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용 성장
책임을 지는 그 순간, 당신은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스티브 잡스
새로 출근한 직원 분은 홀에서의 접객 업무를 맡고 있으며, 손님들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도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 레시피를 무시합니다.
볶음밥 주문을 받을 때 정해진 레시피대로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내부의 룰을 무시하고, 본인 기준으로 재료들의 양을 대충 결정해 '이렇게 만들어도 괜찮아요'라며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 주문표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주문이 꽉 찬 상황에서 주문표를 확인하지 않고 본인 판단으로 음식을 테이블에 제공합니다. 결국 주문한 내용과 다른 음식이 나왔다는 손님들의 불만이 발생했고, 주방 직원과 다른 홀 직원 모두 당황하여 빠르게 사과하고 음식을 새로 만들어 대응한 적이 있습니다.
- 잠시 자리를 비운 손님들의 테이블을 치워버립니다.
세 명의 남성 손님이 잠시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직원은 테이블 위 남아있던 음식과 술병을 치워버렸습니다. 돌아온 손님들은 황당해했고, 이 직원은 '소주라도 한 병 더 드릴까요?'라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결국 손님들은 크게 화를 내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떠났습니다.
- 다른 테이블의 결제를 해 버립니다.
음식을 만족스럽게 드신 손님이 결제를 요청하며 카드를 건넸으나, 옆 테이블의 금액으로 결제해 버렸습니다. 이를 뒤늦게 발견했지만, 이미 고객은 떠난 후였습니다.
- 불필요하고 급박한 상황에 초대해 직원이 다쳤습니다.
불판에 놓인 삼각대가 삐뚤어졌다면서 본인이 철판을 들 테니 그걸 빨리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에 바쁘게 움직이던 다른 홀 직원은 순간적으로 맨 손으로 뜨거운 삼각대를 교정해 버립니다. 당연히 화상을 입었고, 비명 소리에 주변이 놀랍니다. 물론 맨 손으로 집은 사람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삼각대가 비뚤어진 걸 발견한 직원이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불을 끈 뒤, 하나씩 정리하면 안전하게 해결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결론의 키워드는 하나입니다.
'책임감'. 바로 책임감의 부재입니다.
매장은 매출을 위해 운영되는 무대입니다. 결제를 잘못하거나 손님이 주문한 내용과 다른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접객은 매장을 찾아준 손님들이 떠나는 그 순간까지 즐겁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일종의 실시간 영업 활동입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자신이 매장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과 절차에 무관심해 보입니다. 본인은 실수라 부르지만, 직원으로서 책임질 수 없는 연속된 상황들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책임감은 어른으로서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 사례는 이 직원분의 책임감의 부재를 다양하게 드러냅니다.
1. 자신의 역할에 대한 무관심:
자신이 매장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과 절차에 무관심합니다. 이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실수를 인정하지 않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합니다. 책임감 있는 어른이라면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합니다.
3.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동료 직원이 다치는 상황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칩니다. 책임감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입니다.
4.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지 못함:
매장의 운영 방침과 목표를 이해하고 따르는 것은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입니다. 이 분은 본사가 최적화시켜 전국 매장에서 균일한 맛을 제공하기 위해 제시된 레시피를 무시하거나 주방에서 만든 음식이 제대로 전달되어 매장 내 고객 경험을 완성시키려는 매장으로서의 기본 목표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건 이 직원분이 식사 중인 손님들을 대상으로 추가 주문을 유도해 매출을 올리는 역할에 있어서는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이자카야의 신,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우노 다카시’는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을 어떻게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라 조언합니다. 접객이 손님을 가게의 Fan으로 만들어 재방문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업무라는 점에서 이 분은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하죠. 우선은 강점에 집중하는 선택으로 이 직원 분에게 고객응대에 집중하도록 제의한 바 있습니다. 다른 홀 직원이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다른 업무에 집중하도록 같은 홀 업무 내에서 또 한 번의 업무 구분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 낼지, 두렵기도 합니다. 또한 그 와중에 운영진은 이 직원분에게 과연 올바른 업무 안내를 제대로 한 적이 있는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파는 힘을 기른다는 것, 나 외에 모든 이들이 다 손님이라는 생각들을 떠올리다 보면 앞으로도 자주 겪을 당연한 과정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또한 책임감이라는 주제는 역시 외부에서 알려줄 수 있다 믿는 자체가 오만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