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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Apr 04. 2020

식당이면 안 되나요? 이타미 준의 골프 클럽 하우스

제주 공간 여행

*핀크스 골프 클럽 및 퍼블릭/멤버스 하우스 홍보 글 아닙니다. 

  이곳은 '19년에 방문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수명이 있다.

태어남이 있고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건축물에도

수명이 있을까?

있다!

아파트 재건축을 예 들면 적당하겠다.


그렇다면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예술과 같은 건축물의 수명은

언제까지라고 봐야 할까?


늙은 아파트와 똑같이

허물어야 하는 때가

예술 작품 (건축물)의 수명이 다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제주도 서귀포 안덕면에

건축가 '이타미 준'의

'핀크스 골프 클럽 퍼블릭 클럽 하우스'와

'핀크스 골프 클럽 멤버스 클럽 하우스'가 있는데,

(그 유명한 '포도 호텔' 근처다)

이 건축물을 보면서 든 감상이

'예술 작품의 수명'이었다,



'핀크스 골프 클럽 퍼블릭 클럽 하우스'는

찾아가기마저 편하지 않다.

대중교통으로 아예 접근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자동차가 있어야 편하다.


골프를 잠깐 배웠으나 즐기지 않는 내가

골프 클럽 하우스를 찾은 이유는

정말 단순하게 '이타미 준'의 작품을

감상하려는 목적뿐이었다.



'핀크스 골프 클럽 퍼블릭 클럽 하우스'는

1998년에 지어졌는데

'제주도'의 지형에 영감을 얻어서

21세기를 향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혹 사진을 못 찍게 하거나

 건물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하면 어쩌지?'


걱정에 걱정을 더하며 찾아간

'핀크스 골프 클럽 퍼블릭 클럽 하우스'는

다소 황량한 분위기였다.





'지붕 위의 저 돔이 제주도 지형을

 본 따 지은 것인가 보다.  

 한라산 모양 같기도 하고...' 


'수풍석 박물관처럼 적송을 썼구나,

 적송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래지는데

 이타미 준 아저씨는 왜 자꾸 적송을 썼을까?'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데 내가 모르니

 보이는 게 없구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클럽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

내부는.....식당이었다.



천정을 올려다봤다.

밖에서 봤던 그 돔이 보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흰색 구조물이 아름답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이 건물을 지을 때는

 퍼블릭 골프 클럽 하우스로

 쓰일 것을 생각하며 설계했을 텐데

 이제는 식당으로 쓰인다면

 당시 건축가의 의도는 사라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건물은 수명이 다한 것 아닐까?'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 하여

식당으로 쓰이면 안 된다고 할 수 없다.

식당을 폄하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씁쓸했다.


식당으로 쓰이고 있다 하더라도

이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다면 괜찮았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찾아간

'핀크스 골프 클럽 멤버스 클럽 하우스'는

퍼블릭 클럽 하우스의 길 건너편에 있다.


멤버스 클럽 하우스의 외경을 보는 순간

이제야 이타미 준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풍석 박물관에서처럼

제주의 자연에 흠뻑 젖어 있는 건축 작품은

아름답다.



단층 건물이라서 그렇겠지만

가로로 쭈욱 뻗은 수평선은

땅의 수평선과 조화를 이루며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는 느낌을 준다.


안으로 들어갔다.


"저... 건축물 촬영하는 여행 블로건데요,

  이 건물이 이타미 준 선생님 작품이라서요

  내부 촬영해도 될지요?"

"고객님들이 계셔서 안됩니다"


모 기업에서 운영하는 멤버스 클럽이라서

내부 촬영이 안될 것이라 예상은 했으나

그래도 단칼에 안된다는 말을 들으니 서운했다.


'멤버스 클럽 하우스 건축물은

 원래의 건축 의도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이 건물이 끝까지 골프 클럽 하우스로 운영된다면

 이 건축물은 영원무궁한 삶을 사는 것일까?'



답을 구할 수 없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멤버스 클럽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해서 제주의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끝은 있지만

또 다른 나무, 또 다른 풀이 있기에

자연이란 불로장생 같다.

그러나 건축물의 끝이란 무엇일까?

여전히 궁금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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