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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Aug 21. 2017

예산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

집중하고 가벼워지기

아는 만큼 고민이 커진다.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하고 싶은 것이 거의 무한대로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건만, 이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새삼스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것들이 많았나’라는 깨닫는 인식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번뇌를 안타깝게도(?) 수반한다. 머릿속으로는 예산의 한계를 납득하지만 가슴으로는 도저히 포기 못하는 딜레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돈을 쓰면 이걸 할 수 있는데’하는 고민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물론 대출 등의 수단으로 추가 자금 조달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며 최선의 해결책도 아니라는 점을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문제를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The way to see the problem is the problem). 문제가 생겼다면 문제에 바로 답하는 모범생 모드를 취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 주어진 문제 자체에 질문을 던져보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면 관습적이지 않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예산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방법


딜레마가 생기는 원인을 잘 살펴보면 ‘두 가지를 동시에 다 취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다. 부풀어 오른 무한대의 꿈도 실현하고 싶고, 동시에 예산의 한계도 지키고 싶은 마음 -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이것이 ‘욕심’ 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욕심임을 인정한 뒤에는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예산의 한계’에도 양면성이 존재하며,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좋은 면도 존재한다.  


예산의 한계가 가진 첫 번째 긍정적인 면은 당신이 덧셈을 멈추고 뺄셈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구상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시점에 사실 사람들은 약간 이성을 잃은 상태가 된다. 멋진 새집을 만들고 싶은 욕구에 빠져 수천만 원의 예산에 몇 십만 원 혹은 몇 백만 원 더해지는 것에 대해 순간적으로 너그러워진다.


예산의 한계로 덧셈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어쩔 수 없이 뺄셈의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뺄셈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노트를 펴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디자인 구상에 대한 위시 리스트를 작성한 뒤, 이 중 ‘다른 것은 포기해도 이것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라는 것을 기준으로 10가지->5가지->3가지로 줄이며 선택하면, 자신의 최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최종적으로 남은 세 가지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집중할 부분이고, 이 외의 나머지는 예산을 벗어나면 언제든 훌훌 털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우리 집 인테리어 디자인 구상에 있어 마지막으로 남은 세 가지는 ‘(1) 실제보다 높고 넓어 보이는 공간 (2) 자연빛이 구석구석 들어와 환하며, 자연석 느낌이 드는 바닥재로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 주기  (3) 깔끔한 수납을 위해 주방 싱크대 포함 여러 개의 수납장을 만들 것. 단, 공간 전체에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이었다.     


이렇게 최우선 순위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이를 진행하겠다고 명확한 결단을 내리면, 그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쉬워진다.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기하는 것 없이 꿈꾸는 구상을 모두 다 실현하고 싶어 예산을 전반적으로 고루 줄이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100만 원이 투입되어야 할 곳에 50만 원만 지불했을 때,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100만 원 이상의 비용 그리고 돈 이상으로 중요한 시간이 투입되어야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면서 싸고 좋은 것을 찾지 말라. ‘싼 것이 가장 비싼 것(The cheapest is the dearest)’임을 인테리어 디자인의 과정과 결과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예산 제한의 두 번째 긍정적인 면은 ‘단순한 디자인’이라는 높은 차원의 디자인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본질만을 남기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디자인은 없다. 덧셈만을 계속하다 보면 본질이 흐려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뺄셈을 하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본질밖에 없게 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디자인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이기보다는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이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의 생각을 깨끗이 정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예산의 한계는 종종 디자인에 있어서의 ‘단순성’이라는 위대한 길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단순해진다는 것은 집중하고 가벼워진다는 의미다. 한 가지를 열 가지로 늘리는 것은 쉽지만, 열 가지를 한 가지로 집약할 때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창의력은 모든 자원이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는 환경보다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더욱 강하게 발동이 걸리는 신비한 능력이다. 예전에 <무릎팍도사>에서 배우 윤여정 씨가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한다. 예술가도 배고플 때 그린 그림이 최고다.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정말 운 좋게도(?) 지금의 당신은 배가 고프다(=예산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최고의 그림(=인테리어 디자인 구상)을 그릴 수 있는 적합한 환경에 놓여 있다.


유럽의 빈티지 거울조명




단순한 디자인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본질에만 집중했기에 변질되지 않는다. (우리가 시(詩)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 거울 겸 조명은 1970년대에 벨기에의 Alibert사에서 만든 제품이다. 최소한의 구성으로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낸 이 제품은 40여 년이 지금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이미지 출처: 빈티지소품가게 4월)


예산 제한의 세 번째 긍정적인 면은 시간을 느긋하게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래서 모두들 불과 몇 주만에 또는 길어야 1~2달 만에 드라마틱하게 뚝딱하고 바뀌는 것을 기대한다.


모든 것을 단시간에 마무리하려고 하는데에서 예산이 초과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는 도배, 페인트칠, 바닥재 시공과 같이 전문가에게 맡기면서도 거주 전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예산 안에서 소화하고, 집에 들어가 살면서 마련해도 되는 것들에게 대해서는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마련한다는 태도를 가질 것을 권유한다. 특히나 신혼부부라면 소파, 의자, 조명, 그림 등에 대해 ‘젊은 시절부터 좋은 것을 하나둘씩 수집한다’는 마음으로 디자인과 품질면에서 만족할만한 것을 찾아나가면서 돈이 모이면 가장 필요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구입해나가는 과정을 밟으면 좋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렇게 구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고, 가치 있는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도 생긴다. 그 결과, 급한 마음에 좋은 소파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100만 원짜리를 얼렁뚱땅 구입해 3~4년 쓰고 망가져 버리는 것보다, 좋은 소파의 기준(뼈대의 재료, 가죽이나 천의 품질, 내부 충전재 재료, 내 체형과 잘 맞는가 등)이 무엇인지를 천천히 배우면서 (당장은 고가로 보이지만) 500만 원짜리 소파를 구입해 20~30년 쓰는 것이 이득인 것도 깨닫게 된다.  


짧은 공사 기간 내에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갖추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자. 천천히 가도 된다. 장기적으로 그것이 스스로에게 더 이익이 되는 길이다.



예산 제약? 성장의 기회!


예산의 한계에 무조건적으로 맞추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예산의 한계’에서조차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울러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고 해서 인테리어 디자인의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약이 있으면 본질만을 남겨두게 된다. 그리고 본질은 최고의 가치다. 제약이 없다면 당신은 끝내 본질을 못 알아보게 될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처음 할 때, 하고 싶은 것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징징되면 당신은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을 발전의 동기로 바라보고 일을 진행한다면, 이 경험은 당신의 능력을 배가 되도록 만드는 계기로 승화된다. 그리고 더 풍족해진 예산으로 다음번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는 당신은 더 많은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뺄셈을 해보고, 본질에 집중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 아울러 인테리어 디자인의 호흡을 길게 잡는 법을 배워본 경험은 당신의 인생에 절대적으로 플러스가 되는 경험들이다. 적은 돈 덕분에 되려 윤택한 경험을 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계속 울기만 하면, 이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시선으로 예산의 한계를 바라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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