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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고 기사

오늘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나는 조금 전에 죽었다. 죽고 나면 의식도 없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날아 기능을 멈춘 내 육체를 바라보았다. 해방감이 느껴졌다. 살아 있을 대보다 한층 가벼워진 영혼으로 방안을 살펴보았다. 인터넷 신문에 내 부고 기사가 떠 있었다. 죽기 전에 내가 작성한 기사였다. 유서 삼아 장난스럽게 쓴 것인데 다시 읽어보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 같은 기사로 남으리라. 

          

<부고> 원 현정 작가 별세     

라이프 코치이자 작가인 원 현정 씨가 2053년 11월 16일 90년의 삶을 마감했다. 

사회학과 졸업했지만 50세까지 보석디자이너, 전시기획자로 예술을 좋아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은 그를 예고 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갤러리를 운영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해서 사람들은 당연히 미대를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삶이 힘든 40대를 보내고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상실을 겪고 글쓰기와 상담이 직업이 되었다. 힘든 사람에게 공감하고 누군가 응원해 주는 일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여기게 된다.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에세이로 쓰게 된 수필 10권과 소설 3편을 발표했다. 그의 책은 출간 당시 대단한 베스트 셀러는 아니였지만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는 에세이로 꾸준히 읽히고 있다.      

50대 중반부터는 죽음학 공부를 시작하여 ‘죽음교육지도사’라는 생소한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고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와도 잘 맞이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일이다. 죽음학은 어려운 학문이지만 그는 보통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살면서 겪지 않을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충분한 애도를 할 수 있게 상담과 강의를 했다.     

그의 회사 이름이 <집:gyb>인 것처럼 그가 원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I got your back”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내가 네 뒤에 있어. 나는 네 편이야, 너를 응원할게.”

그의 삶도 그가 응원해 준 많은 사람들의 축복으로 별처럼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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