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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Oct 17. 2020

생애 최초, 해파리에 쏘인 날_코미노 섬 뺑뺑이

레몬 블루 몰타

사진 촬영 여행을 재미있어하고  

블루 레몬 컬러 찾기가 아무리 좋다한들

지중해의 태양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은밀하게 그러나 과감하게 진행하던

코미노 블루 라군에서의 촬영을 멈추고

다음 일정을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추자도의 절반 크기인

코미노(Comino) 섬에 사는 사람은

2~3명, 1가구 정도에

상업시설이라고는 호텔 하나가 있는데

여행 성수기에만 연다고 들었다.

다시 말해, 5월~8월 외에는

거의 무인도 수준.

블루 라군 외에 더 볼 게 있을까 싶은데

저어기~ 멀리

'루빅스 큐브' 장난감처럼 생긴 건물과

또 다른 블루가 보인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저곳은 '세인트 메리스 타워'인 듯하다.

예전에 기사단이 몰타를 지키던 시절에

해적을 감시하던 탑이라 한다.

근처의 푸른 바다는 '크리스털 라군'인데

'블루 라군'보다 경치가 좋다는 평이다.


'가 볼까? 왕복 한 시간 남짓 걸리려나?'

너무너무 너어무~ 뜨거운 데

비치파라솔을 구입하지 않는 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그늘>은 없다.

아~ 코미노 섬은 자연마저 자본주의구나...


'에라, 모르겠다. 가 보자'

블루 라군을 뒤로하고

무슨 전장에 나가는 장군이라도 되는 양

땡볕 속으로 뛰어든다.


길 잃을 염려는 없으니

 '세인트 메리스 타워'를 바라보며

길을 따라 무조건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풍경을 촬영한다.


물구나무서서 걷는 남자와

그걸 찍고 있는 여성,

사람별그램에 올리려는지

아님 튜브에 올리려는지

재미있는 장면이기는 하나

SNS가 사람 망쳐 놓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보면 그냥 못지나 간다던가?

바다가 보이는 바위 구멍을 보자

털퍼덕~~ 땅바닥에 앉아

비장한 마음으로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구멍을 응시한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총을 쏘듯

찰칵 찰칵 찰칵 슈팅한다.



잡았다 요놈~!

오래지 않아 내가 원하는 장면이 걸렸다.

마치 바위로 만든 액자처럼

구멍 안에 배가 위치하는 것이었다.

모터보트를 탄 사람이 빨간 옷을 입어

푸른 바다에 방점 하나 찍은 듯도 하다.


세인트 메리스 타워 (It-Torri ta' Santa Marija)
옛날 옛적에 병원이었다 한다 (Abandoned Isolation Hospital)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던 '세인트 메리스 타워'에.

꼭대기에 올라가면

코미노 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광대한 '블루'가 펼쳐질 것으로 상상했는데

문이 닫혔다. 이런 젠장!

근처에 요새 같은 건물이 있는데

예전에 병원이었던 곳으로 지금은 사유지라 한다.

주변에 식료품 가게 하나 없는데

저런 곳에서 지금도 사람이 사는지 궁금하다.


크리스털 라군 Crystal Lagoon


크리스털 라군 (Crystal Lagoon)은 뭐랄까...

물 빛은 블루 라군과 비슷하나

사람보다 배가 더 많은 것 같다.

배를 갖고 오지 않으면 수영하기도 힘든 곳.

경비를 아껴 써야 하는

나 같은 평민 여행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귀족 티가 줄줄 나는 곳이라 해야 할지.


블루 라군


블루 라군으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아직도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


나는 블루 라군 푸른 물에

텀벙 텀벙 뛰어들기로 했다.

수영은 무려 20년 전에 자유형과 배형을 배워

몇 번 해보지도 못했고

사십몇 년을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해수욕이란 걸 해보지 않은 터라

인생 처음으로 바닷물에서 노는 데

대한민국 어디가 아니라

지중해의 몰타(Malta) 하고도

코미노(Comino) 섬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사진은 못 찍었다.

한국에서 수영복은 챙겨 왔으나

핸드폰 방수 케이스는 준비하지 않았고

수백만 원씩이나 하는 카메라 하우징은

구입할 엄두조차 못 냈기 때문이다.


나중에 호텔 방에서 찍은, 해파리에 쏘인 팔목


수영이라 할 수도 없이

발이 닿는 수준의 지역에서 물장구 치고 있는데

어느 순간, 팔목이 따끔따끔하고 가렵다.

팔목을 보니 다시마 줄기 같은 것이

더덕더덕 붙었는데 잘 떨어지지 않는다.


당시에는 그게 뭔지 몰랐는데

고조 (Gozo) 섬에 돌아와 

약국에 가서 보여줬더니 해파리에 쏘였다 한다.


생애 최초 해수욕,

생애 최초 해파리에 쏘임,

두 경험을 한꺼번에 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코미노 섬 일부


코미노 섬에서 나오는 배편 중에는

추가 눈요기 프로그램이 있는 배가 있다.


내가 탄 배는 코미노 섬을 떠나

크리스털 라군으로 간다.



아까 촬영했던 그 바위다.

좌측 사진은 내가 배 위에서 촬영했고

우측 사진은 아까 타워로 걸어갈 때

찍어 두었던 사진이다.

좌측 사진에 찍힌 남성이

내가 탄 배를 바라본다면

아마도 우측 장면처럼 보였을 것이다.


모히토 칵테일, 스마트폰으로 찰칵~~ 남들 다 이렇게 찍길래 따라 찍었어요


하루 종일 코미노 섬에서

사진 찍으며 잘 놀았다.


은밀하게 '블루'를 촬영하고

땡볕 쬐며 코미노 섬 뺑뺑이 돌고

생애 최로 해수욕하다가

생애 최초 해파리에게 쏘였다.


나는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팁톡(Tip Talk)***


□ 라커 (관리인 있음)

- 코인 라커 (17시 30분까지)

   작은 라커 5유로

    (카메라 가방 하나 넣으면 꽉 참)

   큰 라커 8유로

    (큰 바구니에 넣고 사람이 지킴)


□ 코미노 물가

- 생수 500ml : 1.5 유로

- 모히토 칵테일 : 10 유로

  (잘라낸 파인애플 속살은 달라고 해야 줌.     

    치사빤스 빤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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