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 사내정치 편
예전, 어떤 시사 매거진에서 한 중 일 아시아 3국의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기질이 강한데(옛부터 장삿속이 좋은 왕서방이라고 불리지 않았나), 국가 지배체제는 이와 정반대인 공산주의 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 사람 개개인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데(일본인은 혼밥, 혼술, 덕후 문화의 원조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전체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을 볼까? 촛불집회를 보면 알겠지만, 한국인은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국가적 헤게모니는 보수주의가 주류이다. 여론조사 선두권인 문재인, 안희정 모두 중도 보수를 지향한다. (물론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이처럼 개인과 집단의 이념 내지는 사상이 모순되다 보니 사회적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좋은 의미의 단어가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쓰는 단어이자,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경제"와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economy)는 본래 "절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에서 쓰이는 의미를 볼까? "경제 활성화"라는 말이 "절약을 활성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비를 조장"하는 뜻으로 쓰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사회질서를 바로 잡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김과장 참 정치적이야."라고 말할 때 김과장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직 내 질서를 바로 잡으며, 직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공익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김과장은 권력집단에 잘 보이기 위해 아부하고 조직 내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경제와 정치가 본래의 순수한 의미와 다르게 왜곡돼 사용되면서 우리의 경제와 정치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는, 정치나 경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부도덕하다 보니 정치나 경제라는 단어에 부도덕한 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의미가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정치나 경제의 의미가 본래의 뜻을 되찾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은 회사 내 정치를 들추어 보고 바람직한 사내 정치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그 안에는 라인이 있다. 그리고 그 라인에 속하는 (또는 라인을 잡으려는) "정치적인 김과장"이 있다.
"정치적인 김과장"은 통상 회사의 오너 또는 실세와 학연, 지연, 그 외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이너서클에 포함되어 권력을 추종하고 지향한다. 영화 더킹의 태수(조인성)가 바로 이 부류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선배인 동철(배성우)을 통해, 즉 학연을 통해 강식(정우성)이라는 권력의 핵심라인에 서게 된다.
물론, 오너 또는 실세와 연결될 만한 특별한 관계는 없지만 지나친 충성이나 아부를 통해 라인에 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치적인 김과장"은 라인을 잡기 위해(또는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눈꼴사나운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되도 않는 아재 개그에 물개 박수와 용비어천가를 날리고, 회식자리에서 앞장서 2차 3차를 외치며, 상사가 싫어하는 경쟁 부서 임원을 속이 시원하도록 씹어댄다.
출처 : 정관장 에브리타임 cf (물개편, 낙하산편)
그런데, 이런 "정치적인 김과장"을 나쁘게만 봐야 할까? 직장 생활하면서 일정 수준으로 직위가 올라가면 라인이란 게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라인에 속해야만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
또는,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그 사람은 누구 라인이야."라고 분류해 버리고,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무리 지어 생활하는 인간의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적인 김과장"을 단순한 미움의 감정이 아닌, 시기와 질투, 동경이라는 복합적 감정으로 바라보며 자신도 라인에 다가가기를 은근히 바란다.
이제 속보이는 "정치적인 김과장" 말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라인타기의 고수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오너 기업인 경우 오너라는 확실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가지치기 하듯 라인이 형성되지만, 오너기업이 아닌 경우는 구심점이 다양하고, CEO 교체나 조직개편 등을 통해 무게중심이 바뀐다. 무게중심이 바뀌는 과정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벌어진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이렇게 물갈이가 되는 상황에서도 라인을 갈아타며 살아남는 "진정한 고수"들이 있다. 이들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적을 만들지 않는다.
"진정한 고수"는 절대 적을 만들지 않는다. 조직생활에서는 아군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사람을 중용해야 할 순간, 주위 평판을 통해 후보자들을 검증하게 되는데, 좋은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 많아도 한 두 사람이 나쁘게 평가를 하면 초이스 하는 입장에서는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이 더 각인되기 때문이다.
평판이 중립적인 경우는 긍정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고수"들의 특징은 무난하고 튀지 않는다. 완곡하고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진중한 편이다. 말수도 적다. 말이 많으면 실언이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 뛰어난 실력 또는 특화된 분야가 있다.
업무 역량이 탁월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은 라인이 바뀌어도 중용받는다. 회사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이윤 창출이기 때문이다. 특화된 분야가 있는 사람도 그 업무가 존재하는 한 계속 살아남는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특화된 분야가 있어도 적이 많으면 라인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즉,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인 셈이다.
결국 사내정치에서도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적을 만들지 않는 것)과 실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적인 김과장" 스타일로 라인을 탈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고수" 스타일로 라인을 타야 한다.
다만, 윤택한 인간관계를 위해 "정치적인 김과장"에게 과하지 않은 애교성 아부는 몇개 정도 배워 두자.
이상으로 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이야기 "사내정치 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