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얽힌 기억들
마른 잎들을 긁어모으고 불을 붙인다.
불이 일어나면 조금씩 더 큰 나무 조각을 올린다.
더 큰 나무를 던져 넣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이제 이 불이 꺼질 일은 없다. 안심한다.
이제 앉아서 천천히 불을 구경한다.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적어도 모든 나무가 다 재가 될 때까지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가방을 뒤적이다 한 개비 발견했다. 불을 붙인다.
지나가는 여자가 인상을 쓰는 바람에
한참 어두운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맞은편 낡은 가게의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단 하나의 빛.
담뱃불을 보는 것을 나는 좋아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에서 본 용암이 생각난다.
분출 후 화산에 고여있는 거뭇거뭇한 마그마.
한참을 보고 있으면 한 움큼의 재가 떨어지고
아차 하는 순간 연기만 남는다.
산장 주인은 모아둔 나무에다 기름을 얹고 불을 붙인다.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축제가 끝나고 난 후
모두가 방 안으로 돌아간 후이다.
작은 모닥불은 이제 더 이상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 몇 명의 발은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
아무도 말이 없었고 장작 타는 소리만 들린다.
주위의 산은 어둡고 얕은 강은 검다.
모닥불 주위에 서있는 우리는 각자 다른 생각 속에 빠져서
또는 아무 생각도 없이 불에 정신을 놓아버린다.
속죄의 시간이 끝나면 방 안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즐거운 밤을 보낸다.
사진: Unsplash의CHUTTERSN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