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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May 05. 2024

시도가 천성이 될 수 없을까?

어른용 성장

전제: 어떤 후회가 덜 후회스러울까?


의심은 실패보다 더 많은 꿈을 죽인다.
수지 카셈



상황: 내가 다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을까?


처음 광고 업계에 들어갔을 때 거의 즉각적으로 깨달았던 건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 바라보는 관점이 이 세계 속의 다른 이들과는 많이 다르구나였다. 그렇게 그 안에서 나름 정리한 방향성을 가지고 밖에 나가 내 방식으로 진행해 보는 새 시작을 꿈꾸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4년이 지나갔었다. 


나는 두려웠다. 과연 내 이름만으로 세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부족한 게 많은데 이 홀로서기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다녀보지 뭐. 다른 회사로 옮기면 내 관점에 동의하는 곳을 찾을 수 있을거야. 그렇게 머릿속으로 수천번, 나를 달래고 움츠러들도록 붙잡고 있던 게 나 자신이었다.


그러다 일하던 회사의 사정이 급격히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 해 연말에 결국 이전 동료에게 부탁해 작은 로고를 제작했고 그렇게 갑자기 나만의 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해진 목표.


현상: 두려움과 자기 의심은 '실행 전'에 주로 활약한다.


당시 본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사진작가는 가끔 나를 찾아왔었다. 그 사람은 회사 밖에 혼자 서 있는 상황에서 다 접고 다른 회사에의 합류를 고민했고, 나는 회사 안에서 회사 밖에 혼자 서는 결정 앞에 고민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결국 그 안의 메시지는 하나였다.


'어떡하지?'


이 넘어설 수 없을 듯하던 벽 앞에 서성이며 주저하던 시간은 결과적으로 회사 생활에도 최초의 작은 시도에도 집중하지 못한 가장 어정쩡한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막상 상황에 떠밀려 홀린 듯 하고자 했던 일을 시작하고 나니 당시의 두려움들은 더 이상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뭘 해야 하지? 그 생각에 움직이다 보니 쪽팔릴 거라 걱정하던 순간도, 비웃을까 두려워하는 순간도 그냥 그렇게 모두 쓰윽 지나가버렸다. 그렇게 다시 홀로서기로 몇 년을 지내보니 여전히 부족하더라도 일부 당당해지는 모습이 많아지고, 근거로 제시할만한 작은 성과들이 쌓이면서 조금은 더 나 자신에 대해  담담해졌다. 

그렇게 조금씩 나다운 생각, 나다운 태도를 갖추게 되었다.

 

생각: 시작만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던 시기요? 유치원 버스를 운전해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그때 아 내가 이 나이에 대학원도 다니고, 나 참 열심히, 잘 살고 있구나. 그때 깨달았죠."


코로나 시기, 강점 찾기와 관련해 상담을 해 드렸던 한 어머니는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확인했던 순간을 이야기할 때 얼굴에 생기가 돌았었다.


뭐든 시작할 때 완벽한 시기나 상황은 없다. 그저 직시하려 노력하는 자잘한 시도들이 있고 그러다 결국 머릿속에 가득한 불안과 고민의 임계점을 넘게 되는 순간, 새로운 목표들이 금세 들어차기도 한다.



한 정신과 의사는 우리가 무언가의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의 부재'라 평했다. 그리고 나는 그 첫 번째 관계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라 생각하게 되었다. 


불안해도 일단 그냥 내디뎌보는 것. 


론 그 앞에는 또 다른 불안과 자기 의심을 부르는 상황들은 얼마든지 새롭게 드러난다. 하지만 결국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게 '시도해 보지 않았음'에 대한 것이라면 대단한 목표가 아니어도 앞, 뒤 살피지 않고 일단 뻗어보는 것도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동기 부여 영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조각가 Sol Lewitt이 자기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동료 예술가 Eva Hesse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낭독하는 영상을 첨부해 본다. 


편지 마지막에 크게 쓰여있는 'DO'. 친구이자 동료에게 Sol Lewitt이 전한 메시지는 '때로는 과도한 생각보다 실천이 힘이 될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세상을 향해 가끔 "Fuck You"라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아야 해.
넌 그럴 권리가 있어.
넌 좀 멍청해지는 연습을 해야 해.
바보 같이, 생각 없고, 텅 빈 채로.
그럼 넌 할 수 있을 거야. 그냥 해!

멋있어 보이려는 생각 좀 버려.
너만의 볼품없는 모습을 창조하라고.
너만의, 너만의 세상을 만들라고.
그게 두려우면, 그것이 너를 돕도록 만들라고.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그려. 색칠해!
그리고 이제 그런 깊고 거대한 허상은 그만두라고.

네 능력을 반드시 믿어야 해.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발칙한 짓을 보여줘.
너를 충격에 빠뜨릴 정도로.
너는 이미 어떤 것도 해낼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이 세상의 모든 짐을 지려 하지 마.
오직 네 일에만 책임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 그냥 좀 해.

그만 생각하고, 걱정하고, 뒤돌아보고,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상처받고,
쉬운 길을 찾길 바라고, 몸부림치고,
헐떡 거리고, 혼란스러워하고,
가려워하고, 긁고, 더듬거리고, 버벅거리고,
투덜거리고, 초라해하고, 비틀거리고,
덜거덕거리고, 웅성거리고,
걸고, 넘어지고, 지우고, 서두르고,
비틀고, 꾸미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끙끙대고, 갈고닦고, 발라내고,
허튼소리를 하고, 따지고,
트집 잡고, 간섭하고,
남에게 몹쓸 짓 하고, 남탓 하고,
눈알을 찌르고, 손가락질하고,
몰래 훔쳐보고, 오래 기다리고,
조금씩 하고, 악마의 눈을 갖고,
남의 등이나 긁어주고, 탐색하고,
폼 재고 앉아있고, 명예를 더럽히고,
너 자신을 갉고, 갉고, 또 갉아먹지 말라고.
제발 다 멈추고, 그냥 좀 해!!!


https://www.youtube.com/watch?v=bRU5SIOk-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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