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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Mar 29. 2024

나도 이제 숨은 고수들처럼

입은 다물고 말을 아끼고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간 너무 생각없이 가벼운 말들을 시끄럽게 지껄이곤 했던 것 같아서 뜬금없이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날이다.


 믿음직스러운 무게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번 주에는 서울버스가 11시간 동안 파업으로 운행을 멈췄던 재난상황이 발생했다. 지하철로 출퇴근 중이라 지장을 겪지는 않았고, 이 날 이른 시각 처음 협상 진행 중이라는 괄호 문구를 보고 오늘 안에 타결이 되겠다는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전해졌다.


토스 알림을 받은 김에 푸는 썰


화서역에 있는 스타필드 수원은 사람 구경하러 가기 좋은 곳이다. 영광스럽게도 아래 아티클에서 인용한 숫자에 당당히 기여했다.


개장 사흘 안에 방문한 33만명 중 1인이다.



줄서는 것도 귀찮고 꺼려해서 핫플 방문에 관심이 그렇게 있는 편은 아니지만, 상황상 한 번쯤은 가볼만해서 즉흥적으로 다녀왔다. 차로는 절대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하철을 타고 낯선 화서역 긴 통로를 지나 사람들이 많이 향하는 곳으로 갔더니 밝은 조명으로 홀로 빛나는 거대한 건물이 당당한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기대하는 눈빛과 즐겁고 활기찬 표정의 사람들 구경하는 게 최고의 재미


피크타임은 지나서 다녀와서 그래도 큰 불편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일사분란하게 사진 각 잡고 진지하게 찍는 사람들, 생기발랄 쑥스럽고 조금 어색한 듯하다가 곧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의 모델들 포즈를 관찰하는 묘미가 있었다.

핫플은 당연하고, 인기있는 가게마다 줄이 길고, 늦은 저녁 시간에 갔어도 북적북적 사람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이왕 왔으니 시원한 음료를 사먹으려고 어렵게 가게를 골라서 줄을 섰더니, 바로 내 앞 손님까지만 드실 수 있다고 점원분께 정중한 사과 인사를 들었다. 이런, 핫플에서 돈 쓸 기회를 잃었다.

남들이 거대한 조형물에 감탄하고 있을 때, 나는 나름대로 한껏 매력을 뽐내며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더 커서 그 풍경을 보는 게 즐거웠다.


여기 올 때 반드시 뭐라도 사서 돌아오리라 쇼핑을 작정한 것도 아니고, 성지에서 남기는 인싸전용 핫플 방문 인증 셀카도 관심없는 나는 같은 것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는데 하늘공원은 펫 놀이터 컨셉이라서 반려견과 함께 놀러오라고 힘을 준 모습이었고, 스타필드 수원에 미어터지는 방문객 차량들 때문에 정작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은 차로 동네를 빠져나가기도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더라.


어느 측면에서는 집값도 오르고 큰 쇼핑몰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반갑지 않게도 일상에 파고든 난제,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극심한 '러시아워'를 얻게 됐다.


실제로 거기 사는 사람들보다도 다른 지역에 살면서 스타필드 수원 주변 아파트 소유권을 가진 실소유주가 부동산 수익 측면에서만큼은 최후의 승자가 아닐까 싶다.




그냥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포스가 힘이 느껴지는 고수가 되어야지. 오늘 잠시 만나 오래 눈 길이 머물던 이 화병 속 꽃들처럼.


말을 아끼고, 조금 더 생각하고, 오래 생각해 보기 - 그 간 잘 안 되는 거였으니 한 번 마음잡고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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