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트럭 Jan 19. 2016

지속가능한 공간 창출을 위한 우리의 자세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1)


나,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  

디벨로퍼란? 우리 주변의 부동산을 계획적, 종합적으로 개발하여 가치 있는 공간으로 창출하는 사람



어쩌다 보니 부동산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게 됐다. 정말 어쩌다 보니 였다.

근무하는 회사가 대기업이긴 하지만, 부동산은 주력사업도 아니고, 나 또한 부동산 전공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연히 부동산 부서에 전입와서, 한 해 두 해 지나 10년이 된 것이다.


그런데, 겪어보니 일이 너무 재미있는 게 아닌가!  일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아침이 되면 출근하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정주영 회장처럼, 나도 일이 재미있어서 출근길이 즐거웠던 적이 다반사였다.


많은 곳을 다녔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났으며, 공부를 통해 업무를 통해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다.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썼는데, 양이 많아지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그래서 앞으로 부동산을 주제로 나의 지식과 경험을 풀어갈 예정이다.

 

내 글을 통해 읽는 이에게 두 가지가 전달되었으면 한다.


첫째로, "부동산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분야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건물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


 둘째로, "부동산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사회에서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취준생 또는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한 많은 미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1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10년 전 고민 많던 나에게 멘토링 하듯 들려 주고 싶다.  

 


첫 번째 이야기 : 부동산 개발에 대한 나의 신념, 가치관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오늘은 첫 번째 시간이니, 앞으로 얘기할 꺼리들의 전제가 되는, "부동산에 대한 나의 가치관"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아파트, 호텔, 상가, 오피스 등.... 부동산은 우리가 생활하는 다양한 공간을 일컫는다. 즉, 삶의 터전이자,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펼쳐지는 장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데다, 국토의 70%가 산이어서 가용부지는 더욱 희소하다.


이러한 희소성에 더해, 부동산 개발은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이해관계자가 많아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잘못 개발하면 그 손실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부동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가치 있게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정말 좋은 입지임에도 장기간 개발이 중단돼 있거나, 개발 후에도 이용률이 저조해 황폐해진 건물을 종종 볼 수 있다.

강남 테헤란로_ 공사중단 상태로 방치된 건물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특정 집단의 지나친 이익 추구 또는 이기주의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복잡한 개발단계를 거치며, 단계마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또한 상충된다.


상가 개발을 예로 들어, 실패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를 살펴보자. 개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토지매입계약 : 시행사(사업자)는 계약금 정도 지불할 수 있는 적은 자본금으로 토지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을 시작한다. 인허가 리스크를 감안해 잔금 및 소유권 이전은 인허가 이후 진행하는데, 만약 인허가 완료 후 시행사의 문제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매도인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토지사용에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 관련된 세부내용은 향후 토지매매를 주제로 다룰 때 설명하도록 하겠다.  

토지매입은 부동산개발 업무의 절반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2. 개발계획 수립 :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는 투자금 조기회수를 위해 분양형으로 기획한다. 인허가, 초기 공사비 등은 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하고, 이후는 분양대금을 통해 진행한다. 따라서, 만약 분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자금흐름에 차질이 생겨 사업이 중단될 리스크가 존재한다.  


3. 기본설계 : 개발계획에 근거해 인허가를 위한 기본설계 작업에 들어간다.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률을 최대한 끌어오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네모 반듯한 전형적인 막상가가 된다. 물론 복도 폭도 좁고, 주차공간도 부족해 답답한 공간이 될 것이다.


행복도시 어반아트리움 - 마스터플랜


4. 건축심의 :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건축심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심의위원은 문제점 지적과 개선 요구를 통해 본인의 존재 이유를 역설한다. 일부 몰상식한 심의위원들은 특유의 자존심과 고집,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비상식적인 주장을 한다.

심의위원이 업계 종사자인 경우, 공사단계의 이권 개입을 염두에 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심의위원의 말 한마디는 사업비 수억 내지 수십억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심의 현장에 가보면 사업주와 설계자는 숙제를 잘못해 와 선생님(심의위원)에게 혼나는 학생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5. 건축허가 : 심의가 끝나고 건축허가 단계로 가면 담당공무원은 애매한 규정과 지침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을 하며 사업자를 헷갈리게 한다. 규정은 모든 상황을 가정하며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포괄적, 일반적인 표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결국은 주관적 해석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지자체마다  담당자마다 입장이 다 다르다.

가장 답답한 경우는, 문구에 지나치게 충실한 해석으로 현실성이 결여된 요구를 하는 것이다. 또한, 사업자가 마음에 안 들면 계속 서류를 반려시키며 시간을 끌어 애를 먹이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돈인 사업자는 담당공무원의 비위를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6. 실시설계 : 허가가 끝나고 실시설계 단계에 들어가면, 설계사는 이익관계가 있는 업체의 자재, 설비를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로 인해 사업비가 상승하거나, 공사품질이 저해될 수 있다.


7. 시공 : 사업주는 실시설계 도면을 가지고 견적을 내고,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다. 시공사는 수주를 위해 일단 저가로 입찰하고, 향후 이익보전을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설계변경을 요구한다. 또는 공사금액을 낮추기 위해 사업자나 감리 몰래 건축자재를 바꾸기도 한다. 시행사의 파이낸싱에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보증하는 사업구조상 향후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공사는 어떻게든 마진폭을 늘려야 한다.  


8. 분양 : 이제 겨우 토목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소비자는 분양대행사의 영업사원이 보여주는 화보 같은 조감도, 환타스틱 한 모델하우스만 보고 분양을 받는다. 선분양이다 보니 소비자는 자신의 물건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하는 셈이다. 또한, 분양계약서 한 구석에 작은 글씨로 설계변경 발생 가능성을 언급해 놓아 준공 이후 도면과 다른 모습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 모형도 - 본 사진은 글의 내용과 무관함


9. 입주자 모집 : 준공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수분양자는 영업사원이 강조했던 임대료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임차인을 찾아 나선다. 통상 1층 임대료 기준으로 다른 층의 임대료가 책정되며, 특히 1층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이어서, 결국 유사업종이 중복 입점하게 된다.(상가건물을 유심히 보면 1층은 공인중개사무소, 통신매장, 편의점, 화장품 매장이 대부분인 이유이다.) 기획단계에서 세운 MD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상업시설은 집객을 할 수 있는 앵커시설이 필요한데, 이러한 앵커는 임대료를 낮게 책정해야 유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수분양자 누구도 시설 전체의 활성화를 위해 자신의 임대료 수익을 희생하지 않는다.


10. 준공 및 오픈 : 준공시까지 입주자 모집이 완료되지 못하면  군데군데이가 빠진 듯한 상태로 상가가 오픈된다. 오픈 초기에는 소위 말하는 오픈 빨로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방문객은 줄어들고, 상가 매출은 떨어지게 된다. 장사가 안되면 매장 임차인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 둘 떠나고, 그럴수록 방문객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의 파이는 어느 정도 한정돼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집단이 너무 많은 파이를 가져가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방법은 아주 심플하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표가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공간 창출"이라는 하나로 수렴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초기 계획단계부터 향후 운영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소 시행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서,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상적인 개발사업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 별도 주제로 다루겠다.)


인허가 과정에서도 규제 관점이 아닌, 사업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과도한 규제로 공사비가 상승하면 사업자는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든 다른 부분에서 공사비를 줄이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해 건물의 퀄리티는 떨어지게 된다.


임대인도 임차인과 상생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입주 초기 상가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임대료가 임차인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될 때까지는 임차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을 감안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다 보면 아름다운 건축물이 탄생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가의 매출도 증가하게 되어, 당초 예상되었던 이익의 파이도 커진다. 결국 이해관계자들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아지는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면 나에게 더 크게 돌아온다는 진리는 부동산에도 예외는 아니다.

개발 성공사례 : 영등포 타임스퀘어 (source : www.timessquare.co.kr)

오늘 주제를 위해 상업시설 개발을 예로 설명했으니, 다음 시간엔 상업시설 개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ps) 실패 케이스에서 언급했던 심의위원,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실제로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들이 훨씬 많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