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라는 코끼리가 있습니다. 신체 혹은 정신적으로 부담이나 긴장감을 주는 것을 통칭합니다. 주로 정신적인 면에서 더 자주 사용합니다. 부정적인 어감으로 스트레스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받는 상황도 생깁니다. 한국어로 긴장 또는 짜증이라고 해석하는 걸 보면 우리가 스트레스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있습니다. 지역에 근무하는 중에 본사에 번거로운 교육을 가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지역을 방문해 줄 때 받지 못해서 기회를 놓쳤습니다.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가지 않아도 될 교육을 가게 되어 자책감과 함께 부담감이 밀려옵니다. 생각이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그 물줄기를 돌리기 쉽지 않습니다.
부감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향 때문입니다. 교육은 오전에 끝납니다. 교육이 끝난 후에 본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점식 식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돌아올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걱정을 합니다. 식사 권유가 그들에게 부담은 주는 건 아닌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선택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은 선택의 상황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루 중 많은 선택에 인지의 지름길을 이용합니다. 생각이나 판단을 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합니다. 이것을 습관이라고도 하고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편향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해주는 용어가 편향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려 한다는 말은, 생각이나 판단 혹은 선택을 피하려 한다는 말로 대체 가능합니다. 선택은 주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있을 때 필요로 하는 인지 기능입니다.
한순간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선택의 상황이 해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며칠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샤워 중에 갑자기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번에 만나는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사람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성향이라 만남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부담을 베푼다는 생각으로 전환하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종료하니, 스트레스가 해소되었습니다.
스트레스의 동전이 있습니다. 한쪽은 괴롭고 불쾌하고 부담을 주는 면입니다. 다른 한쪽은 그것을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결정하는 면이다. 이 동전의 한쪽에는 '회피', 다른 한쪽에는 '선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