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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Feb 06. 2016

즐겁고 편안한 쇼핑공간 만들기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4) : 상업시설 제3편

오늘은 상업시설 제3편, 쇼핑몰의 이동 동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삼성역 코엑스몰, 많이들 가시지요?


2000년 개장한 우리나라 복합쇼핑몰의 원조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쇼핑몰이랍니다.


그런데, 일평균 10만명 이상 방문에 연 수익 400억원을 자랑하며 위풍당당하던 이곳에 슬슬 심상찮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오픈 10년이 넘어가면서 시설이 노후되기 시작했고, 인근에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두둥~ 제2롯데월드 입니다. 높이 555m, 123층의 위용을 자랑하는 세계 6위의 초고층 건물이죠. (참고로 세계 최고층 건물은 너무나도 유명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입니다. 무려 830m에 163층!!!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 시공했지요. 자랑스럽습니다 ㅠ.ㅠ)

(좌) 조감도  (우) 2016년 1월 모습.   1년 후면 조감도의 모습처럼 완공되겠군요.
(사진출처 : 롯데월드타워 페이스북)



이에, 코엑스몰의 소유자인 무역협회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 겐슬러와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설계한 정림건축을 불러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합니다. 공사비가 무려 2,200억원에 공사기간 1년 8개월이 걸립니다. 코엑스몰의 연수익 400억을 가정하면, 660억원 이상의 기회비용을 감수한 거네요. 헉...  

 

그런데, 이게 웬걸...

야심 차게 준비한 리모델링 이후, 오히려 방문객이 줄었습니다. 당연히 매출도 줄었겠지요?!

상인대표 측 주장으로는 리모델링 전보다 방문객이 20% 줄었으며, 장사는 안되는데 임차료는 너무 올라 17개 점포가 짐 싸 나갔다네요. 앞으로도 16~17여 개 매장이 더 나갈 예정이고요. (2015년 7월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고급화 전략의 실패, 운영업체 변경에 따른 운영 미숙 등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동선 구성의 실패입니다.


원래 리모델링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불합리한 동선체계 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리모델링 이후 방문자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불편하다고 느끼네요.


리모델링 전


리모델링 후


리모델링 전에는 삼성역에서 진입해 핵심시설인 반디앤루니스와 메가박스로 가는 동선이 분명했지요. 가는 길에 여러 맛집과 팬시한 판매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메인 동선에서 많이 벗어난 지역은 방문객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지요.


그래서,  구역 전체를  활성화시키고 복도 폭도 넓게 하여 개방감을 높이겠다는 것이 리모델링의 취지였습니다.


"동선이란 것이 사람으로 따지면 혈관과도 같아서 동선계획이 잘 되어야 피가 잘 돌 수(쇼핑객이 원활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지요."  


지도에서 보듯이 동선이 센트럴프라자로 모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동선이 사선 방향이 되면서 기둥들이 동선상에 그대로  노출되어 시야를 가립니다. 인테리어는 시설 전체가 화이트 톤으로 동일해 '어디가 어딘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데 참 애를 먹지요. 저도 회사가 코엑스몰 근처라 자주 가곤 했는데, 리모델링 후로는 안 가게 되네요. (코엑스몰 초입에 있는 파르나스몰은 참 좋아합니다.ㅎㅎ )


이렇듯, "동선 구성의 핵심은 방문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제 조금 더 이론적으로  살펴볼까요?


동선 구성의 원칙입니다.


1. 연속적, 가로형 동선이 사람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동선 자체가 가로형을 유지하면서, 물의 흐름처럼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쇼핑몰 중간에 도로를 횡단해야 하거나, 다른 구조물을 지나야 한다면 고객들이 불편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 오겠지요.  


또한, 사람들은 수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가 임대료를 보면, 1층이 가장 높고 2층만 돼도 1층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디벨로퍼들은 방문객들이 원활하게 2층, 3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합니다.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릴까요?


계단을 단순한 수직 이동수단의 개념이 아니라, 재미와 놀이의 공간으로 만드는 겁니다.   

(좌) 부평역 피아노 계단. 계단을 밟으면 도~레~미~ 하고 피아노 음이 나옵니다.
(우) 쌈지길 후면 레스토랑 계단. 오르면서 사직 찍기에도 좋네요.  



계단이 아닌 스파이럴 구조로, 매장을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올라가게 되는 방법도 있지요. 일본의 오모테산도힐스와 인사동 쌈지길이 이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오모테산도힐스의 모습(좌)과 스파이럴 슬로프 구조(우)




2. 동선이 복잡해서도 안됩니다.


여가를 즐기고 즐겁게 쇼핑하러 왔는데, '어디가 어딘지, 난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면  피곤해서 다음에 또 올까요?

일본의 롯폰기 힐즈입니다. 멋있어 보이시나요? 워낙 유명한 건물이라 몇 번 갔지만, 갈 때마다 일행 중에 길 잃고 낙오되는 사람이 꼭 생기더군요. (건물 콘셉트가 구불구불 복잡하게 꼬인 협곡입니다^^;;)



3. 다양한 진입 구조와 실내외 공간의 적절한 연결 배치가 필요합니다.  


쇼핑몰은 규모가 큰 상업시설이지요. 많은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경로가 필요합니다.


또한, 실내 공간은 닫힌 구조와 인공조명으로 인해 장시간 머물 경우 답답하고 피곤한 느낌을 줍니다. 따라서, 야외 공간을 만들어 실내와 적절히 연결, 배치하면 소비자에게 훨씬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쇼핑 중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해 다시금 쇼핑 열정을 지피도록 하는 효과도 있지요.(^^;;)

 

작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의 패밀리공원. 쇼핑 중 쉴수 있는 새장모형의 벤치(좌)와 공원의 랜드마크 메리고라운드(우) (사진: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4. 복합용도 시설인 경우 코어를 분리해 동선을 달리합니다.


요즘은 복합쇼핑몰이 대세지요. 예를 들어 저층부를 쇼핑몰로 하고 중, 고층은 오피스텔이나 오피스, 호텔, 공연장 등 다른 용도와 결합하는 겁니다. 이럴 경우 중, 고층부의 고객이 자연스럽게 쇼핑몰로 유입되어 안정적인 집객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시설은 용도시설별 고객이 서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이동 동선을 분리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타용도가 오피스텔, 오피스, 호텔 등 프라이버시나 보안을 중시하는 시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피스2동, 백화점(신세계), 호텔(메리어트), 멀티플렉스(CGV), 컨벤션 등이 결합된 복합쇼핑몰 (사진 : 타임스퀘어 홈페이지)



5. 소비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Malling의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체류시간이 길수록 객단가가 증가하지요. 따라서, 쇼핑몰은 소비자가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합니다. 다만, 이경우에도 소비자의 편리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과거, 1층에 일부러 화장실을 두지 않아 무조적 2층 이상으로 올라가게 한다거나, 에스컬레이터 동선을 분리해 한층 올라갈 때마다 한 바퀴 돌게 하는 방식은 한결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원성만 사게 됩니다.    


동선 중간에 휴식공간을 만들거나, 구역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상공간을 구성해 소비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송도 NC큐브 커넬워크는 가로형 스트리트몰(길이 800m)을 구역별 4계절 테마로 구성하고, 수로 및 분수, 조경,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쇼핑객이 지루하지 않고 오래 머물도록 함(사진 : NC큐브 페이스북)



6. 효율적인 매장의 배치로 가시성을  극대화하고,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 해야 합니다.  


매장은 복도를 마주하며 양대면으로 연속되도록 배치해야 쇼핑객의 가시성이  극대화됩니다.  중간중간 이가 빠진 것처럼 매장이 비어 있으면 장사가 잘 안되는 쇼핑몰로 보이게 되지요. 그래서, 쇼핑몰을 오픈할 때도 가급적 모든 매장을 채워서 오픈하는게 좋습니다.

매장은 고객의 동선을 따라 연속되도록 배치되어야 한다. (사진 : 커먼그라운드 홈페이지)



내부구조상 매장 면적이 안 나오는 경우라도 오픈형 파사드 형태나 복도 일부를 활용하는 등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좁고 긴 공간에 오픈 파사드형으로 매장을 구획해 공간활용을 최대화 하고 고객의 접근성을 강화한 사례


엘리베이터 후면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공간도 목적형 매장으로 개발하고, 계단 밑 자투리 공간도 간이판매대를 설치하는 등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키오스크를 적절히 활용하면 쇼핑 동선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소비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나, 키오스크는 이동이 용이하고 변형이 쉬워 팝업스토어, 플리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에 활용하기 좋지요.  

일반적으로 키오스크란 무인 정보 안내 시스템을 일컫는데요. 상업시설에서 키오스크의 의미는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건물에 붙어 고정된 매장이 아닌, 이동이 가능한 간이 형태의 점포를 말합니다.
 (사진 : 스킨앤소울몰 홈페이지)



이상으로 쇼핑몰의 이동 동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쇼핑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컨셉 설정과 이동 동선 구성에 대해 살펴 보았으니, 이제 슬슬 운영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다음시간은 운영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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