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지는 삶으로 완성된다
덥디더운 나날 속 바쁘디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기록하고, 잠들기 전에 하루 동안 내가 마주했던 일상과 나를 찾아온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곤 했다. 이런 하루가 내 하루의 기본값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해야 할 일들만 겨우 적고 그것마저도 하지 못한 채 지나는 날도 있다. 분주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오늘 해야 했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다 마치지 못하여, 깜깜한 밤을 넘어 새벽을 맞이하곤 한다.
어제도, 그제도 세 시 넘어 잤다. 방앗간 출근한 뒤로 열두 시 전에 잠든 날보다 한참 후에 잠든 날이 훨씬 많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할 일이 계속 많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일을 해도 해도 새로운 일이 생기고 또 생긴다. 그렇다고 남 탓을 할 수도 없다. 강요한 사람도, 등 떠민 사람도 없다. 다 내 선택이다. 그나마 방앗간이 주 5일 제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계속 과부하 상태임을 체감하지만 어쩌지 못하고 그때그때 시급한 사안이 끝나기만을 고대했다.
긴장과 불안 그리고 피로와 수면 부족 상태라 휴무일 중 하루는 하루 종일 오프 상태로 몸을 방치한다. 하지만 고장 난 배터리처럼 충전을 해도 금방 방전이 되는 기분이다. 그래도 지난 수요일 지난 6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진행했던 <전주출판학교>에서 내 파트가 끝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람들 앞에 서서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예상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매주 강연을 하는 일만도 버거운데 참여자가 보내오는 원고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확인한 후 정제된 이야기로 피드백을 해야 했다. 지금도 강연은 끝났지만 확인해야 할 원고가 세 편이 더 있다. 강연 마지막 날, 사람들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다른 누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됐다. 그래도 그래도 한고비 넘기고 다음 턴이 오고, 여러 가지 일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 깊어지고 넓어지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는 ‘브랜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정작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답은 모호하다. 아니 그저 잘 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위한 브랜드가 아닌 그저 잘 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 잘 훔치는 것 또한 능력이라는 내용의 숏츠를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 탐탁지 않았다. 물론 그 숏츠 자체의 문제는 전혀 아니다. 좋은 것을 보고 따라 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나 알맹이는 빠트린 채 껍질만 취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또한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정보가 귀했던 과거엔 정보가 곧 권력이고 돈이 되는 수단이었다. 그에 비해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은 정보가 아닌 다양한 정보를 자신만의 관점과 안목으로 편집하여 송출하는 것이 권력이 되고 돈이 된다. 그러니 점점 더 중요해지고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편집력이다. 자신만의 컬러를 가지고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정보를 편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편집력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진정성’과 ‘고유성’이라 답하고 싶다.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진심이다. 편집력은 자신만의 관점이고 그 관점을 기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절대적인 시간이 요구된다. 옷 잘 입는 사람이 가진 아이템 몇 개를 따라서 구입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브랜드든 공연이든 작품이든 결국엔 하나의 메시지고, 그 메시지 전달이 관건이다. 좋은 브랜드든 좋은 작품이든 사업자나 창작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는가와 그 메시지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그것을 전하는 사람의 삶으로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일지라도 메시지 발신자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힘은 지속될 수 없다. 지난 수요일, <출판학교> 마지막 날 참여자분들에 전했던 여러 이야기 중 일부다. 삶이 곧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요즘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 또 하며 내 삶을 다잡는다. 이게 내가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