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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an 23. 2018

설익은 꽃은 떨어져도 열매가 없다

#동백


아직 봄은 먼데 남도의 동백은 이미 피었다 지고 있을 터이다.

새해를 맞이한 후 아직도 야생의 꽃을 보지 못했다. 입춘이 먼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남도는 햇살 바른 곳에서야 사시사철 꽃이 있고, 한겨울 추위를 벗 삼아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비파와 수선화 동백, 그리고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던 냉이와 지난가을의 삶을 이어가던 해국과 갯쑥부쟁이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꽃들이 겨울 속에 피어있다.


동백꽃 질 무렵, 그렇다.

지금은 동백꽃 질 무렵이다.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피어난 꽃은 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맺히니 꽃이 졌다고 아쉬울지언정 슬퍼할 일은 아니다.

낙화의 아픔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지는 꽃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고언이 아닐까?

스스로 아픔과 고통을 겪어가며 몸으로 하는 말이라는 의미에서 고언 말이다.

고통의 언어로서의 고언, 그러나 번지르르한 설익은 말이 아니기에 가슴을 울리는 그런 말을 낙화하는 꽃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설익은 꽃은 떨어져도 열매가 없다.

문득, 설익은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과 그에 편승하는 나를 돌아본다.

온전히 익은 말만 하겠다고 작정을 했더니만, 평생 글 한 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는 사실 누구도 알지 못한다.

누구나 그때가 언제인지 알고 싶으나 그 날이 도적처럼 임한다는 말은 진리다.

그러므로,

그때가 언제인지 알고자 하는데 우리의 삶을 낭비하지 말고, 그때일지도 모를 오늘을 제대로 사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터이다.


까르페 디엠! Carpe Diem!



동백은 떨어졌으되 울지 않는다.

더 환하게 웃는다.

그가 가야 할 길을 몰라서 웃는 것이 아니다.

떨어진 꽃의 운명을 몰라서 웃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자신을 가장 동백답게 하는 것은 우는 것이 아니라 웃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체득했을 것이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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