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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워커 Jul 13. 2023

상반기 업무 리뷰하기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일

분기가 바뀌고 한 해의 절반이 흘러갔음을 문득 깨달았다. 회사에서 보내준 중간 체크인 알람 덕분이다. 기존에는 상/하반기 연 2회에 걸쳐서 업무 평가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부분이 간소화되면서 상반기에는 리더와 1:1 면담을 간단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절차가 간소화되어서 좋긴 하다. 하지만 연말에 한 번 진행하게 되면 일 년의 평가를 몰아서 하기 때문에 하반기 업무만 강조되고 상반기 성과는 간과되기 쉽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내서라도 상반기 리뷰를 촘촘하게 진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회사를 다닌다는 건 에너지가 매우 많이 드는 일이지만 혼자서라면 절대 안 했을 것들을 회사 시스템 안에서는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장점이 있다.



STEP 1: 타임라인 순으로 수행 업무 나열하기


1:1 면담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팀 노션 프로젝트 보드를 보면서 내가 담당했던 업무들을 뽑아서 시기별로 나열해 보았다. 상반기에 쳐낸 업무는 대략 6개이고 크든 작든 한 달 평균 1개의 업무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개수 자체는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기마다 프로젝트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경우에는 버거웠다.


특히, 제휴 같은 경우에는 미팅만 여기저기 다니고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들도 꽤 많았다. 큰 플랫폼들은 단순 트래픽 바터보다는 업계에 회자되는 재미있는 브랜딩성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그냥 재밌어서 해보는 프로젝트는 그래서 어떤 수치를 만들어 낼 건데? 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아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저, 여러 회사 돌아다니면서 리프레시했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a.k.a 사옥 투어 프로젝트)

STEP 2: 프로젝트 별 투입 리소스 정량화 해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였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는지를 노션에 리스트로 거의 일기처럼 적어두곤 한다. 아니면 준비 진행 뜨레드를 파서 쭉 훑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방법을 쓰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셀프 리마인드 시킬 수 있고 업무 개선 포인트를 발견하기에도 좋다. 

내가 개선하기 어려웠던 점은 다음 사람들이 개선할 수 있게 편지도 남겨준다...

노션과 슬렉을 보면서 나름 나만의 리소스 투입량에 대한 기준을 세운 후에는 'select' 드롭 다운 메뉴를 통해 이모지 갯 수로 리소스 투입량을 선택해 주었다. 슬렉 트레드에 달린 댓글 개수와 정비례하는 부분이다. 가장 많은 리소스가 들어간 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리소스가 시간과 에너지 소모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다만 제휴는 커뮤니케이션 툴이 제 각각이기 때문에 정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회사마다 다른 툴을 써서 Comm. 환경 자체에 허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어떤 회사의 어떤 담당자가 배정되느냐도 큰 변수로 작용하는데 그래도 올해 진행했던 제휴 담당자들은 빠릿빠릿하고 센스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믿고 있다.


STEP 3: 프로젝트 별 비즈니스 임팩트 리스팅하기

각 프로젝트의 수치적 성과를 하나씩 가져와서 적어준다. 거래액 증대 목적 프로젝트도 있고 제휴를 통한 트래픽 바터도 있고 단순히 시도에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들도 있고 각자의 목적이 달라서 1:1로 비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사실 비즈니스 임팩트를 가져오는 건 결국 그 일을 해서 회사에 얼마를 가져다줬는데? 에 대한 대답이다.


비즈니스 임팩트가 나의 성과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면 큰 프로젝트만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맡느냐가 평가를 잘 받고 못 받고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누가 해도 성과가 잘 나오는 업무는 누구나 맡고 싶어 하고 누가 해도 성과가 잘 안 나오는 건 하기 싫어하게 될 텐데...


결국 리더가 구성원에게 특성에 맞게 골고루 업무를 잘 배분해 주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STEP 4: 투입된 리소스와 비즈니스 임팩트가 다른 이유 생각해 보기

비즈니스 임팩트와 이 전 단계에서 작성한 리소스가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여러 번 해왔던 치트키 같은 방법론을 적절한 시기에 써먹으면 손쉽게 성과가 찍히고, 반대로 새로운 시도 같은 경우에는 리소스는 오지게 많이 드는데 임팩트는 아주 미미한 경우들도 많다. 이런 미미한 프로젝트를 했을 때는 '시도'에 대한 가산점이라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되짚어 본다.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면 어떻게 하면 이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낮추고 자동화할 수 있을지? 회사 시스템에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은 없을지 생각해 보는 거다. 


이렇게 리뷰 테이블(상반기 업무 Recap)을 만들고 나면, 내가 잘하는 점 / 개선해야 할 점들을 뽑아내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어떤 부분을 해보면 좋을 지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이 뻗어나가기가 한 결 수월해진다.




상반기/하반기 리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밀린 방학 숙제를 하는 기분이다. 개학 전달 벼락치기 하던 그 습관이 어디 가질 않는다. 자발적으로는 어려울 테니 이런 리뷰를 한 달 단위로 더 쪼개서 진행하자고 해볼까 싶다. 


벼락치기의 삶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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