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못해 전배와 매각까지.. 끝없는 경험들
지난 회사생활을 돌이켜보면 "입사-퇴사-이직-창업-폐업-전환(직군)" 이 있었는데,
평생직장이란 건 없어진 지 오래라지만, 쉽게 하기도 어려운 경험들이었다.
이 업에서 기획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가끔은 파란만장한 회사생활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기반으로 인사팀을 가거나 헤드헌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런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된 것이 7번째 회사이다.
7번째 회사 입사를 통해 '전배'와 '매각'까지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6번째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정말 좋은 회사들의 오퍼도 받았고 면접 프로세스를 밟고 있었다.
( 요즘에 가장 잘 나가는 회사들을 묶어 '네 카라 쿠 배 당토'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중에 한 곳도 있었고, 새로운 팀원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권한까지 포함한 대기업 팀장 오퍼도 있었다. )
하지만, 그 오퍼를 두고 내가 선택한 건 대기업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전배를 통해 이직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어렵게 들어온 대기업 생활을 이렇게 용두사미로 마칠 수는 없었다.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해야 핬다. 내가 이뤄왔던 성과들을 실력으로 다시 한번 증명해보고 싶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대기업에서 UX가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체계를 만든 것을 인정받고 다시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다른 선택지의 장점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
또한 앞의 이야기에서 쓴, 전쟁 같은 항명을 통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 끝을 봐야 했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잘못된 일들이 바로 잡히는 모습들을 봐야만 했다.
어쩌면 같은 그룹사의 기준에서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정말 정당한 것인지,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다른 계열사에서도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들인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 이 생각은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일들은 세상에 꽤 많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
에이젼시나 첫회사 때도 금융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낯설지 않았고,
대기업의 낙후된 시스템에서 UX 환경을 최신으로 바꾸고 적용하는 것은 가장 최근에도 했던 일이기에 익숙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성공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었다.
회사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관련 업무 담당들에게 iMAC을 구입해주고 UX tool을 도입한 것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전 회사부터 iMAC만 50-60대가량 주문했던 것 같다
( 이 정도면 Apple 사에서 뭐라도 받아야 하는 건데.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들어줄리가 없지만 )
새로 온 회사에서 담당 임원 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는데,
때마침 모바일 앱을 뜯어고치는 프로젝트를 착수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있었지만
'나' 였기 때문이라기보다, 때마침 UX가 너무나도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맞물려 있기도 했다.
오히려 회사 내에서 너무 많은 신뢰를 받게 되어, 주위의 시샘을 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고,
그것이 힘없는 새로운 중도 입사자가 회사에 적응해서 프로젝트를 이끌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이라면, 이전 회사와 같이 깊은 고민을 함께할 동료들을 빠르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전 회사의 팀원들이 많이 그립고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좋은 구성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요즘도 가끔 한다. )
결론적으로, 더 큰 규모를 가진 회사였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현실은 어려웠지만 하던 대로, 또 스스로 생각하던 대로 묵묵히 길을 걸어갔다.
이건 아니다 하는 일들도, 정말 보수적인 과정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도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면서 수행해 나갔다. 지난 회사의 경험이 있었기에 겸손한 자세로 크게 튀는 것보다 내실을 기하면서 밑바닥을 다지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나와 몇몇 새로운 인력들이 주축이 되어 UX팀이 세팅되었다.
'UX팀'이라는 이름의 팀이 생긴 것 자체가 파격인 회사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 금융사에 UX팀이 생기고 있지만, 금감원의 감시를 받는 금융사들이 정부 규제가 아닌 고객의 시선에서 서비스를 생각하게 된. 변화가 큰 역할을 한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 물론 여기엔 토스와 카뱅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
회사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은 UX Guideline를 잡아서 배포하기도 했고,
회사의 모든 UX 진행 건의 요청을 받아 적정한 리소스를 분배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도 맡게 되었다.
그렇게 UX가 없는 회사에서 하나둘 UX의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빠른 시간 내에 나름대로의 좋은 성과들을 이뤄내었다.
그 와중에 또다시 큰 변화가 찾아왔는데, 바로 회사가 사모펀드로 매각이 되었고,
새로운 대표/임원 등 주요 사람들이 희망퇴직과 함께 물갈이되며 또 많은 변화들을 가져왔다.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이었다. 생각해보면 한 회 사의 한 포지션에서 안정되게 3년 이상 일하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개인적인 성향도 영향이 있겠고, UX 시장의 변화와 회사들의 변화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불필요한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조직과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그 과정에서 UX업무와 IT 관련 부서들에 대한 변화의 요구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 점이 다행이기도 한 것은 대기업의 프로세스는 대부분 오래도록 쌓여온 관성에 젖기 쉽고, 오래도록 정체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이 체제는 UX에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온라인 채널을 전면 개편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내가 가는 모든 조직이 이런 변화를 겪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가는 곳이 그렇게 되는 것인지, 내가 그런 곳을 좋아하고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7번째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없는 건,
이 과정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난 몇 달간 글을 쓰며 정리했던 '프로이직러의 취업과 이직'의 마지막 회사는 7번째 선택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회사이다.
참 후련하다. 모든 이야기를 쓸 수는 없었지만, 지나간 발자취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또 많은 이야깃거리와 글거리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앞으로 브런치에 또 다른 매거진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더 쓸 수 있을것 같다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 건,
지금도 모두가 꿈꾸는 안정적인 대기업 금융사에서, 변화무쌍하고 파란만장하게 UX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