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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리셋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

오늘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이름도 어려운 죽음학을 강의 하는 수업이 아니다. 사람들과 어떻게 살다가 죽어야 하는지 이야기나 해보자고 만든 워크샵이다. 코칭과 죽음학이 조금씩 섞여있는 스타일의 수업이다. 간단하게 죽음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살아 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 한다. 남의 사연을  듣고 공감해주고 응원한다. 매번 누군가 눈물을 터트리기도 하고 나도 강의하며 울기도 한다. 

잘 죽는다는 것은 죽을 때 후회가 없어야 한다니, 어렵지만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참가들은 ‘같이’ 고민한다. 여기서 ‘같이’라는 것이 의미를 가진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말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위로와 힐링이 된다. 그래서 가끔 같은 내용인데도 두번씩 신청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조금이라도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면 죽을 때 덜 후회할 것 같아서 ‘응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인생리셋 수업에서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몇 가지만 정리해보면.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누구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내 장례식에 소수의 인원만 올 수 있다면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가요?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 가고 싶은가요? 

*커다란 명예를 가진 짧은 인생과 무탈하게 긴 인생이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당신은 불치병 진단을 맏았습니다. 수술을 해도 완치될 확률이 5:5라면 어떻게 할건가요? 마지막까지 치료한다. 병을 받아들인다?

*당신은 곧 죽음을 맞이합니다.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의 삶이 일년정도 남았고 무제한의 돈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당신이 죽기 전에 누군가 한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다면 누구일까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장례식에 틀고 싶은 음악이 있나요?

*유언장을 써보셨나요? 첫 문장은 뭐가 될까요?

*유산이 많이 남는다면 기부하고 싶은 곳이 있나요?

*죽기전에 꼭 정리하고 싶은 물건이나 일이 있다면?

이 밖에도 많은 질문을 찾아내고 연구하고 같이 이야기 합니다.     

오늘 아침 SNS에서 어떤 분이 죽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자기가 늙어가는 모습이 너무 힘들다고 무섭다고 써 놓은 것을 봤다. 그러나 막상 죽음이 닥지면 두렵지 않을까? 죽음을 생각해 보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도 심각한 문제이다. 수명은 자꾸 길어지고 노년 인구가 많아지고 우리도 좀 더 일찍 노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후대책이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것만 강조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늙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 같다. 늘어가는 주름을 펴는 일에만 투자하지 말고 우리는 마음을 펴는 공부가 필요하다. 

요즘 나의 관심사이다. 잘 나이 드는 것과 잘 죽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같이 공부해 나가야 할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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