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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녀 Oct 06. 2023

은행나무의 복수

시 / 바다소녀

           

잘해 줄 것처럼 데려오더니

차 소리 끊이지 않는 길가에

바람 찬 곳에 심은 복수를 준비한다.     


잎보다 입이 많은 은행나무

잘 키워 온 은행을

햇빛에 요리조리 굴려 익히고    


잠들지 못하는 밤마다

스트레스 분비물을

노란 과즙 속에 넣는다.     


준비를 마친 은행나무가

가을바람에 몸을 떤다.

은행 폭탄을 투하한다.      


발길이 오기를 기다렸다

팡팡 냄새를 퍼뜨리는 은행들.

한 번 잡은 발바닥은 끝까지 따라간다.  

    

코를 막고 까치발을 들고

서둘러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은행나무가 노랗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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