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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Jan 23. 2024

아이 성교육, 성관계 포함해야 하나요?

성교육
존중에 대해서 배우는 인성 교육
다른 사람과 평등하게 관계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관계 교육
성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사고 교육


사실 우리 세대는 이런 교육을 접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지요. 기본적인 성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서 피임하는 방법도 인터넷이나 친구들에게 배우기 일쑤였고요. 


우리가 받지 못한 교육을 우리 아이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건 좀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성교육이 어떤 교육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양육자분들께는 양육자 성교육을 먼저 권합니다.


※ 양육자 : 성교육에서는 '부모'라는 단어 대신 '양육자'를 사용합니다. 가족도 사실 정말 다양하잖아요. 부모 없이 양육되고 있는 가정도 많으니까요. 부모가 아닌 양육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 없도록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은 다양성 교육이 포함되는데 이런 교육이 바로 다양성 교육의 일부이지요.


양육자 성교육
요즘 성교육은 어떤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정에서 해줄 역할을 무엇인지, 질의응답


양육자 성교육을 통해서 궁금한 점을 해소하실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에 양육자분들께서 성교육에 대해서 가장 궁금해하시고 걱정하시는 부분은 성교육의 내용적 측면입니다. 


1. 성관계, 가르쳐도 괜찮은 것인가?

2. 동성애, 성소수자, 성 정체성을 가르쳐도 괜찮은 것인가?


어떤 양육자분들은 상담소나 성문화센터, 유료 성교육을 신청하실 때 구체적으로 요청사항을 전달하기도 하시지요. 


"성관계는 빼 주세요." 

"동성애나 성소수자 같은 얘기는 빼 주세요."


이런 성교육을 위험한 성교육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오늘 글에서는 위의 두 가지 궁금증을 포함해서 성교육을 그렇게까지 진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요.


목 차
- 초등 고학년 성교육부터 성관계가 포함되는 이유
- 지금이 아니면 언제?
- 성관계는 아니라고 해도 성표현물은...
- 성, 음지에서 양지로!
- 내 아이는 아니라고 해도 친구들이 만약...
- 일이 터진 뒤에는 이미 늦는다.
- 모든 경우에 대해 다 알아야 대비할 수 있다.
- 동성애를 가르치면 동성애자가 되진 않을까?
- 안다고 해서 다 실천하는 건 아니다.
- 성 지식 - 또 하나의 권력
-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


초등 고학년 성교육부터 성관계가 포함되는 이유


아이들의 성 지식 수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초등 4학년 이하 성교육에서 성관계를 구체적으로 잘 다루지 않아요. 성관계가 성교육에 포함되는 건 초등 5~6학년 대상 성교육부터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성교육이 이렇게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양육자 입장에서 아직 아기같이 예쁘기만 한 우리 아이가 성관계를 배우게 된다니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유도 모른 채 기관의 방침에 따라 성관계 내용을 포함시켜서 교육을 준비했어요. 초등 5학년 이상의 아이들 성교육에서 성관계를 다루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이들을 만나 성교육을 해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초등 5, 6학년들은 성관계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충격적이실 수도 있겠지만 그렇습니다. 성관계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도 일부 있지만 정말 일부이고요. 대부분은 성관계가 무엇인지 압니다. 안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여성과 남성이 옷을 벗고 침대에서 섹스를 하면 아기가 생긴다,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에 들어간다, 그걸 섹스라고 한다는 것 정도는 정말 대부분 알고 있고요. 일부 아이들은 피스톤 운동 같은 구체적인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그거 밖에 모른달까요.


아이들은 자신이 성에 대해 이만큼이나 알고 있다는 걸 절대로 들키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숨겨요. 자신이 안다는 걸 어른들이 알게 됐을 때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라고 하면서 휴대폰이나 컴퓨터 사용 시간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거나,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이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른들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서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냅니다. 자위를 해도 괜찮고, 야한 영상을 봤어도 괜찮다고요. 그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성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면 칭찬을 해줍니다. 아주 잘 알고 있다고요. 원래 수업 시간이라는 게 잘 알고 있는 것을 칭찬해 주고,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니까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이들은 느끼는 것 같아요. '아, 내가 알아도 괜찮구나. 알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죄짓거나 잘못한 게 아니구나' 이렇게요. 그러면 수업 끄트머리 즈음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이 아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단서를 줍니다. 


사실 아이들은 자신이 친구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 자랑스러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계속 숨기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혼나는 게 무서워서 숨기고 있었던 것이지요. 내가 안다고 해서 혼나지 않는다면 숨길 이유가 없어집니다. 선생님이 조금만 응원해 주면 칭찬받고 싶어서 알아서 얘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아무리 '안다'고 해도 다 아는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궁금한 한 점이 많지요. 본인이 몰랐던 것을 물어보게 되면 그때 진짜 성교육이 진행됩니다. 이런 수업에서는 질문의 수준이 달라지지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성관계를 포함해서 수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교육에서 성관계는 교육의 시작일뿐입니다. 성교육의 끝판왕 같은 게 아니지요. 성관계 교육이 되어야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 교육이 되어야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다른지, 왜 여자들의 삶은 그런 모습이고 남자들의 삶은 그런 모습이 되는지, 하나씩 배워갈 수 있거든요.


만약 이 시기에 성교육이 진행되지 않고 중고등학교 때가 되어서야 성관계에 대해서 알려준다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코웃음 치게 되는 수업 시간이 됩니다.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요. 진짜 교육되어야 할 내용이 아무것도 교육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교육 대상자인 아이들은 스스로가 다 안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성관계 교육 다음으로 진행되어야 할 심화 성교육에 대한 학습이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우리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볼까요?


학교에서 제대로 성교육을 받으신 분은 아주 극소수, 운이 좋은 사람들뿐이지요. 대부분은 친구들의 야설,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야한 소설, 사진과 영상으로 성을 접했습니다. 성은 나쁘고 더럽고 음침하고 위험한 것으로 배웠으며 자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거울로 한 번 비춰보지도 않은 사람이 태반이지요. 


성관계 파트너가 생기고 나서야 내 몸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면서 깜짝 놀랍니다. 몸이 이런 것인 줄 지금까지 20년 넘게 모르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내 몸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몰랐다니, 어쩐지 내 몸과 나는 더 멀어진 것 같고 나보다는 내 파트너가 내 몸과 더 친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내 몸의 주인자리를 파트너에게 빌려주기 시작하지요. 네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하루, 이틀... 계속 반복되다 보면 내 몸의 주인이 나라는 걸 잊고 살아가게 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이제 알 수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성교육을 통해서 몸의 주권을 아이가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중고등학생이라고 성교육을 딱히 구체적으로 진행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지요. 그냥 그렇게 어른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어른이 되면 성교육을 받을 일이 있을까요? 더 없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아이들은 성에 대해서, 성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배울 기회를 잃을 수도 있어요.


성관계는 아니라고 해도 성표현물은...


아무리 성관계 경험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의 첫 성 경험 나이 평균이 13세라고 해도 극소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성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겐 항상 '미디어'라는 커다란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만 봐도 손잡고, 껴안고, 꽤 오랜 시간 키스하는 장면이 송출됩니다. 아이들이 보는 웹툰에서, 소설에서, 영화에서 이런 장면은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성표현물이라고 해요. 그래서 양육자는 아이들이 성에 노출되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양육자의 휴대폰을 사용해서 야한 영상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로도 찾아볼 수 있지요. 다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언제까지 막기만 할 수도 없고요. 자기 혼자 보고 끝내는 것도 아닙니다. 주변에 권하거나 자랑하기도 하면서 널리 널리 퍼뜨립니다. 같이 찾아보기도 하고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다고 생각한 성표현물을 이나 음란물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성을 접하면 우리 때처럼 부정적이고, 은밀하고, 금지된 어떤 것으로 성에 대해 인식을 형성하게 됩니다. 음침하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성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누구나 성적 존재로 발달합니다. 갓난아이 때부터 부모의 스킨십을 통해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요. 영유아기에도 부모와의 스킨십을 통해 정서를 발달시킵니다. 유아가 되어서도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맺을 때 양육자와의 스킨십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의 성적 발달은 내가 자란 환경이 아니라 바깥을 향합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스킨십을 나누며 성장해요. 기쁠 때 하이파이브를 하고, 누군가 슬퍼하면 등을 토닥이는 것 모두 성입니다. 산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인간이 아니라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성을 빼놓고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산속에서 혼자 살아가더라도 성을 빼놓고 살기 어려울 것 같긴 하네요.


성은 자연스러운 것, 당연한 것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다만 성적 감각을 추구하거나 표현할 때때와 장소를 가리게끔 경계를 가르쳐야 하지요. 청결 등 자기 보호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하고요. 타인에 대한 존중도 가르쳐야 합니다. 


성, 음지에서 양지로!


성에 대해서 아이들끼리 얘기하거나 혼자 찾아보는 것은 틀린 성 지식을 계속해서 쌓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지요. 그래서 성교육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음지에서, 혼자 은밀하게 갖고 있던 성에 대한 관심을 양지로 끌어올려내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비밀은 중독과 같아요. 너무 궁금하고 소중하지만 감당하기엔 버겁지요. 그 비밀이 무엇이건, 큰 비밀이건 작은 비밀이건 상관없이 아이들은 비밀을 감당하기 어려워합니다. 우울해지거나 말수가 적어지기도 하지요. 바깥에서 오는 자극에 대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비밀을 얹어주지 말아야 합니다. 혼자 갖고 있기엔 너무 무거워요.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어른들이 같이 들어주면 되니까요.


성에 대해서 알아도 괜찮다고 칭찬해 주세요. 네 몸에 대해서 탐구하는 건 자연스럽고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알려주세요. 야동을 봤다고 해서 네가 더러운 사람이 되었거나 음침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해 주세요. 야한 것을 좋아해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이렇게 말해주기가 어렵다면 성교육을 시키는 게 방법이 되겠지요.


어떤 것은 속에 든 것 없이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 일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걸 알 수 없지요. 어른들에게 섹스, 별것인가요? 하면 하는 거고 못 하면 못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그저 내 삶의 일부분 아닌가요? 우리 모두 어렸을 때 성에 대해서 궁금해하거나, 의아해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시절을 다 겪어내고 나니 성은 어떤가요? 성이 별것인가요? 아이들에게도 성이 이런 영역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성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삶에는 중요한 게 정말 많지요. 성취도 중요하고 성장도 중요하고 취미생활도 중요하고요. 성도 그렇게 내 삶에서 중요한 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든 것 없이 소리만 요란한 이 빈 깡통이 그저 비밀이라는 이유로, 은밀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관심을 빼앗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별것 없는 성이 은밀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관심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성을 양지로 올려 주세요.


아이들끼리, 인터넷에서, 혼자 성을 접하는 게 아니라 어른과 함께, 다른 사람과 함께 성을 잡 하면서 '성?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내 아이는 아니라고 해도 친구들이 만약...


아이는 혼자 크지 않습니다. 주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지요. 어른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영향을 받지만 아이들이 주고받는 영향은 훨씬 커다랗습니다. 아주 작은 눈빛이나 짧은 문장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 전체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하지요.


우리 아이는 성에 대해 관심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변에 아이들도 그럴까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는지, 얼굴이 잘 생겼는지, 인기가 많은지 어떤지는 성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어떤 아이가 성에 관심이 많은지 알아볼 수 없지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어도 아이가 자신을 지켜낼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사람들도, 게임 속 사람들은 어떨까요? 게임에는 온통 성차별, 성희롱, 성매매가 넘쳐납니다. 전체 이용가 게임에서 공지글처럼 올라오는 게시글 하나를 가져왔어요. 제목이 이렇습니다. 


18세 버스방, 선착순 100명


이런 환경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게임을 아예 못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성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말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자신을 드러낼 필요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예전에 우리 어렸을 때에는 담벼락이나 공중 화장실에 "SEX"라고 낙서가 되어있곤 했지요.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정말 흔합니다. 아무 때나 섹스를 외치는 초등학생들. 자기랑 지금 만나서 한 번 해볼 사람 구한다는 등. 이런 외부환경으로부터 아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불가능하지요. 아이 자신이 이런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일이 터진 뒤에는 이미 늦는다.


어떤 일이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셨다면 누구나 아시겠지요. " 얘가 누굴 닮아 이럴까... 우리 집에는 이런 사람이 없는데..." 아무리 내 배 아파서 낳았다고 해도 나와 똑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습니다. 예측하기 어렵고 다 알기 어렵지요. 특히 사춘기가 되면 다 안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가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게 되지요.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이를 믿는 방향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말을 워낙 잘 하고, 어른과도 대화가 잘 되기 때문에 다 컸다고 생각하여 어른처럼 대하게 되는데요.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입니다. 순간적인 나의 판단과 행동이 이후에 어떤 일을 불러일으킬지 전혀 생각할 수 없지요. 전교 1등 하는 똑똑한 아이라고 해도 아이에겐 시행착오가 필수적입니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뇌를 발달시키거든요.


우리 아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건 그렇길 바라는 양육자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아이들에겐 어떤 일이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알아도 실수하는 게 아동청소년 시기이니까요. 그래도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영향력 100짜리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 10짜리 실수 10개가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일이 터졌다면 그 이후에라도 성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100년 동안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은 아직 한참 어린 나이니까요.


모든 경우에 대해 다 알아야 대비할 수 있다.


알려줄 때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 다 알려줘야 합니다. 이게 교육의 기본이지요.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르칠 수 있는 걸 다 알려줍니다. 그래야 응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가 미적분을 뭐 하러 배울까요? 문과에 지원할 건데 수학은 왜 배울까요? 다 똑같은 이유입니다.


성교육에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여성 대상 성교육에서 남성의 몸에 대해 배웁니다. 남성의 성교육에서도 여성의 몸과 임신, 출산에 대해서 배웁니다. 그래서 동성애, 성소수자,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가르칩니다. 다 알아야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동성애자랑 트랜스젠더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지요. 결국 교육이 아니라 친구에게 물어봐서 알아가게 됩니다. 모르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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