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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음 Feb 24. 2018

[시즌 1] 5. 네 번째 걸음

시드니 하버 브릿지 위에 서 있는 스물 여섯 아름이에게

아름 사원, 신나지? 
입사 후 첫 휴가, 꿀맛 같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정말 싫은 기분이지?

낯선 환경,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자리 잡느라 애쓰고 고생했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상 줄 수 있는 너의 용기를 칭찬해.

아마도 너는 아직까지 회사에서 ‘사원’보다는 ‘신입사원’으로 불리고 있을 거야. 운이 좋으면 신입사원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알려주는 멘토가 있겠지만 운이 없다면 ‘신입사원 상식사X’ 같은 책을 찾아봐도 눈칫밥을 면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겠지. 혹시 후자의 경우라면 조금이라도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언니는 스물 다섯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 회사라는 공간에 대해 알려줄 직장인이 주위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이겨내려고 이런 저런 책을 찾아서 보고, 인터넷에서 여러 글을 읽어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어. ‘인사성이 중요하다’, ‘밝은 얼굴로 항상 웃어라’, ‘회식 준비 같은 기본부터 시작하라’ 등등의 기술(skill)적인 조언은 많이 읽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면할 수는 없었어.

5년이 지난 후에 보니, 언니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첫 출근 날을 맞이했었어. ‘왜 이 회사인가?’, ‘나는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퇴사하기 전까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먼저 접했다면 그 답을 구한 후에 회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도 이 부분이 아쉽게 느껴져.


‘왜 이 회사인가’에 대한 답을 통해 소속감을 찾고, ‘나는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는 답을 통해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퇴사하기 전까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통해 회사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야 힘들고 지칠 때에 위기를 원만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언니는 알지 못했어. 



최종 합격 통보를 받는 순간 가슴이 뿌듯하고 새 출발에 대한 설렘과 소속감이 마음에 가득 차더라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점이 있어. 머지 않은 미래이던, 좀 더 먼 미래이던 언젠가 한번은 그 회사를 나오는 순간이 온다는 점이야.
 
언니가 모든 후배 사원들에게 필독서로 권하는 만화 ‘미생’에는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야’라는 대사가 있어. 경험 상,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의 삶이 준비되지 않은 모든 ‘미생’에게 바깥은 실제로 ‘지옥’이지만 준비된 ‘미생’에게는 퇴사가 ‘천국의 문’이 되는 경우도 종종 지켜봤어. 회사의 문 밖으로 벗어났을 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자금을 모아두고, 스스로의 힘으로 창직(創職)하거나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업무 역량과 기술을 갖춘다면 퇴사는 자유로 향하는 해방구, 천국의 문이 될 수 있을 거야.

아름이도 신입사원 시기부터 퇴사 전까지의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퇴사 후의 ‘미생’인 스스로를 대비해서 회사 생활을 알찬 성장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가길 바래.





'실패의 자유'는 막내살롱 주인장인 저의 20대를 돌아본 자전적 독립출판물입니다.

서른 살 언니가 된 제가 20대의 저에게 꿈, 사랑, 취업, 회사생활, 이직 등에 대한 조언을 남기는 편지글로,

'월급봉투의 두께가 행복의 크기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의 산물입니다.

 

앞으로도 모든 취업준비생(예비 막내)과 직장인(현직 막내)의 행복한 회사생활을 위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막내살롱 마담 리와 이야기 하고픈 모든 막내님께서는 youngestsalon@gmail.com 으로 메일 주세요.


현직 막내와 예비 막내의 모임터, 막내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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