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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Aug 14. 2017

인테리어 디자인 상상력 업그레이드

자유로운 발상으로 살아가기

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위대한 재능을 ‘상상력’이라고 믿는다. 상상력이 무슨 힘이 있을까 의심이 간다면 지금 당장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라. 당신이 앉아있는 의자, 만지작거리고 있는 스마트폰, 커피잔, 콧등에 걸쳐져 있는 안경, 머리 위 전등, 종이, 연필 한 자루 - 이 모든 것이 이 세상에 물질적 형태를 띠고 존재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 존재했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 문제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예술성을 어떻게 유지시키는가에 있다.”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o)


피카소가 말한 예술성의 바탕은 상상력이다. 그러나 신이 준 가장 큰 재능은 교육을 받으며 점차 희미해져 가고, 어른이 된 후에는 자신이 이런 재능을 소유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나의 정답만을 찾도록 하는 사지선다식 교육을 함으로써 상상력을 빠른 속도로 메마르게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하나의 정답(=편견)으로 인한 상상력의 부족은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 많은 이들이 가진 편견은 예를 들면, ‘거실=소파와 TV’, ‘어린아이 있는 집=부서지거나 깨지는 물건은 바닥에 둘 수 없다’, ‘가장 큰 방=부부 침실’, ‘신발장=현관에 위치하는 것’ 등이다. 의문을 제기하지도 변화의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견. 그 시작이 어디일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다소 허무한 답이 나온다. 바로 ‘자라오면서 본 그림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고속성장을 하던 시기에 도시에서 일하던 아빠들은 주 6일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지친 몸을 소파에 뉘어 TV를 보다 낮잠이 들곤 했다. 엄마들은 바쁜 아빠의 도움 없이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두셋씩 키우며 살림을 해야 했다. 조부모 세대보다 나아졌다고 하나 '어떻게 사느냐'보다 '살아가는 것'이 우선순위였던 우리의 부모 세대는 장롱, 소파, 식탁, 냉장고, 세탁기 정도의 살림살이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 이상의 것을 지향하는 이는 드물었다.


현재 우리 세대의 손에 쥔 자원은 훨씬 풍부해졌지만, 자원 대비 디자인의 다양성과 평균 수준은 높지 못한 편이다. 언론에서 최신 트렌드라고 보여주는 것을 또 하나의 '유일하게 봐온 그림'으로 받아들이며, 이것을 부끄러운 의식 없이 베끼고 있다. 상상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상상력 키우는 팁


우리는 어떻게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가? 상상력은 많이 보고 듣고 느껴야만 키울 수 있는 법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인테리어 디자인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상상력을 키우는 팁들을 공유한다.


첫째, 해외에서 발행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를 본다. (유료)


획일적인 집 구조에 더해 공급자나 수요자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를 보는 것보다는 우리나라보다 몇십 년에서 몇 백 년 앞서가며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선진국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접하는 것이 안목을 키우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된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먹고사는 삶 그 이상의 단계에 다다랐을 때 소구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배(?)들을 관찰해야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칭송받는 스타일과 자재들이 십여 년 전 발행된 해외 인테리어 디자인 매거진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 <Eigenhuis>


해외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를 국내에서 정기 구독하거나 대형문고에서 사는 것은 비용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 디자인 관련 서적만을 전문으로 하는 중고 서점들이 있으므로 십여 년 전 발행본이라도 구입하여 곁에 두고 꾸준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유로운 디자인 발상에 큰 도움을 받게 된다.


둘째, 유튜브(YouTube)에서 해외 인테리어 디자인 TV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한다. (무료)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에서는 예전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적지 않은 수의 방영분이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결과만 볼 수 있지만, TV 프로그램은 결과와 더불어 과정까지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이런 프로그램은 당신이 해당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 핀터레스트(Pinterest)를 탐험한다.(무료)


핀터레스트는 이미지나 사진을 공유, 검색, 스크랩하는 이미지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인테리어 디자인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다. 가입을 하고 검색어를 입력해 무수한 스타일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는 것만으로 상상력이 자극된다. 예를 들어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plant interior’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된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모아 정리해두는 기능도 제공한다.


넷째, 백화점의 가구코너과 논현동 가구거리의 수입 가구샵을 방문한다.(무료)


백화점 가구 코너나 논현동 가구거리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혹시 싸구려 제품만 보고 다니고 있지 않은가? 수입 브랜드 가구의 가격은 때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비싸지만, 좋은 것을 보고 다녀야 안목이 생기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당신이 저렴한 것만 보고 다닌다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좋은 것을 보고 다닌다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확률은 100%가 된다.


자신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다고 지레 위축되지 말고, ‘그만한 돈이 있다’고 상상하며 백화점 가구 코너와 논현동 가구거리의 수입 가구샵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보자. 어느 순간 비싼 가구가 그 값어치를 어디에서 하는지 파악하게 될 것이다. 혼자 방문할 용기가 안 난다면 배우자나 친구를 불러 같이 가면 된다.


다섯째, 외국의 가정집을 방문해본다.(유료)


외국인 친구도 없는데 어떻게 외국의 가정집을 방문을 하냐고? 답은 간단하다. 에어비앤비(AirBnB)를 활용하면 된다. 숙소를 고를 때 가격이 저렴한 곳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이왕 가는 거 비싸더라도 멋진 집에서 머물겠다고 생각하고 선택해라. 에어비앤비의 집들을 탐색하다 보면 종종 멋진 분위기의 집들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집주인이 기존 숙박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데다 마음에 끌리는 디자인을 갖춘 집이라면 인테리어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을 해본다고 생각하며 투자를 해보기 바란다.



상상력이 자유롭게 발휘된 불량(?) 사례들


편견을 벗어나 집주인 고유의 상상력(전문가의 상상력이 아닌)이 자유롭게 발휘된 인테리어 디자인 사례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원칙 혹은 편견을 벗어난 만큼 불량한 사례라고 봐야 할까? :)  


1. 거실의 새로운 구성 요소, 친구의 집


친구 부부의 집 거실 구성은 두 가지 면에서 신선하다. 첫째, 거실에 소파가 없다는 점 (대신 1인용 리클라이너와 4인용 식탁이 있다). 둘째,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린 남자아이를 키우면서도 거실 바닥에 여러 개의 작은 토분들을 놓아두었다는 점이다. 친구 부부는 TV 맞은편에 소파가 아닌 1인용 리클라이너를 놓아두고, 1인용 리클라이너를 기준으로 거실 창문 쪽에는 여러 개의 작은 토분을, 주방 쪽에는 4인용 원목 식탁을 놓아두었다.


이 가족이 함께 있을 때의 거실 풍경은 이렇다. 남편은 1인용 리클라이너에 앉아 쉬고, 아내와 아이는 식탁 의자에 앉는다. 아이는 엄마와 같이 식탁에서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같이 만들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때때로 아빠에게 가서 1인용 리클라이너에 앉아 있는 아빠 위에 앉기도 한다. 아이는 엄마를 따라 식물에 물을 주며 여러 식물이 제각각 자라는 모습을 관찰한다.


남편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는 점, 아이의 성격이 차분하다는 점, 아내가 플로리스트이며 평소 늘어지는 성격이 아닌 점을 고려해 자신들의 디자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거실 구성을 했다. 이 집은 거실에는 소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아이가 있는 집에는 깨지는 물건을 바닥에 놓아두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하나의 편견이며, 이것이 모든 집에 맞는 표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친구 부부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가 토분을 깨뜨린 적은 없으며, 오히려 아이가 식물이 자신의 돌봄 속에 자라나는 것을 보며 생명의 신비와 함께 생명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화분을 깨뜨리고 식물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하는 편견에 갇혀 아이에게 식물을 접할 기회조차 주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부조화를 넘어선 조화, Jim Thompson House


실크나 태국, 혹은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Jim Thompson은 미국인으로 태국의 실크산업을 일으킨 사업가이자 고대 유물을 사랑한 모험가&수집가였다.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떠난 뒤 실종된 그의 뒤에 남겨진 그의 집은 현재 Jim Thompson House라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Jim Thompson은 건축을 공부한 사람으로 직접 자신의 집을 설계했다. 고대 유물을 사랑하는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여 이 집에 쓰인 모든 자재는 태국을 포함한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구한 유물들이다. 그러다 보니 문 한 짝, 원목마루, 문고리, 나무 장식 등 작은 부분 하나까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 제각각에서 구한 것을 섞어 집을 만들었다. 크게 보면 집 전체가 조화를 이루지만 자세히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부조화스러워 보이는 조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수천 년의 세월을 품은 좋은 자재, 그리고 그것을 만든 장인의 혼이 부조화를 더 높은 차원의 조화로 승화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오롯이 사랑하는 것들로만 자신의 집을 만들고자 했던 Jim Thompson의 열정은 아주 멋진 집을 탄생시켰다. 오래된 것은 현대에 쓸모없을 것이라는 편견, 조화를 이루는 자재끼리 디자인해야 한다는 편견, 집주인의 디자인 철학이 건축 교과서에 실린 원칙보다 못할 것이라는 편견 - 이 모든 편견들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자원으로 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한 Jim Thompson House. 내가 살아오면서 본 집 중 가장 멋진 집이다.



3. 자연빛으로 가득 찬 탁 트인 현관 공간, 우리 집



나는 오감이 일반 사람보다 예민한 편으로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자연빛과 자연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개의 아파트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 현관(욕실 제외)인데, 나는 이를 나 자신을 위해 새로운 발상으로 뒤엎고(?) 싶었다. 나의 바람은 집에 들어갈 때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공간인 현관이 자연빛으로 환한 것이었다. 그래서 남향의 거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현관까지 이르도록, 하지만 소음은 막고 난방과 냉방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된 중문을 설치했다. 현장소장님의 반대로 구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30년 이상 이 분야의 일을 하며 가정집에 통유리 중문을 달아본 적은 없다는 그분의 편견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결과는? 내 자유로운 발상이 승리했다.


또한 나는 여백 없이 꽉 들어찬 느낌을 안 좋아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숨 막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신발장을 거실로 향하는 복도 위로 옮기고 기존 신발장 자리에는 벤치를 만들어 두었다. 신발장은 현관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거실 위에 있는 신발장을 두면 편리한 점이 더 많다. 거실 위 신발장은 슬리퍼 등을 구겨신을 필요 없이 맨발로 편하게 신발을 꺼낼 수 있다. 바닥에 흙 좀 떨어지는 것쯤은 청소기가 있으니 큰 수고가 아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는 자신을 가둔 15년간이나 가둔 사람이 누구이고 가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여정을 펼친다. 마침내 이우진(유지태 분)을 찾아 그 비밀을 찾았나 싶을 때 이우진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당신이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만 찾을 수밖에 없다. 왜 가뒀나가 아니라 왜 풀어줬나가 올바른 질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자유로운 발상에서도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 멋진 디자인(=왜 가두었나)을 갈구하기 전, 평소 당연하다고 여기는 디자인에 대해 질문(=왜 풀어줬나)을 던져야 한다.


‘당연한 것’이 편견임을 알 때 거기에서부터 한층 발전된 인테리어 디자인 구상을 할 힘이 생기면서  디자인 과정이 자유롭고 유쾌해질 수 있다. 피카소의 말대로 자라면서 상상력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니, 평생에 걸쳐 ‘상상력’이라는 재능을 유지하도록 현명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소중한 선물을 되찾는 것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포함해 삶의 여러 면에서 되찾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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