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용 성장
진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함이다.
조셉 사니알 뒤베
20살 여자친구가 21살 남자친구와의 쌍꺼풀 수술 진행 여부를 두고 카톡으로 대화를 합니다. 이 영상에서 도드라져 확인되는 두 단어는 ‘조언’과 ‘진심’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위 두 단어로 포장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두려움 없이 전하는 ‘의도’입니다.
- 여자친구는 눈에 대한 콤플렉스로 쌍꺼풀 수술을 원합니다.
- 남자친구는 지금의 눈이 예쁘니 수술할 필요가 없다 말합니다.
- 여자친구는 성형이 싫은 이유를 묻습니다.
- 남자친구는 차라리 가슴 수술이 낫다는 의견을 냅니다.
- 여자친구는 오랜 콤플렉스를 수술의 당위성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 남자친구는 관찰에서 나온 사례를 가슴 수술의 당위성으로 채우려 합니다.
- 여자친구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화를 냅니다.
- 남자친구는 진지한 조언, 객관적, 진심 어린 이란 표현으로 방어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FRgcdn5-g
놀라운 건 이 인간 본연의 모습 중 일부를 고작 11분 40초 만에 이토록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조언’과 ‘진심’으로 자신마저 속이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은 가족 또는 조직 내에서도 흔하게 확인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다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A. 요구받지 않은 조언
애초에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기대한 건 조언이 아닌 납득과 응원에 가까워 보입니다. 반면 남자친구는 자신의 입장에서 여자친구의 대화가 자신의 의도를 전하는 기회로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의 여자친구가 그 자체로 충분히 예쁘다는 의견은 여자친구의 콤플렉스를 덮을 정도의 큰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었기에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나온 가슴 수술로의 의도 표현은 실은 그동안의 모든 대화가 상대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불러옵니다. 그리고 이는 조언을 구하지 않은 여자친구에게는 ‘비공감’, ’ 무관심’, ‘이기적’이라는 상흔을 남깁니다.
B. 객관적이지 못한 ‘객관적으로’
보편적인 시선에서 개인적인 시선으로 전환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한 뒤 가장 분명하게 인지되는 건 남자친구의 자신의 입장과 언행에 대한 자각의 부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대화가 진행될수록 상대로부터의 신뢰는 줄어들고, 상대가 경험하는 위선의 강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C. 진심의 주체는 자신일 뿐
가슴 수술이 낫다는 남자친구의 개인적 의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등장하는 진심이라는 표현은 그 순간부터 중의적 의미를 띱니다. 자신의 언행 속 개인적 의도가 이미 상대에게 파악이 되었다는 자각이 부재한 상태에서 쏟아내는 ‘진심이야’는 남자친구의 의도에 대한 의심이 확신이 되어 관점 변화가 끝난 여자친구에게는 반박의 기회를 넘어 관계의 종말까지 생각할 정도로 받아들여집니다.
진심의 주체는 늘 자신뿐입니다.
때문에 나의 진심이 그대로 상대에게 오롯이 받아들여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나 이에 대한 해석의 논란은 늘 예상해야 합니다. 때문에 쉽게 꺼낼 수 있는, 당장 앞으로의 결과에 어떻게 책임지는지 확인할 수 없는 ‘말’이 아닌 지속적인 ‘행동’으로 나의 진심을 책임감 있게 조금씩 전하는 모습을 확인시켜 주는 게 그나마 효과적인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Never Split the Difference의 저자이자 전 FBI 협상 전문가 크리스 보스는 고도의 감정이 개입된 상황에서 매우 유효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라벨링’과 ‘미러링’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라벨링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태를 직접적으로 명명함으로써 그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기법입니다. 만약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눈이 콤플렉스라는 표현에 대해 네가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불편했구나 라는 상대의 감정에 대한 인정과 이해의 태도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미러링은 상대방이 말한 내용의 주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상대에게 자신이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렇다면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싫어’라는 표현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더 빠른 시간 안에 성형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커플의 대화이나 그 안에서 확인되는 ‘조언’과 ‘진심’을 향한 자기 오해와 긴장감 높은 대화 상황은 부모 자식 간, 직장 내 상사 및 동료 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연령고하를 막론하고 확인되는 보편적 예시로 보이기도 합니다. 조언이나 진심은 상대의 허락이나 요구를 전제로 해야 하는 점은 기억할만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