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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May 26. 2024

결정의 어려움: 이게 맞겠지?

어른용 성장

전제: 지혜로운 결정,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지혜는 남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안드레 지드


상황: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의 어려움.


최근 어머니의 곱창 매장 운영 결정에 따라 옆에서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에 의견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리는 판단과 결정은 어머니, 즉 사장님의 몫이기에 저는 보통 질문을 받을 때에만 답하곤 합니다. 그러다 고민을 듣고 이에 대해 또 하나의 생각을 먼저 공유해 드린 경우들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어려워하시는 경우였습니다. 대표적인 상황 5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며칠이라도 공사 완료 일정을 앞당길 수 있어요?" (인테리어 팀과의 미팅 중)

"그보다는 오히려 며칠 늦어지더라도 상호 협의된 항목들을 꼼꼼히 확인하셔서 공사 잘 마무리해 주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인테리어 팀에서 몇 주 내로 완공해 주시는 결과물, 즉 매장이 어머니가 앞으로 몇 년간 매일 사용하시는 사업의 공간이니까요. 혹시나 급하게 진행하다 누락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 소요(비용 및 작업 시간)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 "홀에 설치할 새 TV를 고르고 있어."
"식당은 주로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 공간이니 굳이 새 장비가 필요하다면 주방에서 자주 쓰는 도구를 새 걸로 교체하시고 TV는 중고로 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이미 직원을 뽑아서 새로운 지원자는 굳이 안 만나도 될듯해."

"직원은 얼마든지 그만두거나 예상보다 무책임하게 일을 대할 수도 있으니 우선 다 만나보시는 게 어떠실까요? 한 분씩 만나서 그분들의 이전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할 수도 있고, 주말과 같이 일손이 부족한 상황, 갑자기 직원이 그만둔 상황이 되었을 때 언제든 다시 연락해 의사를 물을 정도로 관계를 유지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 "가게 전화번호의 뒷 번호를 이전 우리 집 번호로 변경했어."

"가게의 전화번호는 손님들이 쉽게 기억하고 전화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이기도 하니 처음 인터넷 가입 업체 직원이 제시해 준 x77-x777이 더 나은 선택 아닐까요?"        


- "홀 내부 빈 공간에 '곱창', 이 두 글자가 계속 채워지면 좋겠어."

"이미 내부에 곱창 사진만 6개가 들어가니 차라리 '작은 배려'와 같은 문구를 액자에 넣어 빈 공간에 거시는 건 어떠세요? 새 매장을 연다는 건 지역 내 이미 운영되고 있는 다른 경쟁 매장에 가는 손님을 가져오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아요. 그분들의 한 달 외식비의 한계는 정해져 있을 테니 한 번 온 손님이 재방문하도록 만들려면 가게의 '태도'를 표현해 차별화를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 같은 운영 철학이나 가치 제안을 표현한 문구도 고려해 보시죠."


현상: 상대적 상황에서 돌아보는 결정의 타당성.


막상 적어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뿐이죠. 그런데 왜 결정을 해야 하는 각 상황 속 당사자에게는 이 같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를 자신의 경험이라는 단 하나의 세계에서의 측면만 고려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공사 일정을 앞당기는 요청은 예비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의견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하루 만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니 장기적으로 운영해 가는 대략 1년 반 뒤의 사장으로서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불필요한 위험 부담은 최대한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 어머니는 그동안 집에 놓을 TV를 사신 경험으로 인해 으레 새 TV를 사야 하나 보다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 신규 매장의 운영이라는 점에서 기분상 새 TV 구매를 고려하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집이 아닌 매장에 설치되는 TV이며,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TV 시청은 제공되는 핵심 가치에서 다소 떨어진 부분입니다. 같은 비용을 들여 중고 TV를 선택하고 새 밥통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 사업이 진행될 때 하나하나의 요소 및 상황에 책임지고 마주해야 하는 건 사장 한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 명의 직원과의 감정적 교류나 인정에 호소하는 선택지만 남겨두기보다는 미리 다양한 인력을 확보해 두시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전화번호의 본래의 기능이 무엇인지 상기해 보면 어떤 번호가 더 나은 선택일지, 나아가 인터넷 가입 업체 직원이 나름의 배려를 해준 점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행운을 뜻하는 7만 다섯 개입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마음을 써 준다는 건 감사한 일이고 좋은 기운을 유지하는 길입니다.


- 지역 내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음식 자체는 큰 차이가 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매장에 오는 손님들을 어떻게 대하겠는가의 '태도'를 미리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알려 매장 내 작은 경험들을 통해 이 태도가 진정성 있는 약속이었음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매장의 성공은 재방문자를 많이 늘리는 데 달려있으니 그분들이 오면 올수록 '팬'이 되게 할 수 있는가가 장기적으로 그리고 당장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를 구체화하는 주요한 질문이 됩니다. 어머니는 이에 대해 컵라면 무료 제공이라는 실천을 결정하셨습니다.

가게의 진심은 맛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서 전달됩니다. 진심은 내 안에서의 진정성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진정성이 상대에게 전해지려면 다양한 실천의 경험에서 체감되고 납득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목에 '나를 존중해 주세요'라는 팻말을 붙이고 다닌다 합니다. 존중의 '태도'를 먼저 정해 알리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매장을 맛 하나만으로 이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생각: '의미 있는가'를 두 번 질문해 보기.


작은 매장의 사장이라 해도 내리는 의사 결정은 이후에 관련 작업자들이 어떻게 이 투자한 비용을 소요할까를 결정짓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니 결정은 신중해야 하고, 자신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과 결정에 대해 또 하나의 기준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 결정 시에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세계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사업은 고객의 세계와 사장의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입장과 상대의 입장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남 생각 잘하기'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같은 상황 속 사장과 손님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이를 비교해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각 세계에 선 존재로 스스로에게 최소 다음 두 번의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이 결정의 결과가 내게 의미 있는가?"


- 공사 일정 변경 요청:
빨리 장사를 시작하고픈 예비 창업자의 입장 vs 1년 반 뒤 어느새 일이 익숙해진 사장님의 부담 vs 계약 사항을 하루빨리 완료하기 원하는 인테리어 팀의 입장


- 새 TV 구매 고민:
예비 창업자의 욕심 vs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의 가장 큰 욕구


- 직원 면접 지속 고민:
초창기 직원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 vs 역할의 한계를 고려한 추가 인력 정보 확보 vs 공고 신청 시 지원자의 용기, 면접을 마치고 돌아설 때의 감정


- 전화번호 뒷부분 번경:

가족 중심의 외우기 쉬운 번호 vs 예약을 원하는 손님이 핸드폰 키패드 입력 시 외울 수 있는 쉬운 번호 vs 번호 가입 시 도움을 준 해당 업체 직원의 배려와 의도


- 홀 내부 빈 공간 채우기:
예비 창업자의 욕심 vs 차별화를 향한 사장님의 고민 vs 가치 제안의 약속 지속에 대한 부담감


사장으로서, 손님으로서 각각 다른 대답이 나온다면 적어도 손님의 입장에서 의미가 더 큰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결정에 좋다, 나쁘다, 완벽한 같은 어구는 환상일 뿐입니다.


내리는 결정과 이를 통한 실천이 해당 결정을 현실로, 진실로 만들어 줄 뿐 생각 속에만 갇힌 어떤 결정이 나은가라는 질문은 꽤나 공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나의 입장을 떠올릴 때, 상대의 입장도 고려해 보는 시도를 습관적으로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적어도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 결과를 얻더라도, 자신이 납득한 선택을 내렸다는 점에서 후회를 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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