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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Jan 28. 2016

맛집? 놀이공원??  쇼핑몰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 구축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3)   < 상업시설 제 2편 >

상업시설 두 번째 시간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시설 개발에 대해 얘기를 할까 한다. 상업시설,  그중에서도 대표 격인 쇼핑몰 개발시 꼭 짚어야 할 중요 포인트를 세가지만 뽑자면 다음과 같다.


1. 쇼핑몰의 아이덴티티 구축  

2. 이동 동선의 효율화

3. MD 구성의 최적화   


이 중에서 오늘은  "쇼핑몰의 아이덴티티 구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이덴티티가 왜 중요할까? 혹시, 이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영화 제목도  "아이덴티티"이다.



폭풍우 치는 밤 어느 모텔에 우연히 모인 10명이 하나 둘 죽어가면서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중인격인 주인공이 범인이다.


그런데, 범인이 다중인격으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보니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반전 스릴러 영화의 명작이니 못 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마찬가지로 쇼핑몰도 정체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특정한 이미지로 연상되고, 기대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러한 쇼핑몰의 정체는 소비자의 니즈(Needs, 욕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쇼핑몰 개발 시 가장 먼저 할 일이 바로 STP 분석이다. STP 분석이란, 소비시장을 파악하고(Segmentation),   그중 메인 타깃을 정한 후(Targeting), 어떤 콘셉트로 개발할 것인지, 소비자에게 어떤 시설로 어필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Positioning).


여기서 잠깐, "STP  분석"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

마케팅의 기본은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경쟁자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서 나의 차별적 경쟁우위 요소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STP분석이다.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자본, 시간, 인적역량 등)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목표고객(타깃)을 분명히 해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시장  세분화(Segmentation)이다. 인구통계, 구매 상황, 구매행태 등 다양한 기준으로 시장을 나눠 보면 고객의 숨겨진 니즈(Needs)와 시장 내 경쟁자의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세분화된 시장 중에서 시장의 매력도(규모, 성장률, 수익성 등), 경쟁자 대비 차별적 강점 등을 감안해 목표시장(타깃, target)을 정한다. 이를  타겟팅(Targeting)이라고 한다.

포지셔닝(Positioning)은 타깃에게 전달할 아이덴티티를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포지셔닝은 1. 타깃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하며, 2. 자사의 강점이 반영되어야 하고, 3. 경쟁사 대비 차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여기서 포지셔닝이 바로 쇼핑몰의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를 도출하는 단계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아이덴티티는 소비자에게 특화된 이미지와 예상 가능한 기대치를 형성시킨다. 예를 들면 "맛집이 모여 있는 곳(갤러리아 고메이 494)",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물품을 살 수 있는 곳(인사동 쌈지길)",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일산 원마운트)"  등이다.

"고메이 494" : 한화갤러리아가 국내 최초로 그로서리(식재료)와 레스토랑(식음공간)이 결합된 그로서란트 콘셉트를 도입 (사진 : 한화갤러리아 홈페이지)


"인사동 쌈지길" : 핸드메이드 공예품과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1층에서 걷다 보면 4층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스파이럴 구조로, 일본의 오모테산도힐스와 종종 비교됨 (사진 : 쌈지길 홈페이지)  


"일산 원마운트" : 레저시설(워터파크, 스노우파크, 스포츠클럽)과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 놀이공간 (사진 : 원마운트 홈페이지)



만약 여러분이 친구들과 저녁 모임을 할 예정이라면, 머릿속에 맛집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인식된 쇼핑몰을 우선적으로 떠올리고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업자가 "우리 쇼핑몰의 아이덴티티는  이러이러하다."라고 외친 들, 소비자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무언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매개체가 바로 테마화와 스토리텔링이다.


테마화는 특정한 주제를  시각화하여 소비자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시설의 디자인 콘셉트 등 하드웨어적 요소로 구현된다. 이에 반해,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동시에 쇼핑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며, 소프트웨어적 요소로 구현된다.  


테마화와 스토리텔링의 사례를 살펴보자.



1. 테마화


판교 아브뉴프랑의 아이덴티티는 "프리미엄 다이닝"(Premium Dining, 고급 레스토랑)이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하기 위해 차용한 테마가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요리로 유명할 뿐 아니라, 고급스럽고 낭만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다이닝에 너무나 잘 맞는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아브뉴프랑은 루브르 박물관(1층), 상제리제 거리(2층), 몽마르트르 언덕(3층), 오르세 미술관/노트르담 성당(지하 1층) 등 층마다 프랑스 곳곳의 명소를 모티브로 구성했다.


호반건설이 일관된 콘셉트 하에 건물 설계부터 MD구성, 테넌트 유치, 시설관리를 하고 있는 상업시설 개발의 우수사례임. 인근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입점하면서 다소 고전을 하고 있는 바, 이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짐.  (사진 : google maps)



오사카역에 위치한 남바 파크(Namba Parks)는 남바 지구 재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지어진 쇼핑몰이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은 자연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에 남바 파크는 개발단계부터 "녹색과의 공존"을 아이덴티티로 삼았다.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설계를 맡은 저디(Jerde, 아래 박스 참고)는 협곡과 숲을 테마로 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의 개념을 도입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란 건축과 조경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시킴으로써 도시경관을 친자연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자는 건축계의 기조이다.


남바 파크의 외관은 거대한 협곡을  형상화했으며, 9~10층 야외 공간에는 1,1500제곱미터의 공중정원(파크스 가든)이 위치해 있다. 도심 속에 자연을 재현해 놓은 느낌이다.  

저디는 미국 복합쇼핑몰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몰 오브 아메리카(미국 미네소타), 롯폰기힐스(일본 동경), 커낼시티(일본 오사카) 등 수많은 랜드마크를 설계했음. 국내에는 메세나폴리스(합정동), 디-큐브 시티(신도림) 등의 작품이 있음  

- 남바 파크의 협곡형 외관과 파크스 가든의 모습. 파크스 가든에서는 주말농장, 숲 체험 이벤트 등을 진행 -



단, 주의할 점이 있다. 테마화는 건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에 반영되어 건축비를 상승시키는데, 유행에 치우쳐 지나치게 트렌디한 테마를 설정할 경우 소비자가 금방 식상해서 리모델링을 위해 또다시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남바 파크처럼 쉽게 식상하지 않는 테마(자연)를 활용하거나,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테마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2. 스토리텔링


동경역에 있는  KITTE는 동경 중앙우체국을 리모델링한 복합쇼핑몰이다. KITTE의 아이덴티티는 "과거와 현재의 융합, 전국 식도락 여행"인데, 건물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우체국을 스토리텔링 요소로  풀어냈다. 기존 우체국의 상징적 공간인 로비를 최대한 보존하는 등 전체 공간과 콘텐츠를 우체국의 이미지와 일관성 있게 연결한 것이다.


전국 방방 곳곳을 이어주는 편지/우체국의 상징성과 KITTE의 아이덴티티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 우체국의 이미지를 보존한 파사드(좌)와 실내공간(우) -



이밖에도 홍콩의 웨스턴 마켓(1858년 건축) , 미국 보스턴의 퀸시마켓(1824년 건축) 등은 오랜 전통을 가진

재래시장을 지속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그 역사와 가치를 스토리텔링의 요소로 활용하는 사례이다.   


- 웨스턴 마켓(좌)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홍콩에서 최초로 서양식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등 역사성이 깊다.

- 퀸시마켓(우)은 보스턴이 시로 승격된(1822년) 직후 인 1824년 건립된 역사적인 건물이다. 과거 많은 정치인들이 연설장소로 애용하는 등 보스턴의 명소가 되었다.



쇼핑몰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얘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이동 동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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