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바다소녀
잘해 줄 것처럼 데려오더니
차 소리 끊이지 않는 길가에
바람 찬 곳에 심은 복수를 준비한다.
잎보다 입이 많은 은행나무
잘 키워 온 은행을
햇빛에 요리조리 굴려 익히고
잠들지 못하는 밤마다
스트레스 분비물을
노란 과즙 속에 넣는다.
준비를 마친 은행나무가
가을바람에 몸을 떤다.
은행 폭탄을 투하한다.
발길이 오기를 기다렸다
팡팡 냄새를 퍼뜨리는 은행들.
한 번 잡은 발바닥은 끝까지 따라간다.
코를 막고 까치발을 들고
서둘러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은행나무가 노랗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