울한 기분에 휩싸이게 하거나, 자신을 공격하는 감정이 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는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것으로 '중용'을 말했다. 감정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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