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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Feb 06. 2021

놓아야 떠날 수 있어.




어릴 때부터 난, 두 손을 움켜쥐고 살았다.

붙잡지 않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을 만큼 아름다운 것을 보면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넣어두고 도망치고 싶다가도 그럴 수 없으니 프레임에 가둬놓고 두고두고 소유하려 했다.

잡을 수 없는 거라면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형체라면 기억 한편에 두고 술 한 잔 기울이며 안줏거리 삼아  추억하는 것도, 그러다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지면 가물가물 흐려진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아름답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붙잡지 않는 법을 몰랐다는 건 놓는 법을 몰랐다는 것과 같다. 호수 위 오리가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는 것도,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는 새가 자유로이 날갯짓할 수 있는 것도 다 놓고 떠났기 때문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다 놓아버리고 자유로이 헤엄치는 저 오리처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저 새처럼 살아야겠다.

 

놓아야 떠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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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네 인스타그램 @iamhapp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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