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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Apr 10. 2016

고단함이 너를 키우리라

고단함은 항상 익숙함에서 싹트곤 한다. 5시 30분.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표정부터 일그러진다. 하아. 크게 한 번 한숨을 쉬고 몸을 일으킨다. 주변은 여전히 어둡지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습관이 되다보니 샤워하고 옷을 찾아입는 일이 반자동으로 이뤄진다. 익숙한 와이셔츠에, 맨살 신는 신발.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어도 그냥 나가기 바쁘다. 봄이라지만 새벽 공기는 아직 차다. 버스에 무거운 몸을 싣고 이어폰을 꽂으면 비로소 출근길의 시작이다. 일요일 저녁이면 상상하게 되는 내일의 뻔한 그림인데 정말로 요즘 아침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루하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잠이 들고 또 일어나고. 반복되는 일상에 오히려 다른 틈을 내주기가 어렵다. 중간중간 취미 생활이나 운동으로 삶의 활기를 찾는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요즘, 누군가에게 먼저 던지는 질문도 "요즘 취미가 무엇이냐.", "쉴 때는 무엇을 하냐." 등이다. 변화가 고프다. 이것저것 사는 것도 별다른 취향이 없고 수집욕이 강하지도 않다. 일상의 반복이 개성마저 지우는 건지, 30대 직장인은 다 그런건지, 아님 원래 이런 건지 봄을 제대로 타고 있다.


일상의 고단함과 동시에 엄습하는 건 아마 피로감일 지 모른다. 뉴스를 보면 나오는 헬조선과 흙수저론으로 대표되는 청년층 이야기에 과로와 회식에 매몰되어가는 직장인들의 통계가 남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정체되고 뒤쳐진다는 느낌적인 느낌에, 곳곳에서 보고 겪는 사회의 비열함과 부조리에 금세 피로해진다. 체력적으로나 사람 관계에서도 금방 지친다. 얼마 전 회사동기와 나눈 이야기 중에 서로 공감했던 이야기는 쉬는 날에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였다. 평일에 전화는 불이 나기에 사람에 지쳐 버리고 그러면서도 주말이 무료해 사람이 고픈 나날, 진짜 '직장인스러워'지는 걸까.


정말 이런 적응 안되는 고단함이 삶에서 누구나 겪는 성장통인가 싶다. 더불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런 삶의 고단함을 무수히 참아오며 자식들을 키워내셨고 버텨오셨다. 분명 이런 삶을 원하신 건 아닐텐데 세상의 어떤 제약이 그들의 삶을 이렇게 무료하게 만들었을까 싶다. 물론 가족과 자식들을 바라보며 또 버텨왔을 걸 생각하면 짊어진 삶의 무게와 책임감이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런 부모님도 아들이 재미없다, 피곤하다 투정을 부리면 "어디나 다 그래." 하시다가도 씁쓸한 웃음을 짓곤 하신다. 고단하면서도 뻔한 일상에 젖어드는 걸 누구나 원치는 않는다. 여기서 멈춘다면 그냥 일상에 매몰된다는 표현이 딱 맞게 될 것이다. 작게나마 변화를 찾고 재미를 찾고 싶다. 그래서 글쓰기는 포기 못한다. 머리는 아프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삶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니까. 이렇게 잠도 안자고 또 이러고 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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