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용 성장
우리는 아는 것이 너무 많지만,
확신하는 것은 너무 적다.
T. S. 엘리엇
정신없이 눈앞의 과제들을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40대가 되었습니다. 높은 연봉, 성공적인 프로젝트, 집 구매 등 많은 기대를 품었지만, 돌아보니 일상은 여전히 반복되고 화려한 순간들은 기대만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이 일상의 반복을 가족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감사하게 받아들이지만, 과거에 바랐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여전합니다.
세상을 떠난 위대한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나 1960년대 배경의 드라마 '삼식이 삼촌'을 보면,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종착지 앞에서 앞으로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지난한 과정에 목매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시간이 갈수록 근육은 빨리 줄어들고, 아플 때 옆에 있어 줄 이는 없는 상황에 부모님마저 떠나시면 내 삶의 원동력이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로 질문이 자꾸 깊어질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몸과 생각은 굳어집니다. 뭔가 다른 시도가 필요할 듯하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맥락 없는 도전'입니다.
사회학과 인류학에서는 개인이 전통적인 역할 및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요소들에 대해 설득적이고 효과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 역할 강요 이론(Role Strain Theory)
각 개인이 사회에서 맡은 여러 역할(예: 부모, 직장인, 친구 등) 간에 요구되는 기대치가 상충할 때 발생하는 '역할 갈등(role conflict)'과 한 역할 내에서의 다양한 요구 사항이 개인의 능력이나 자원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역할 과부하(role overload)'의 개념을 언급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조심스러운 성격의 직장인이, 모험적인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등 전혀 다른 역할을 시도할 때, 그 사람은 기존의 역할로부터 오는 긴장과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역할을 탐색할 기회와 힘을 갖게 됩니다. 마라톤이나 봉사활동과 같은 새로운 취미나 역할에 자신을 던져보는 시도는 자신의 다른 버전의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변화하기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장소의 인류학(Anthropology of Place)
장소는 단순한 지리적 위치를 넘어서 개인의 인식, 행동,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 깊이 각인되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 학교, 또는 특정 문화가 강하게 형성된 지역 등은 개인의 자아 인식과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됩니다. 이러한 장소들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과의 결혼을 고려할 때, 단순히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 외에 상대가 나고 자란 곳에 직접 방문해 보다 명확하게 어떤 사람일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소는 개인이 경험하는 사건이나 활동을 다르게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같은 음악 행사라도 교회, 클럽, 또는 야외 공원에서 경험할 때 각각 다른 의미와 감정을 유발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맥락 없는 도전에 적용하면 평소에 사색을 하며 익숙하게 걷는 공원의 길이 아닌 다른 세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자신을 놓아두는 의도적인 선택은 내 안의 기존의 생각과 가치를 재평가하는 기회가 되거나, 더 넓은 문화적 상호작용의 방식을 경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은 우리의 한계를 넓힐 수 있는 힘을 제공합니다.
상상이 풍부하면 그만큼 더 대담하고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으며, 이는 곧 우리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지죠. 만약 우리가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한다면, 우리는 오늘 예측 가능한 최대의 성과에만 만족하게 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역할'과 '장소'라는 현실적 요소에 집중해 다른 선택을 감행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새로운 역할은 자신에서 비롯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새로운 장소는 예상치 못한 인간관계와 통찰을 제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저는 맥락 없는 도전의 하나로 현재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기획 및 공개해 참여자 모집 중에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잘 알지도 못할 해외 이벤트 플랫폼에 결제를 위한 계좌 개설까지 마쳤습니다. 많은 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네이티브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통해 영어로 내 전문 분야의 내용을 원활하게 설명하고 대화를 이끄는 새로운 저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한 작은 시도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시도만으로도 새로운 삶의 기준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나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으며, 나아가 대한민국에 센스메이킹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개인적 목표를 더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삶에 변화를 원하신다면, 맥락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보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