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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y 11. 2020

제민천 골목길

어슬렁어슬렁


굽이진 골목길.

앞에 뭐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복잡한 미로.

 
담장 넘어온 햇살이 바닥에 어룽지고,
누군가 정성을 쏟는 화분과 나무와 어떤 생명체들은 그 골목길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서걱댄다.

댓잎만 서걱대는 게 아니었다.
고양이는 조심스레 골목길을 누비며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귀염을 듬뿍 받기도 하고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골목길. 그 길에서 말을 걸어온 할머니.
"내가 하루 종일 폰만 보고 있어.

이유 없이 볼륨이 안 나와."

볼륨을 오르고 내리는 방법을 몰랐던 걸까.
그저 당황해서 그 방법을 까먹은 걸까.

어렵지 않은 그 방법을 알려줬을 뿐인데
"학생, 너무 고마워"하며 함박 미소를 짓던 그 골목길의 할머니.


낯선 이의 손길이 두려운 요즘인데

할머니의 따뜻한 등 토닥임에 기분이 좋았던
그 골목길.


나는 그 골목길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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