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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Nov 21. 2023

연애 경험 없어도 잘 살아가는 방법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주입식 교육이라는 게 생활영역 전체에서 이루어집니다. 심지어 연애, 결혼, 출산 같은 인생의 과업마저 주입식 교육으로 배우니까요. 


연애, 결혼, 출산을 꼭 해야 한다고 교과서에 적혀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그렇게 알려 주신 것이지요. 몇 살에 연애, 결혼, 출산해야 적절한 건지부터 연애하고 결혼한 다음에 출산해야 한다는 순서까지, 사실은 그 어떤 것도 정해져있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우리의 선생님도, 부모님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저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고 옳다고 배우고 익혔을 뿐입니다. 열심히 배운 것을 다음 세대인 우리들에게 가르치셨지요. 


이런 '진실'은 너무 오래된 것만 같고,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처럼 여겨질 지경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빗겨났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매체에서 다뤄지지만 그만큼 특이한 케이스라서 매체에서 조명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아닙니다. 실제로 세상의 흐름은 항상 바뀌어요. 바뀔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자본주의를 살펴볼까요?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오래전 옛날부터 세상은 온통 자본주의였던 것만 같지요. 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 역사는 200년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없던 세상에서도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났지요. 지금처럼 정보가 풍부하고 내 삶에 타인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시대에서 그 변화는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무엇도 당연한 것은 없지요. 


연애, 결혼, 출산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연애"를 다뤄볼게요.


나이가 몇 살인데 연애 경험이 없어?


우리 사회에서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딘가 수상한 사람으로 대접받습니다.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봤다고 말하면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 직장동료마저 어쩐지 불쌍해 하기도 하고,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하지요. 


외모가 출중하고 성격도 좋고 성적이나 소득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연애 경험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습니다. "공부나 일이 너무 바빠서"라는 식으로 이유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럴 수 있습니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게 아니라면 지금 무리해서 일부러 연애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계속 있을 테지만 그런 시각에 의미를 두지 마세요. 물론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차별적 시각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면 내 안에 중심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이 연애에 대한 나의 기준을 세워볼 시점일지도 몰라요.


목 차

- 누구를 좋아해 본 적 없어요.
- 짝사랑이 지겹습니다. 
-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없어요.
- 연애 경험 없는 사람은 안 좋게 보잖아요.
- 커플은 행복해 보여요. 저도 커플이 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아, 연애하고 싶다!
- 아, 외롭다!
- 섹스하고 싶은데요.
- 연애가 하고 싶은 이유 다섯 가지
- 연애는 근대의 발명품에 불과이다.


누구를 좋아해 본 적 없어요.

누구에게도 끌려본 적 없나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어요. 그 누구에게도 끌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성애자, A-sexual이라고 부르지요. 잘못된 게 아니에요. 다만 에 이 섹슈얼이라는 단어를 몰랐다면 이제부터 알아가시면 좋겠어요. 당신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거든요. 당신과 비슷한 느낌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대화해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편안해질 수 있어요.


짝사랑이 지겹습니다. 

짝사랑 자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랑이란 늘 짝사랑으로 시작되기 마련이지요. 서로 첫눈에 반하는 정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처음에는 누구나 짝사랑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 알지 못하니까요. 


그러다가 눈빛을 주고받고, 연락을 주고받고 하면서 조금씩 상대방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치지요. 이런 걸 썸이라고 하지요. 썸은 정말 미묘해서 어떤 말이건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나를 거절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열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긴가민가 애매하게 소통할 수밖에 없지요. 


썸을 오래 탄다고 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게 아닙니다. 어느 한 명이 썸을 끝낼 결심을 해야 하지요. 썸을 끝내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고백, 선 긋기, 연락 두절. 


고백은 썸 타듯 애매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호감이 있다는 표현을 똑바로 하는 걸 말합니다. 고백하려면 상대방에게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정말 큰 부담을 갖게 되지요. 


선 긋기는 여기까지가 우리 관계라고 명확히 하는 걸 말합니다. 친구에서 시작된 관계라면 친구임을 명확히 한다거나, 선후배로 시작된 관계라면 다른 선후배처럼 똑같은 선후배 관계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지요. 연락 두절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선택지일 테고요.


한 명이 고백했다고 해서 다른 한 명도 지금 당장 마음을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고백한 사람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만큼 기다려줍니다. 조급한 사람은 몇 시간이나 단 하룻밤을 기다릴 테고 어떤 사람은 한 달, 6개월, 몇 년을 기다릴 수도 있어요.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빨리 대답해 주는 게 좋겠지요.


손 극기를 당하면 거절당했다, 차였다는 느낌이 들 가능성이 높은데요. 선 긋기를 당한 게 거절을 당한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거절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마음을 제대로 고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백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은 평생 확인할 수 없어요. 


연락 두절은 일단 둘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봐야겠지요. 뭘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거절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고백을 해서 확인해 보고 싶다면 고백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답을 듣지 못하고 또다시 연락 두절이 될 수도 있어서 내 마음을 보호하기는 어려워요.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여러분의 짝사랑은 어땠나요? 


짝사랑이 연애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의 놀림감이 돼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은 상대방의 것이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부당하지요. 짝사랑이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런 스스로를 더 보듬어주고 당당하게 칭찬해 주세요.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없어요.

예전에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기도 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나요? 괜찮아요. 혹시 지금 주변에 당신의 시선을 빼앗아갈 사람, 당신을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닐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아무한테나 떨리고 반응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지금 상태가 편안하다면 그대로 지내도 괜찮아요. 연애가 급하다면 주변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 될 수 있어요. 새로운 모임에 나가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대신 연애가 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연애 경험 없는 사람은 안 좋게 보잖아요.

그렇다고 연애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두에서 잠깐 다뤘지만 사람들이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을 수상하게(?) 보기도 하지요. 뭔가 하자(?)가 있거나 이유가 있어야 납득할 수 있단 듯 "왜" 연애 경험이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시선에 휘둘리지 마세요. 중심을 딱 잡으세요. 


"아직 연애 경험 못 해봤어요." 이 말은 이 말에서 그냥 끝입니다. 그 누가 어찌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해 볼 수 있을까요? 삶을 살다 보면 어떤 경험은 좀 늦춰질 수도 있지요. 


아직 못 해본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해봤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연애 경험 없고 연애에 관심 없어요" 이런 입장 표명도 가능하겠습니다. "왜 관심이 없냐"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질문에 대답해 줄 필요 없지요. "왜 연애에 관심이 없냐"라는 질문은 대부분 사람들은 연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질문입니다. 그런 전제를 갖고 있는 사람과 내 입장이 맞지 않는다면 굳이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괜찮지요.


입장 정리만큼 중요한 게 있어요. 연애 경험 없는 나를 나조차 "부족한" 사람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것이지요. "생명은,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다."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요, 그만큼 중요한 말이 또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라는 것이지요. 어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별로인 사람"입니다. 나만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부족하다"라는 건 실제로 부족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시되는 잣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사회적 잣대라는 건 여러 사람들을 비교해 보고 그 중간이나 표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이상적인 것, 또는 매우 극소수의 사람들만 조금씩 갖고 있는 귀한 것이 잣대로 만들어지지요. 잣대라는 건 애초에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 게 정상입니다. 우리 존재가 사회적 존재에 꼭 맞아들어가지 않는 것 자체가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별로입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되나요?


만약 내가 외모 때문에 연애를 하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들을 보세요. 나보다 외모가 "별로"인 사람 중에도 연애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내 "학력"이 걸린다면 생각해 보세요. 나보다 "별로"인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연애를 못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겠지요.


외모도 별로고 학력도 별로고 
직장에서 버는 소득도 별로고 
집안에 재산이랄 것도 없고 
옷도 잘 못 입어요. 키도 작고요.
이런 사람도 연애를 하나요?


네. 해요. 사회적 잣대로 봤을 때 전부 다 "별로"인 사람, 당신보다 더 "별로"인 사람도 연애를 해요. 


그런 사람은 
자기보다 더 "별로"인 사람과 
연애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하향지원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너무 경쟁 속에서 성장해서 모든 것을 경쟁처럼 여기곤 하지요. 사람에게 등수를 매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항상 무의식에 깔려 있어요. 그 어떤 사람도 누구보다 더 낫고 누구보다 별로일 수 없어요. 별로인지 아닌지는 사회가 들이미는 하나의 잣대일 뿐이에요. 그 잣대는 내 것이 아니지요. 분리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데려오는 데이트 상대가 내가 보기엔 다 별로였던 경험이요. 혹은 누구와 누구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느 한 쪽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순간은요? 만약 그런 순간이 있었다면 내가 갖고 있는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요. 나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그 기준은 사회적 잣대인지, 내 기준인지 한 번 구별해 보세요.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타인을 이용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플은 행복해 보여요. 저도 커플이 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모든 연애에는 전시효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부러 전시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일단 연애하는 커플은 아무래도 행복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건 제3자가 볼 수 있는 영역은 행복한 모습으로 관리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이미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본성이 그렇습니다. 행복한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어도 자랑스럽거나 크게 상관없지만 불행한 모습은 외부에 노출하면 약점을 노출하는 것만 같은 무방비한 느낌이 들 수도 있거든요.


연애를 하다 보면 어떤 날에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커플은 어디에 있을까요? 집에 있습니다. 둘이 같은 집에 있건, 따로 각자의 집에 있건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데이트로 유명한 연남동이나 서면에 있지 않겠지요. 예전에는 집 앞이나 집 근처 놀이터에서 많이 싸웠지만 요즘은 어디 그렇게 싸우나요. 일단 헤어지고 메시지나 전화로 싸우지요. 이런 모습은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인들 대부분은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가 연인을 봤다면 그건 행복한 모습일 가능성이 높아요. SNS의 속성과 비슷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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