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뜀뜀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생이 Dec 30. 2022

달이 차오른다, 가자

그 남자의 야심한 런생활




나는 주로 밤에 달린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달리기를 시작한 시즌이 여름이기 때문인 것 같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선선해지는 저녁에 뛰다 보니, 그게 습관이 된 것 아닐까?


게다가, 미라클 모닝을 해보겠다고 아침에 몇 번 달려 본 적도 있지만, 피곤함에 쩔어 하루를 시작하는 테러블 모닝이 되는 경험을 한 뒤로, 모닝런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이 외에도, 밤에 뛰는 이유 몇 가지를 뽑아 보자면.



1. 어둠 속에 몰골을 숨길 수 있다.

달리기는 매번 뛸 때마다 힘들다. 스포츠 의류 광고 속 모델처럼 운동을 하면서도 환하게 웃고 멋진 척을 할 수가 없다. 땀이 주룩주룩 나고, 숨이 차서 얼굴은 일그러진다.


밤은 자비롭게도 이런 추한 내 모습을 어둠으로 가려준다. 내가 달리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함께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의 안구건강을 위해.



2. 천연 수면제가 된다.

원래 잠을 잘 자는 편이지만, 달리기를 하고 오면 더 빨리 잠에 든다. 뜀박질을 마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피곤함은 노곤함으로 변한다. 이때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수면 내시경 전 프로포폴 맞듯 스르륵 깊은 잠에 빠진다.


이처럼 불면증에도 효과적이지만, 스마트폰을 보느라 늦게 자는 습관을 고치는데도 특효약이다. 쏟아지는 잠에 딴짓을 할 틈이 없으니까.



3. 성취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달리기는 성취감을 준다. 기록이 좋을 땐 좋아서, 기록이 나쁠 땐 운동하러 나왔다는 그 자체로 뿌듯함을 느낀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하루라도, 실패만 가득했던 하루라도, 달리기를 함으로써 그날의 끝을 뿌듯함으로 매듭 지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시궁창 같았던 하루도, 달리기라는 하수처리를 거쳐 조금은 받아들일 만한 하루가 된다.




이 외에도, 달콤한 아침잠을 지킬 수 있다, 낮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야식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다. 등 야간러닝이 좋은 이유들은 뛸 때마다 계속 생기고, 또 쌓여간다.


그렇게 쌓인 이유들은 밤만 되면,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나를 러닝화를 신게 하고,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22.12.9 보라매공원, 신호등도 꺼지는 시간인데도 트랙 위에는 러너들이 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득근의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