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취업, 중견회사에 입사하다

하늘과 모든 신에게 감사했던 첫 취업..

by Creative Uxer

정말 아무런 일이 없던 것처럼 4학년을 보내고 졸업을 했다.


복수전공에 심화전공을 하는 건 취업/이직에는 한 번도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그땐 그걸 몰랐기에 남들이 교양수업만 듣고 이력서를 쓴다는 4학년 2학기까지 전공 수업으로 학점을 채우기에 바빴다.


그 덕분에 남들이 다 있다는 토익점수도 없었고, 이력서를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당연히 이력서는 졸업을 하고 쓰는 거 아닌가? 같은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알아서 취업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했던 선배들의 말과 달리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과연 내가 다시 개발자로 돌아가는 것이 맞을까. 다른 길이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채 채로 그렇게 졸업을 했다


university-student-1872810_1920.jpg


졸업식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이 되었을 때

내가 느끼는 것이 초-중-고-대학교를 연달아 19년간(군대 포함) 다니고서 느끼는 자유가 아니라 백수의 한가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달콤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위기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분야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없었기에

'기획'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리고 이름이 알려진 회사에 이력서를 내기 바빴다.


요즘 내가 멘토링 했던 학생들에 비하면 충분히 잘 준비된 이력서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때까지는 IT분야는 취업이 나쁘지 않던 시기였고, '청년실업'이 화두가 되기 이전 시절이어서 그 덕을 어느 정도 보았던 것 같다.


면접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 이때는 다대다 면접이 많았기에 옆에 있는 경쟁자와 차별화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고, 기본적으로 시키는 '자기소개를 해보세요'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한 번은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큰 목소리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쳐보기도 하고,

한 번은 감성적인 카피로 시작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계속 해보았다.


이력서를 30-40 군대를 냈던 것 같고, 면접의 기회는 7-8곳에서 있었다.


덜덜 떨리는 긴장감이 줄어들 때쯤, 서서히 합격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아주 작은 벤처회사와 출판사의 면접에 합격할 수 있었다.

분명 벤처회사가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면접관에게 자신의 옛날 시절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인지 자꾸 마음이 끌렸다.


몇 년 가지 않아 그 벤처회사는 없어졌고, 일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 출판사에서 내가 어떤 분야로 지원했는지 마저 모호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 아마도 책을 만드는 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왜 그 분야에 지원했을까. 그리고 그 회사에 들어갔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


job-2860035_1920.jpg


그리고 이미 잡혀있던 면접 중 거의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면접이 중견회사 E였다.

그 당시 면접에서 재미있던 것은 A회사에 면접을 같이 봤던 사람들이 B회사에서 만나기도 하고, E 회사에서도 만났는데, '대기실에서 혹시 어디 가시게 되면 정보를 공유하자.' 이런 가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았음에도 연락처는 주고받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만의 경쟁을 하던 시기였다.


중견회사 E는 그 당시 주식 시장에서 더 주목받는 회사였기에 ( 나중에 입사하게 된 이후에 어머니의 친구분이 그 회사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 나에게는 출판사의 좋은 평가를 밀어 두고 입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때 면접장에서 기억나는 질문이 있었는데

'은행 카운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고객이 많은 양의 동전을 가지고 왔다. 뒤에 급한 업무가 있는 고객이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앞의 고객을 먼저 처리하겠는가, 뒤의 고객을 먼저 처리하겠는가.'


짧은 질문이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자세,

요구사항이 중첩되었을 때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다.


여기에서의 뻔한 답은

양해를 구하고 급한 업무가 있는 고객을 먼저 처리한다
순리대로 앞의 고객 한다 등 이 었을 것이다.


앞 순서에 있는 지원자의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조금 더 다른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을 했다.


'은행에는 창구 직원 뒤에 많은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돈을 세는 일을 뒤에 있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고객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급한 고객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겠다. 그리고 두 고객이 돌아간 이후에 선배님의 업무를 돕도록 하겠다. 고객이 우선이기 때문에 고객 중심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대처하겠다'


사실 이 답변이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답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저 질문이 핵심 질문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면접장에서 나왔을 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후에 생각해보기론, 은행이라면 동전 세는 기계가 있을 테니 기계를 써서 빨리 해결하겠다 는 간단하고 뻔한 답변도 있다고 생각했다. )


그리고 발표 연락을 주기로 한 날, 떨리는 마음으로 불을 꺼놓은 방 안에서 핸드폰만 바라보면서 기다렸고,

어둠과 정적을 깨고 자취방을 뒤집어놓을 듯 우렁차게 전화벨이 울렸다.


success-6041687_1920.jpg


' 최종 합격입니다. 4.9일이 입사일이에요.

메일로 보내는 서류를 준비해서 출근하시면 됩니다. '


조심조심 전화를 끊고, ' NICE!! '을 외쳤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감사를 하며, 그렇게 백수에서 남부럽지 않은 '신입사원' 이 되었다


하지만, 마치 평생직장일 것 같고

이 회사에 무조건 모든 걸 바치겠다는 열정은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전 01화취업 전, '교통사고'가 만들어준 삶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