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흩어져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보는 단상
요즘 저를 통과한 얕은 몇 가지 생각조각들을 꺼내둘게요. 나중에 그건 아니다 싶으면 그 때는 어리석었다고 할 수도 있어요.
퇴사는 곧 죽음이에요.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더는 못해
내가 어떻게 여기서 더해
할 만큼
내 역할을 다한 나는
퇴사하는 그 순간
찬란한 죽음을 맞이한 겁니다.
빛나세요.
그 어느 곳에서라도.
그럴 만한 사람이에요.
여기 있는 우리는.
곁에 있는 가족을
돌보는 것이
진짜 나를 살리는 길이었네
무겁고 버겁기만 한
얼른 벗어버리고 싶은
거추장스러운 부담이 아니었네
환생을 믿어?
난 그런 건 없다고 봐.
이번 생이
한 번 뿐이어서
이렇게 애틋한 거지.
단 한 번뿐인
'지금'이어서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세요
어제는 TV채널을 돌리다가 EBS 비즈니스 리뷰에 고명환님이 열변을 토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참 경청했어요. 이틀 후에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을 만큼, 과거의 큰 교통 사고는 자신이 그간 조금 안 맞아도 일이 힘들어도 꾹 참고 살던 인생의 행로를 완전히 재설계한 계기가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생각보다 먼 것만 같은 죽음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갑작스레 다가올 수 있고, 죽을 뻔한 고비가 다가왔을 때 운 좋게 살아남은 분들은 어떻게든 잘 살아볼 위대한 결심과 거침없는 행동을 성큼성큼하며 사시더라구요. 누구라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는데, 내게는 죽음이 없는 것처럼 살던 대로 살려는 편안한 생활 유지, 바꾸기 귀찮은 루틴 생활 반경 안에 머물곤 합니다. 필요하다면 과감히 힘든 삶을 과거형으로 만들고, 0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바로 용기를 아직 내지 못한 이들에게 그저 대단하고 놀랍게만 보이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인 셈이죠.
고명환 작가님 이야기에서도 느꼈지만, 그런 변신과 과감한 변화의 여정은 '멋지다'라는 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 안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진짜 용기내서 잘 사는 사람만의 아우라'가 전해지는 단 하나의 길일 거예요.
이 글을 쓰기 전 찾아보니 유튜브에도 무료 공개가 되어 있어서 시간이 된다면 '특유의 힘 있는 강연'에 잠시 빠져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s://youtu.be/5kcl1KqjQ3k?si=A-9Q3sidD9Fg25BP
내가 스스로 택한 혹은 타의로 맞이한 퇴사와 같은 어떤 관계 안의 죽음은 내가 완전 새로운 삶의 첫 발을 내딛는데 피할 수 없는 단절이죠. 너무 괴로워하거나 억울해 할 일이라기 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공존하는 또 다른 모험을 떠날 채비를 과감히 하자구요.
11월 30일 일요일 저녁, 2025년의 끝자락 마지막 한 달을 앞 둔 아련한 시간 알차고 뿌듯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