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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입니다 (계절;겨울)

마흔이 묻고 육십이 답하

3. 겨울 ; 괜찮아     

효경

“괜찮아질거야 ~”

 금방 지나갈 거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6살쯤 유치원을 다녀오면 엄마가 없었어요. 동네 골목을 땅거미가 내리도록 걸었던 기억이 있는데 같이 놀던 친구들은 자기 엄마가 부르면 내게 등을 보이고 목소리기 들리는 길로 뛰어갔습니다.

큰 것을 바란 건 아닌데 돌봄과 안정감이란 정서를 느끼고 싶었던 나는 공포와 불안을 느끼며 자랐던 건 아닌가? 그때의 나의 정서는 성장이 멈춘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었는데 그 부분이 가끔 걸림돌이 되어, 내 감정에 집중하기보다 상대의 감정을 살피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태도에 문제가 있을 때는 말해야 하는데 몇 번을 참고 참다가 할 말을 하고도 후회를 합니다. 그리고는 한 번 더 참을걸, 좀 더 기다려 줄 걸 내 말에 상처받았으면 어떡하지 자책을 합니다. 나는 이미 상처받을 대로 받았는데 그대로 놔두고 말입니다.     


현정

나도 어릴 적 엄마가 나를 보살펴 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별로 없어. 항상 아들을 보고 있었지. 공부 잘하는 맏아들과 몸이 불편한 막내아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행복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나봐. 아마 사람마다 타고나는 기질이 다른 것처럼 비슷한 환경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는 반응하는지가 다르니까. 나는 좀 무디고 둔한 아이였어.      

중,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 뒷담화에 상처를 받아서 친구가 많이 없었지만 나를 자책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 반대로 친구 관계에도 더 무덤덤해져 갔어. 친구에게서 상처 받지 않으려는 심리적인 방어기제였지.

그러다 보니 남들 보기에 겉으로는 항상 꿋꿋해 보이고 강해 보이지만 내 속은 그렇지 못했어. 남들처럼 속상하고 힘들지만 빨리 그 감정들을 털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자. 그렇다고 사람들과의 관계나 인연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야. 누군가를 만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무엇이든 해주려고 노력해. 헤어지고 나서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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