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은 이렇게 말했다

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8) : 롤모델편

by 포트럭

세계 최대 인터넷 사이트가 무엇일까요? 아마존(amazon)? 이베이(ebay)?

글 제목에서 아셨겠지만,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입니다. 오늘은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오늘의 글은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하신 분들, 입사한 지 3년 미만의 분들이 특히 읽어 주셨으면 하네요.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사이트 아마존(amazon)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강인 아마존강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지요. 가장 큰 상거래 사이트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BI를 자세히 보면 a와 z 사이에 화살표가 있습니다. 즉, a부터 z까지 없는 거 없이 모든 걸 판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지요.


이베이(ebay)는 창업자 오미다이어의 컨설팅회사인 에코 베이 테크놀로지 그룹(Echo Bay Technology Group)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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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알리바바(Alibaba)는 어떤 뜻일까요?


맞습니다. "열려라 참깨"(open sesame)"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의 바로 그 알리바바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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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윈은 왜 알리바바라고 이름을 지었을까요? 1990년대 중반, 영어강사로 지내던 마윈이 우연한 기회에 미국 출장을 가게 되고 인터넷 이란 것을 알게 되어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창업 초기 다시 찾아간 미국 출장길에 우연히 알리바바라는 단어가 생각났는데, 미국인들에게 얘기해 보니 모두가 알리바바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이트 이름을 알리바바라고 지었다는데요.


여기에서 마윈의 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윈은 처음부터 중국 로컬기업을 염두에 두지 않고 미국 시장 진출을 생각했던 겁니다. 1990년대 인터넷 불모지 중국에서, 그것도 인터넷을 처음 접해본 영어강사 출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마윈은 사무실도 없이 자기 집에서 17명을 모아 창업을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 앞에서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업, 세계3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호언을 하지요.


이는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를 설립할 때 직원 2명을 앞에 두고 사과 박스 위에 올라가 연설한 것과 참 유사합니다. 손정의 회장도 자신과 닮은 마윈을 바로 알아 보았는지, 마윈을 만난지 6분 만에 200억원이라는 큰 돈을 투자하게 됩니다. 마윈에게 손정의를 소개해 준 사람도 야후의 설립자 제리 양이니,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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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이 많은 세사람.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손정의와 제리양은 알리바바의 대주주입니다.




마윈은 못생겼습니다. 키 162cm에 몸무게도 45kg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학력도 변변치 못합니다. 항저우에서도 중하위권 수준인 항저우 사범대학에 3수 끝에, 그것도 정원 미달로 겨우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 지원합니다. 24명이 지원해 23명이 합격했습니다. 떨어진 1명이 바로 마윈입니다. 경찰에도 지원합니다. 4명이 지원해 3명이 합격합니다. 이번에도 떨어진 1인이 바로 마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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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세계 1위 인터넷 상거래 기업의 CEO이자, 40조원의 자산가가 됩니다. 어떠세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희망이 생기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마윈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뭐하나 잘난것,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위대한 성공을 이루어 냈으니까요.


저 역시 마윈을 어느 누구보다 존경합니다. 이베이를 물리친 이야기, 미국에 상장한 이야기 등 자세한 성공스토리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마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마윈은 달변가입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가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하려면 대중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대중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를 꿰뚫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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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은 어릴 적부터 영어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4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가서 외국인들의 관광가이드를 합니다. 외국인들의 말은 폐쇄적인 중국 사회에서 듣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9년간의 가이드 생활로 어린 마윈은 다양한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체화됩니다. 물론 사업 성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영어 실력"도 덤으로 얻게 되고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마윈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세상을 보는 통찰력(insight)과 예지력(foresight)을 갖출 수 있을까요? 마윈처럼 어릴 적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해야 할까요?


우리한테 맞는 방법을 생각해 보죠. 이 역시 저는 마윈의 연설을 통해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마윈이 어느 방송에서 독서에 대해 연설한 적이 있습니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라니, 당연히 "책 많이 읽어라", 이런 얘기일 것 같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윈은 다독을 경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 "책을 추천해 달라"라고 하는데, 자신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베이가 중국에 진출해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진 상황에, 지인이 이베이를 알아야 대처할 수 있으니 읽어보라고 관련 책을 권했지만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얘기도 합니다.

(마윈이 좋아하는 작가는 김용입니다. 김용은 영웅문, 의천도룡기 등을 쓴 무협소설가지요.)


마윈은 책 읽기보다 사람을 만나라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훌륭한 책 한 권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자신이 가이드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던 경험에 비추어 이런 얘기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의 논점을 살짝 바꿔 보겠습니다.


마윈의 많은 연설에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그것이 본인의 성공요인이라고 하구요. 그럼 우리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겠지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은 외부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자기 방식으로 사색하는 과정을 통해 길러집니다. 즉, 1차적으로는 정보를 습득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정보 습득은 인터넷, TV, 책 등 많은 매체를 통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TV는 매체 특성상 사색의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눈으로 쓱 읽고 손가락으로 휙휙 넘기는 스마트폰이나, 리모컨으로 계속 채널을 돌리는 TV로 사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한 가지 주제로 방대한 분량이 활자화된 책은 앞의 매체보다 사색하기 유리한 조건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다 읽고 그냥 덮어버리면 며칠 후 잔상만 남을 뿐입니다. (취미로 읽는 독서는 영화 보듯이 읽는 순간의 재미로 보면 되겠지요. 하지만 사색을 위한 독서는 독서법이 분명 달라야 합니다.)


여기 독서보다 더 좋은 사색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마윈이 얘기한,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것입니다. 일방적 소통인 독서에 비해 대화는 쌍방 소통이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 나가려면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하고, 나도 계속 생각을 하면서 얘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무 하고나 얘기만 많이 하면 될까요? 앞서 마윈이 얘기했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책 한 권 한 권이지만, 나한테 필요한 책, 맞는 책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나한테 필요한 사람, 맞는 사람과 얘기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존경하는 사람, 내가 닮고 싶은 사람, 나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요.

저는 마윈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마윈과 대화할 기회는 현실적으로 없을 것 같네요. 현실적으로 가능하려면 주변에서 찾아봐야 하겠지요.




글의 서두에서 이제 막 취업하신 분들, 그리고 입사 3년 차 미만의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한다고 했는데요.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회사에서 내가 믿고 의지하고, 본받고 싶은 선배를 롤모델로 정하세요. 그리고 그 롤모델과 많은 대화를 하세요."


회사 생활하는 법이 보일 겁니다. 조직의 생리도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폭도 짧은 시간에 대폭 넓어질 겁니다. 내일부터 회사에서 나의 롤모델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대화하세요.


이상으로 오늘의 이야기 마칩니다.





PS) 마지막으로 마윈의 명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소개해 드립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불평을 하지 않는다. 다만, 불평하는 곳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곳에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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