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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Jan 09. 2024

부모와 연 끊는 방법

부모와 연 끊는 방법을 다루는 채널의 이름에 [함께 살아가는 연습]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니,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쨌든 살아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누구시건 저는 당신이 계속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혹시 부모의 존재, 혹은 부모의 양육환경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진 않나요? 잊고 계실 수도 있는데 가족 때문에 힘들다면, 죽지 않고서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나를 힘들게 만드는 존재와 인연을 끊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방법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나눠 보아요.


목 차

[1] 내 마음 들여다보기
-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부모님의 어떤 점 때문에 가장 힘드신가요?
-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 버텨야만 했던 이유
- 인연을 끊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 & 계기
[2] 이 바득바득? 탈가정 준비
[3] 재산 & 소지품 정리
[4] 이별 통보
[5] 이별 심화과정 : 주민등록 열람 제한 & 개명
[6] 이별 그 이후


[1] 내 마음 들여다보기


모든 결정의 시작은 '나'입니다. 부모와 연을 끊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를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이후에 내 결정을 되돌아봤을 때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싶은 혼란스러움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보기 싫을 수도 있고, 생각하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다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천천히 하나씩 제가 드리는 질문을 '남일이다' 생각하고 한 번 읽어보세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경우에는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요. 저를 왜 낳았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원해서 낳은 아이가 아닌 것 같았어요. 이 땅에 홀로 내팽개쳐진 느낌이었어요. 친구들의 부모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과 어딘지 다른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제 마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공부를 잘해야 된다고 기대하시면서 저를 강압적으로 통제하셨어요. 제 성과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는 화를 많이 내고 실망감을 표현하셨어요. 2살 터울 동생에게 항상 양보를 강요당했는데 나중에 8살 터울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차별을 당했어요. 동생이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자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하나하나 눈에 보여서 괴로웠어요. 


누군가는 우리의 얘기를 듣고 나서 부모와 연을 끊겠다고 말할 때는 거창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멋대로 실망하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그게 누구라도 내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다면, 내가 내 인생에 대해서 내린 판단에 왈가왈부할 수 없지요. 경계를 지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것 아닌 언행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언행이 될 수도 있거든요.


부모님의 어떤 점 때문에 가장 힘드신가요?


제 경우에는 엄마 아빠 사이에도 폭력이 있었고, 제게도 폭력이 있었어요. 제가 성인이 된 후에도 언어폭력은 계속됐어요. 하지만 이런 폭력은 제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폭력과 차별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도 부모님 곁에서 머물며 대화를 시도했었거든요. 대화가 잘되지 않았어요.


부모님의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신가요? 인간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고 우리의 부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성격이 안 맞을 수도 있고, 헌신적이지만 언어 사용이 폭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폭력을 자꾸 행사하셔서 힘들 수도 있고요. 아니면 내가 벌어놓은 돈을 다 가져가서 내 삶을 힘들게 할 수도 있고요. 범죄를 일삼는 사람이라서 힘들 수도 있겠지요.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 버텨야만 했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당장 인연을 끊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오셨을 때는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혹은 버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나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 경우에는 경제적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해도 돈이 모이질 않았어요. 월급도 워낙 적었지만 자취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ADHD라서 경제적으로 관리가 어려웠던 것도 빈곤의 이유 중 하나겠지요. 


한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자취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는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서 아기 캥거루 마냥 부모님 댁의 식량을 축냈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저를 눈엣가시처럼 보셨지만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지요. 만약 무직 기간 동안 부모님의 존재가 없었다면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결국 노숙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노숙을 하느니 내 자아가 좀 깎이더라도 부모님 집에서 살아가는 쪽을 선택했었지요.


인연을 끊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 & 계기


부모님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해서 모두 부모와 인연을 끊는 건 아니더라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사람은 이를 악물고 울며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부모와 연을 끊는다는 게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내면에서 치고 올라오는 '나는 불효를 저지르는 배은망덕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괴로워서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내면에 불효, 배은망덕 같은 질문이 떠오르기는 부모와 연을 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지요. 그 계기가 있었을 거예요.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나요? 직접 겪은 일일 수도 있고, 보고 들은 어떤 이야기가 마음에 쿵 와닿았을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차별을 받고 자란 막냇동생 때문이었어요. 이제 어른이 된 막냇동생이 제 인생을 무시하는 발언을 단톡방에서 해버렸거든요. 너무 화가 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 모두 동생 편을 드시더라고요. 내 편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면서 연을 끊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어요.


[2] 이 바득바득? 탈가정 준비


결심하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경제적 준비는 일단 집을 마련했어요. 집 때문에 긴 시간을 버텼으니까요. 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는 또 부모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지요. 청년 주택은 쫓겨날 걱정이 없다고 해서 청년 주택에 지원해서 들어갔습니다. 역시 주거가 안정이 되니까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두 번째 준비는 심리적 준비를 했어요. 내가 가족들과 이별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낱낱이 다 적어서 문자든 편지든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혼자서 끄적여봤지만 너무 마음이 복잡해서 진도가 잘 안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심리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당시에 서울시민이라서 무료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부모와 연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심리지원센터에 상담을 신청했더니 대기인원이 많아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두 달 뒤 즈음에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상담을 8회기였나 받았어요.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부모님께 내 마음에 대해서 다 설명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힘든 마음과 억울함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내 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느꼈지요. 그래서 편지 쓰기를 멈출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요. 이제 나를 옭아매는 모든 끈을 끊어버리리라 굳게 다짐했지요. 남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던 어느 명절에는 혼자 번지점프를 뛰러 갔어요. 뛰어내리면서 이제 내가 못해낼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과 함께 저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얻었습니다.


세 번째로 사회적 준비를 했어요. 사람은 그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요. 무인도에 떨어져도 배구공에 눈 코 입을 그려 친구를 삼아야 하는 게 인간의 습성인걸요.


사실 준비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데요. 제 주변에는 이미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활동과 인권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시민사회 활동가들, 동료들이 아주 많이 생겼었거든요. 모두 제 뜻을 존중해 주고 제 상황을 이해해 주는 멋진 사람들이었어요. 이들과 함께라면 계속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제 삶을 다 받아줄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요. 당시에 제가 연애를 시작했었는데 제 얘기를 들은 저의 애인이 제게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 자체도 너무 따뜻하고 고마운 말이지만 저에게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말 덕분에 '가족도 선택할 수도 있는 거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나는 가족 없는 사람이 아니구나, 이제 내 가족을 내가 선택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오히려 조금 기대가 되기까지 했어요. '가족과의 이별이 마냥 슬프기만 한 일이 아니구나, 나에게 더 좋은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별을 인식을 하게 됐어요. 


[3] 재산 & 소지품 정리


부모님 집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갈 수 있다면, 여러분은 뭘 하시겠어요?






이 뒷 이야기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함께 살아가는 방법, 보라체]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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